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훈 기자(자료사진) ㅣ 에큐메니안

제가 속해 있는 한 인터넷 카페의 아는 분이자, 블로그 이웃되시는 분의 글을 처음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읽고 난 후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게 되어 이렇게 또 몇 자 끼적거려 봅니다.

이미 저를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제 몸이 육체가 건강한 사람들 편에 속하지는 않습니다(2살 때 소아마비를 앓게 되어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만큼 보통, 혹은 평범이란 단어에 집착 아닌 집착을 보이는 사람도 흔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주로 하고 살아왔습니다. “육체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건강하지 않으니 생각은 만큼은 보통 사람들보다 건강하게 가지고 살자!”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다보니 제 자신에 대해서는 늘 모자라고 아직 덜 되어 있는 듯이 생각하고 뭔가 보통이라고 불리는 기준에 맞추어 살려고 늘 바삐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 관념 같은 것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보통을 능가해야만 제가 살아갈 여지가 마련되리라는 생각에 이 세상을 상대로 버거운 투쟁을 혼자서 벌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딱 깨고 장애인들에 대한 보통의 국민 정서라는 것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때문에라도 기존의 제 생각이 과히 틀리거나 분에 넘치는 것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몸이 성치 않으니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런데 제가 뭐 짜다시리(경상도 방언, 특별히·많이)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깊은 것도 아니지만, 현대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책들을 읽어가면서 보통이나 평범이라는 것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푸코가 학교, 병원, 경찰서 등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짚어 가면서 현대가 가지고 있는 정신 병리적인 것을 규명하게 되고 이성이라는 것이 만들어 낸 환상을 깨게 됩니다. 쉽게 말해 보통 혹은 평범이라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에게 요구하는 통치 기준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렇게 표준을 정해 놓으면 그 뒤부터는 아주 손쉽게 통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준에 들어오는 사람과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을 구별해서 갈라놓을 수 있는 이점을 최대한 살린 것입니다. 전 이런 부분을 깨달으면서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 내가 왜 나 스스로를 표준에 못 미치는 지진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직 차이만이 존재하고 그 차이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화음만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구나” 하는 묘한 깨달음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 목발을 짚기 전 저 모습으로 온 동네 방네를 헤짚고 돌아다녔다.

세상에 정말 보통 혹은 평범의 기준이 있어서 모두가 이것에 맞추어 산다고 생각해 보면 어쩌면 정말 끔찍한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행동도 다르기에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은 사람들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온갖 화음들이 있기에 더욱 풍요롭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이런 차이의 화음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들 때문에 세상은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직 자기가 가진 가치관만이 옳고 보통이라고 주장하는 인간들 때문에요! 대표적인 인간이 이명박과 부시죠!

이렇게 차이가 있는 세상에서 제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있음이 오히려 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마음이 많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가 보이는 것이 행복합니다.

세상은 정말 차이가 있어야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납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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