상단여백
HOME 에큐메니칼소식 문화 채창완의 기독교미술
일상(日常)의 추억안유선의 ANI Story #2
채창완 | 승인 2008.07.31 18:06
   
▲ 도판1_안유선 , ,woodcut, 60x60cm, 2008. ㅣ 채창완

우리는 과거의 좋았던 만남이나 사람들을 떠올리며 추억 속에 빠지곤 한다. 누가 슬펐던 과거를 기억하고 싶어할까? 그래서 추억의 사진 앨범 속의 우리들의 모습은 늘 웃는 모습일색이다. 돌이켜 보면 슬펐던 기억들도 많았을 성 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추억과 물리적 ‘기록’ 사이에는 커다란 ‘심연(深淵)’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추억’의 사실성이 무효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뇌리 속에 새겨지는 지울 수 없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만약 추억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기억상실’일 뿐 결코 과거가 없는 현재적 존재는 있을 수 없다.

   
▲ 도판2_안유선, , woodcut, 30x30cm, 2008. l 채창완

흔히 추억이란 과거의 일을 돌이켜 회상하는 것이다. 그 시점은 과거에 있다. 그렇다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日常)’에 대한 추억도 가능할까?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 말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일들,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 지루한 일상들 - 숨 막히는 통근 지하철과 더위로 찌든 도시, 그리고 일터에서 긴장감, 치솟는 물가와 오르지 않는 월급 등. 그런 중에도 휴가 날짜만 꼽으며 바라보는 캘린더, 시간은 더디 가고...... ‘그래, 올 여름 특별히 추억될 휴가를 떠나는 거야!’ 하고 다짐하며 무더위를 이겨보지만, 그래도 지루하기만 한 일상. 이쯤 되면 소시민(小市民)들에게는 일상을 추억한다는 것은 마치 사치로 들리게 된다. 감동이 없다면 결코 추억도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감동’없이 어떻게 그 ‘추억’이 가능하단 말인가?

   
▲ 도판3_안유선, , mixed media, 40x40x25cm, 2008 ㅣ 채창완

그러고 보면 아티스트들에게는 특별한 마법이 있는 듯하다. 일상의 지루한 이야기도, 매일 반복적으로 보고 사용하는 물건들도, 그들의 눈과 감성에 포착되면 한 순간에 ‘아름다운 추억’이 되니 말이다. 안유선의 ‘ ANI Story ’는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착하여 이미지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의 작품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것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고양이’, ‘꽃’, ‘풍선’, ‘캔디’, ‘아이스크림’, ‘케이크’, 그리고 ‘머그잔’ 등. 이러한 소품들은 안유선 작가의 삶과 우리들의 삶 사이에 매개적 역할을 한다. 소재들이 지닌 보편성 때문에 작가의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시점들이 결국 작품을 통하여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일상이 ‘추억’될 수 있다는 사실. 아마도 이러한 작가들의 작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감히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 도판4_안유선, , woodcut, 40x60cm, 2008 l 채창완
‘ANI’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그는 만화영화적 서술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미지화한다. 각각의 스틸(still)들은 결국 ‘ANI Story’ 속에서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며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게 된다. ‘선글라스를 쓴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에 투영된 작가 자신의 모습이리라. ‘머그잔’과 같은 소품은 작가가 자주 사용하던 일상의 물건일 것이다. 이를 통하여 작가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은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이다. 사소한 것들, 우리의 주의를 끌지 않는 것들, 우리가 일상 속에서 그냥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상 또한 매일의 삶 속에서 ‘추억’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결국 그러한 것은 일상에 대한 긍정,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작은 것’들을 향한 작가의 이러한 섬세한 시선은 결국 ‘일상’도 추억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변화시킨다. 다색 목판화의 여러 겹의 색 속에 담기던 안유선의 일상은 ‘ Ani Cube ‘ 라는 작품에서는 평면적 구성을 벗어나 ‘공간’ 속에서 전개된다. 물론 이 또한 하나의 ‘스틸’이지만, ‘공간’이란 매개에 의해 이야기를 더욱 다양화 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기억’이 놓이는 ‘공간’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일상’은 작가에 의해 다양한 예술적 표현 가능성 속에서 더욱 재미있는 추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데살로니가 전서 5장18절)

   
▲ 도판5_안유선, , woodcut, 40x27cm, 2008 ㅣ 채창완
   
▲ 도판6_안유선, , woodcut, 30x20cm, 2008 l 채창완

채창완 (기독교문화비평가)

채창완  cwhj67@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채창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4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