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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삶 해방하는 사면이어야”[인터뷰]문장식 목사, 사형수에게 희망과 반성의 시간을
김보람 기자 | 승인 2008.08.13 23:30

   
▲ 문장식 목사(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장) ㅣ 김보람


“해방 60주년을 기념한다면 반드시 사형수 감형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밑바닥 삶을 사는 사형수들에게도 ‘모범수로 복역하면 무기수로 감형되기도 하더라’는 희망을 주는 것, 이것이 해방인 것을 이명박 정부가 모르는 모양입니다.”

문장식 목사(한국기독교 사형폐지운동연합 상임대표, <아! 죽었구나, 아! 살았구나!>지은이)를 13일, 기독교회관에서 만나 정부 사면발표와 사형폐지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7월29일 청와대에 ‘10년 이상 복역 사형수 무기수 감형’촉구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어떤 것이 주님 뜻에 가까운가?”

문장식 목사는 “이번 특사는 해방의 의미나 형평성에 어긋났다. 내년 특사는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밑바닥 사람들을 해방하는 것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목사는 이어 “율법을 들먹이며 사형제 존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성경이 말하는 것은 율법이 아니라 사랑”이라 강조했다.

그는 “구약은 ‘죄인하나 죽는 것도 기뻐하지 않는’ 하나님, 가인을 보호하는 하나님을 말하고 있고, 신약은 예수의 온 생애로 용서와 사랑, 생명살림을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살린 이야기를 거론, “이것이 예수가 말하는 법이며, 성경이 강조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섰는 여자만 남았더라.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시니라. (요8:11)”

그는 이어 “우리가 살면서 무엇이 더 성서적인가, 어떤 것이 주님 뜻에 가까운가를 해석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은 생명과 사랑”이라 말했다.

“사형제폐지운동, 예수 생명사랑운동의 한 줄기”

문장식 목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사형제 폐지운동은 예수가 온 생애에 펼친 생명사랑운동의 한 줄기”라 말했다. 이야기는 서울구치소 사형장 입회 경험에 이어 사형제폐지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집행전날 잠을 못 자고, 당일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성이 마비되어 인격이 파괴되는 느낌으로 더 이상은 못하겠구나, 그만두자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돈 없어서, 변호사 선임 못해서 간다’,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말들을 기억한다”며 “그들의 말이 마비되어 있던 마음에 뜨거운 것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어느 사형수가 집행 날 ‘아침이면 죽었구나 싶다가 저녁에야 살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 모습이 가슴에 와 박혔어요.”

그는 “그동안 ‘팔자 사납다’고 느낀 마음, 왜 하나님은 하고 많은 목사 중에 나를 사형 뒤치다꺼리 하는 자리로 보냈나하는 원망이 ‘아, 이 억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사형장에 입회하던 그는 이렇게 사형제 폐지운동을 시작하여 90년 예장통합 기독교사형폐지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1993년 NCCK 사형폐지 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2001년에는 한국기독교 사형폐지운동연합회를 꾸렸고, 지금 그가 단체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 국회법사위에 사형폐지 특별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사형제 존폐, 내 일이라 생각해보라”

   
▲ 문장식 목사. ㅣ 김보람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 그 중 한명은 남에게 죽임 당하고 다른 한 명이 남을 죽였다면 피해자 부모이며 가해자 부모이기도 한 이 사람은 어떤 법을 선택하겠습니까?”

문장식 목사는 “사형 존치 주장대로라면 이 사람은 이미 죽은 아들에 이어 남은 아들까지 잃게 된다”며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사형제 폐지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

그는 “사형제 폐지 운동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면 결론을 내기 어렵지만 ‘자기 일’이라 생각하면 하나의 결론이 나온다”며 “사실 사형수의 죄는 바로 우리 자신의 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들이 교육받지 못한 죄,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한 죄, 교회 문턱에 가보지 못한 죄는 그들만의 죄가 아니라 사회가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사형수들이 행 집행 전에 어떤 줄 아세요?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해달라고도 하고, 일부러 신발이 벗겨지게 해놓고 신발을 주울 시간을 달라고 합니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 애씁니다. 자기 자식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자식을 사형시키라고 하겠어요? 용서해달라고, 한번만 사랑해달라고 할 겁니다.”

문 목사는 이어 “형벌은 살려놓을 때 형벌이지 죽이는 것은 형벌이 아니다”며 “생명은 온전히 하나님 것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또 다른 살인이고 보복일 뿐”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사형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하면서 살인 사건이 줄어들었다면 제도의 실효성이라도 증명되겠지만, 여러 조사·연구는 사형과 살인에 관계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독 찬반 나뉘는 기독교, 사형제 폐지 적극 나서길”

“전 세계 134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데 또 그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요. 시대는 점점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형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 또한 한 때 사형제를 찬성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가 구치소에서 보았던 사형수들. 그들도 사람입니다. 교화 대상이에요.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장식 목사는 또한 사형제 폐지에 적극성을 보이는 천주교·불교를 거론, “기독교도 사형제 폐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는 지난 세월 종교재판으로 수많은 사람을 화형 했던 과거를 회개하고 사형제 폐지에 가장 앞장서고, 불교는 원래 살생 자체를 싫어해 사형제 폐지에 적극성을 보이는데 유독 기독교만 찬반이 나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11일 법무부가 발표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법(형집행법)’개정안이 이번 정부가 잘한 것 하나”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면 사형수도 기결수가 되어 다른 수형자들처럼 작업도 하고 수당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했다.

그는 “바로 이런 삶을 그들에게도 허락해 달라는 것이다. 다 풀어주자는 주장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작업하고 수당 받으며 살면서 죄를 반성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라 말했다.

“사형제 폐지가 현실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아 당장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하나님 뜻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형폐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그냥 이대로, 집행만 없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함께 기도하며 정든 사람을 수차례 먼저 보낸 노 목사의 바람이다.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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