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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오빠와 요조숙녀 여동생멋쟁이 할머니와 시골에서 사는 남매의 행복스토리.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08.03 21:13

   
▲ 남매 남매가 워낙 부산을 떠는 바람에 사진이 많이 흔들렸지만, 두 남매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명장면인 듯해서 그대로 올린다. 오늘은 일요일,오래간만에 시골흙집에서 손자들과 함께 웃는 할머니도 눈에 띈다. ㅣ 송상호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많이도 닮았다. 붕어빵이 따로 없다. 어디 모르는데 가도 남매가 아니라고 속이지도 못할 거 같다. 하지만 둘의 캐릭터는 딴판이다.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오빠 박태수(안성 개산 초등학교 3년)는 말괄량이(편집자 - 말과 행동이 얌전하지 못한 여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다. 소문난 개구쟁이라는 이야기다. 심하게(?) 활달한 아이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지나칠 정도로 잘 지낸다. 학교 선생님들도 태수에게는 후한 점수를 준다. 명랑한 아이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수는 학급에서 성적도 항상 상위권이다. 1등도 간혹 한다니 말 다했다. 장래에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의사, 경찰관, 판사 등이다. 꿈도 수시로 바뀐다. 자신감 빼면 시체인 아이가 태수다.

반면 동생 보영(초 1년)이는 전혀 딴판이다. 나이는 오빠보다 두 살 아래지만 차분하다. 오빠보다 어떤 때는 더 철든 행동도 한다. 집안일도 오빠보다 곧잘 하곤 한다. 정리정돈도 잘하는 편이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조금 생각했다가는 “네. 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러나 비밀이에요. 호호호호”라는 보영이의 대답은 마치 다 컨 여고생의 대답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남매와 함께 사시는 친할머니(67세)가 내리시는 남매에 대한 판결은 이렇다.

“태수는 만날 까불랑 까불랑 거려유. 뭐가 그리 좋은지. 그라고 뭐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가 봐유. 수시로 꿈도 바뀌고 그러는 구먼유. 근디 보영이는 집안도 잘 치우는 편이고, 비밀도 많은 거 같어유. 어떤 때는 보영이가 누나 같다니께유. 호호호호”

이런 상황을 접하면 일부러 “형편은 어려워도 남매가 모두 밝은 편입니다.”라고 글을 쓰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 두 남매에게는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명랑함이 있다. 얼굴과 행동이 그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히려 남매의 밝은 얼굴만큼 밝지 못한 것은 할머니의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매를 책임지고 건사해야할 몫은 지금 현재로는 고스란히 할머니의 담당이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세 사람의 동거, 그것은 순전히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 두 남매가 들이대는 바람에 이렇게 찍혔다. 장난끼 있는 두 남매의 모습과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는 할머니. 이 모습이 고스란히 이 집의 평소 삶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듯. ㅣ 송상호

할머니는 지금도 아침 7시 15분이면 집에서 떠나 직장으로 가고 저녁 7시 15분이면 집으로 돌아오신다. 무려 12시간 정도를 공장 다니시는 데 보내는 편이다. 태수와 보영이는 공부가 끝나고 집에 오면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할머니의 퇴근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편이다. 할머니와 손자들이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시간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그러니까 할머니의 공식적인 휴일은 일요일인 셈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공휴일이 끼면 일주일에 한 번 더 손자들과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날은 밀려 있던 빨래와 집안 청소, 마당 정리 등으로 쉬는 날이 더 바쁜 상황도 연출이 된다.

이렇게 만만찮은 환경이지만, 두 남매의 얼굴과 생활에 어두운 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모두 다 할머니가 평소 쏟는 손자들에 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가 평소 지고 가는 사랑의 짐이 있기에 그 가정 공동체는 훨씬 하루하루의 걸음걸이가 가벼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터뷰 하는 날,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온 또 다른 몇 명의 손자들 덕분에 남매는 온종일 마음이 들떠 있고 할머니는 손자대접에 분주하다. 아무리 가라고 떠밀어도 가고 싶지 않으면 할머니집이라도 가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풍조를 감안하면 평소 할머니가 모든 손자들에게서 누리는 인기는 대단하지 않을까 싶다. 허리 굽은 전형적 시골할머니일 거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기자의 선입견과는 달리 외모도 ‘한 멋’하시는 할머니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쨌든 이렇게 이어가는 태수네 집의 행복이 지켜질 수 있도록, 더불어 아이들의 꿈이 잘 커나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 하시는 할머니의 사랑의 짐을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나눠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던 만남이었다.

   
▲ 할머니의 외모에선 결코 고생에 찌들린 시골할머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손자들을 잘 건사하는 멋진 할머니의 모습만이 나타나는 듯 보인다. '손자들의 행복을 잘 지켜줄 수 있을까'에 할머니의 관심은 항상 가 있다. ㅣ 송상호

* 이 인터뷰는 안성시 금광면 구성동 마을 시골 할머니 집 (031-673-5527)에서 이루어 졌으며, 태수네 남매와 나누고 싶은 분은 여기로(계좌번호 237113-51-016574 농협 박태수) 하면 된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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