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땡볕에서 걸어가는 청소년 탐사 팀. 이 팀이 탐사 결과 발표하면서 탐사의 주제를 '쌩 고생'이라고 발표한 팀이었다. ㅣ 송상호

이날(8월 14일)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더웠다. 바깥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이런 악조건 날씨 속에서도 '평택호' 주변 하천에 사는 청소년 120여명이 일을 냈다. 그래서 그 청소년들 표현으로 '쌩고생'이었다. 심지어 더위를 먹고 힘들어서 저녁 식사도 못하는 사람도 생겼다. 이런 '쌩고생'을 그들은 왜 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을 이랬다. 1997년에 '평택호'에 모이는 하천들(수원천,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 주변에 사는 도시(안성, 수원, 용인, 평택, 오산) 환경단체들이 연합으로 실시한 최초 캠프였다.

오염으로 찌든 '평택호'를 살리는 초석을 마련해보고자 시작한 캠프다. 캠프를 실시했던 초반에는 뗏목을 만들어 탐사하는 등의 장엄한 역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8년 8월 14일. 이제 또 그 역사(2008 평택호 물줄기 청소년 공동탐사)의 열두 번째 마당이 시작된 것이다.

해마다 '평택호'에 모이는 하천을 한 군데 지목해 공동으로 탐사를 하는 형식이다. 올해는 안성에 있는 하천들이다. 그래서 캠프 장소도 안성에 있는 중앙대 캠퍼스다. 4개 도시 청소년(오산, 안성, 수원, 용인)들에게 이번엔 안성에 있는 하천들을 집중 탐사하라는 미션이 주었다.

▲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를 탐사하기 위해 족대로 물고기를 잡아 담는 중. ㅣ 송상호

▲ 지금은 잡아 온 물고기와 자료들을 보면서 조사하고 기록하고 촬영하는 중. ㅣ 송상호

사전 모임이나 준비부터 범상치 않았다. 11년 노하우도 노하우이려니와 참가하는 학생들도 만만치 않았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준비를 끝낸 팀도 있었다. 청소년 스스로가 안성천을 사전 조사하고, 서식하는 생물과 어류 등을 미리 조사해 놓은 것이다. 사전 모임에서 청소년들이 수질 검사하는 요령 등을 익히는 것도 기본이다.

10개 조로 구성된 팀들이 안성의 곳곳으로 출발했다. 그들의 호주머니엔 1인당 만원이 들어있다. 미션을 수행하면서 차비와 식사를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차비로 사용하는 팀, 전혀 차비로 사용하지 않은 팀, 식사로 냉면을 사 먹은 팀, 현지 주민들과 식사한 팀, 가져간 취사도구로 해먹은 팀, 식당을 찾지 못해 라면을 끓여 먹은 팀, 심지어 하수종말처리장(똥 처리장) 근처에서 식사한 팀 등 만원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은 가지각색이었다. 그 캠프에 참여한 학생이 초1부터 고2까지 연령 차이가 나는 만큼이나 다양했다고나 할까.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지정된 하천에 도착해 물고기를 잡아 하천 상태를 조사해보고, 사진을 찍어 수질 상태를 살펴보고, 가져간 약품으로 수질 검사도 해보고, 현지 주민들과 환경에 대한 인터뷰도 해보고 주변 주민들을 상대로 ‘사랑의 환경 서약서’를 받은 뒤 즉석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서약한 주민에게 기념으로 건네주는 운동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가 1시간~2시간 정도 소요되는 팀도 있었으니 청소년들이 이 캠프의 성격을 '쌩고생'이라고 규정한 것은 어쩌면 무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환경 사랑 서약서’를 받은 뒤 즉석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 서약한 주민에게 나눠주었다. ㅣ 송상호

▲ 가져간 준비물로 지금은 수질 검사 중. 청소년들의 표정이 아주 진지하다. ㅣ 송상호

이렇게 탐사해서 조사한 자료와 사진들을 숙소로 돌아와서 컴퓨터로 정리하는 작업도 만만찮았다. PPT로 작성해서 발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작성하는 시간이 2시간은 기본이고, 몇 시간이 소요된 팀도 있었다. 대충 할 법도 한데 참가한 청소년 그들에겐 '대충'이란 단어가 자리할 곳은 없었다.

그 다음날(15일)에 조별로 발표한 탐사 결과 브리핑은 기대 이상이었다. 환경단체에서 어른들이 조직적으로 조사한 것보다 신선했다. 가끔 보이는 서투른 면(보고서 제작, 보고서 발표 등)들이 오히려 생생한 탐사 보고의 생명이었던 게다. 준비된 사진들과 자료들이 한 장면 한 장면 넘어갈 때마다 시선이 집중되었다. 왜냐하면 바로 자신들의 생생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과 친구들의 재미있는 포즈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것이다.

이런 발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모두 방문한 곳은 '미리내' 성지. 요즘 한참 골프장 문제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강정근 신부(미리내 성지)와 만남, 그리고 미리내 성지 건물 안에서 시청한 방송 동영상(안성 골프장 문제) 등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1박 2일간의 캠프의 의미와 각오를 다지는 시간이 되었다.

이날 청소년들이 준비한 탐사결과 발표 내용 중에 한 팀이 총평으로 내놓은 문구가 이 캠프에 담긴 의미를 아주 확연하게 드러내주지 않을까 싶어 소개하겠다. 이들의 말대로 '의미 없는 고생'이나 '헛고생'이 아닐 거라는 확신을 해보면서.“우리의 '쌩고생'은 결코 의미 없는 '쌩고생'이 아니었다.”

▲ 탐사한 결과와 사진들을 PPT로 작성해서 조별로 발표 하는 중. 그들의 자료와 발표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ㅣ 송상호

▲ 마지막으로 미리내 성지 강정근 신부와 함께 청소년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ㅣ 송상호

* 이 행사는 지난 14일~15일 양일간 중앙대 안성 캠퍼스에서 이루어졌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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