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 인권운동 본부’(이하 인권운동 본부)가 “퀵서비스 종사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과 남부순환로와 노들길에 대한 이륜차 통행을 허용해 줄 것” 등을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 ‘퀵서비스 종사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존권 보장 촉구 대회’를 1월14일(토) 오후4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했다.

▲ 생존권 보장 촉구대회에서 대회사를 맡은 전성표 목사는“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는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며 참석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업계가 시작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도 없어

대회는 퀵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숨진 고인들에 대한 묵념과 인권운동 본부의 운영자인 전성표 목사(이웃사랑교회, 생명선교연대)의 대회사, 문화공연과 성명서 낭독 순으로 진행되었다.

전성표 목사는 대회사를 통해 “자신도 이륜차를 이용하는 사람으로 진한 동지애를 느끼고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며, “여러분은 대한민국 경제와 유통업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분들”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이륜차 이용자를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국민으로 생각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전 목사는 특히 “퀵서비스 업이 시작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호 제도도 여건도 없는 상황을 개선시키고 요구하기 위해 모였지만, 무엇보다 퀵 서비스 업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무너뜨리는 첫 발걸음을 내디딘 점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것이다”는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며 참석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어서 인권운동 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 법의 사각시대에 놓여있는 퀵서비스 업을 즉각 제도화하고 라이더 및 관련 종사자들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 빈번한 교통사고에 대비한 산재보험, 사보험의 정비, 매연노출에 의한 건강권 보장 등 퀵 라이더들의 최소한의 안전 및 보건 조치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4대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조처를 마련해 줄 것, ▲ 불합리한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금지 규정을 보완하고 시간이 생명인 업계의 특성을 감안하여 노들길과 남부순환도로에 대한 이륜차 통행의 허용해 줄 것, ▲ 특수고용노동자인 퀵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할 것 등을 정부에게 요구했다.

또한 인권운동 본부에 따르면 “퀵서비스 산업의 추정 매출액은 7,000억 원에 육박하고 종사자만 3만 명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퀵 서비스업에 대한 제도화나 종사자와 이와 관련된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노들길이과 남부순환도로에 대한 이륜차 통행을 금지한 불합리한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금지 규정 때문에 시간이 가장 중요한 업계의 피해가 엄청나다”고 밝혔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서비스 분야에서 이러한 규정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범법자가 아니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만난 퀵서비스 업에 종사하고 있는 송성윤 씨와 우재호 씨는 “우리들이 밥이나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불합리하게 지정되어 있는 도로 상황을 개선시켜 줄 것과 우리 자신들의 최소한의 권리들을 주장하기 위해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 대회 참석자인 송성윤 씨(좌측)와 우재호 씨(우측)는 “우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들을 교통 무질서의 원조로 여기거나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라고 하며 억울함을 내비췄다.

그러나 “12월이나 1, 2월은 비수기라 가뜩이나 100만 원 정도도 안 되는 수입이지만 이보다 무엇보다 더 우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들을 교통 무질서의 원조로 여기거나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라고 하며 억울함을 내비췄다. 또한 “자동차는 우월하고 이륜차를 타는 자신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사회적 편견”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러한 편견과 불합리한 점들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요구하기 위해 대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오늘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평화적으로 혜화동 로터리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대회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이번 대회는 퀵서비스 종사자들이 “개별 사업자로 회사 소속이 아니며 본인 소유의 이륜차로 회사로부터 배송물량을 소개받아 일을 완료한 후, 고객으로부터 받은 운송료로 수입을 얻는 지입차주식의 특수 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특수 고용 노동자들로 구분되어 있는 직종은 “텔레마케터,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경기보조원, 레미콘 운송업자” 등이다.

문제는 “사용 종속관계가 안정되면 사무직 근로자,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고용형태나 명칭에 관계없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으나 다단계 판매회사의 판매원, 지입차주, 보험설계사 등은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산재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노동부의 규정 때문에 “보험 회사에서 이들의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이다. “가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40만 원 이상이나 되는 비싼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인권운동 본부는 자신들과 동일하게 특수 고용노동직에 있던 레미콘 운송업 종사자들이 지난 2003년 대규모의 투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한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에 가입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인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대회도 민주노총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 이날 대회는 자신들의 생계를 제쳐두고 참석한 100여명의 퀵 라이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뤄졌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