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 여신도회는 9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80주년 기념 기장여성대회>를 열었다. l 김보람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 전국연합회(기장 여신도회, 이병희 회장)는 9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성령 안에서 생명의 빛을 노래하라!”를 주제로 <80주년 기념 기장여성대회>를 열었다.

여신도회는 “출애굽 은총에 노래와 춤으로 응답한 미리암, 메시아 잉태를 하나님 은총으로 노래한 마리아처럼 세기질곡을 극복하고 성령 안에서 평등·평화·생명을 노래할 것”이라며 “어려운 길이지만 선배의 노고를 기억하며 기꺼이 소수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여신도회는 이어 “양극화, 과학지상주의, 시장경쟁 등 21세기 도전 과제에 맞서 위기를 은총의 기회로 만드는 사명과 역할을 다할 것이며 가부장제를 극복하고 여성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세계교회와 연대활동도 이어갈 것”이라 덧붙였다.

▲ 각 지역 연합회가 개회를 알리며 깃발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ㅣ 김보람

▲ 한국염 목사, 김가은 장로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ㅣ 김보람

이날 대회는 이병희 장로(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장)가 사회를 맡아 영상상영과 기도, 말씀나눔·공연·성찬·결단과 파송 등을 진행했다.

특히 말씀나눔은 하늘의 말씀(성서봉독), 하늘과 땅을 향한 소리울림(성가대찬양), 땅의 이야기(여성·생명·평화 등 각 주제별 이야기나눔)로 나뉘어 기존 설교형태와 다른 새로운 형태로 진행했다.

평화를 주제로 한 이야기 나눔에서 길원옥 할머니(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13세 어린 나이에 위안소에 끌려가 해방 이후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 고생스러웠던 삶을 들려주었다.

길원옥 할머니는 “정대협을 알기 전까지는 부끄러워 숨어 살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내가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부끄러운 일을 한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이어 “이 자리에 나선 것은 여러분에게 전쟁 없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 다시는 나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 호소하기 위해서”라 말했다.

레티 마이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씨도 “피부와 언어, 종교, 생각이 다를지라도 모두 하나님 형상을 닮은 존엄한 인간”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지구촌을 만드는 일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소리꾼 김수미 선생은 ‘생명’을 주제로 한 이야기 나눔에서 직접 창작한 판소리 공연을 했다.

“그러자 그때에 하나님이 또 모세를 부르시는디. 모세야 안되겄다. 모세야 안되겄다. 지팽이를 들어라...(중략)...바다가 갈라진다. 쫙쫙쫙 갈라진다. 음마. 진짜 갈라져부렀소잉. 이리하야 하나님께서 백성을 구하시니 미리암이 썩 나서서 여자들과 함께 소구치고 춤을 추며 하나님을 찬양하네. 하나님께서 큰 일을 하셨으니 우리를 살리셨네. 얼씨구 좋네 지화자 좋아...(중략)... 내 딸 내 며느리 내 조카 내 동지 사랑하는 기장 여성들아. 이 기쁜 날 하나님을 찬양하고 성령 안에서 생명의 빛을 노래하여라.” - 땅의 이야기들 중에 '생명을 택하여라' 작창 판소리 가사

▲ 말씀의 전례 시간. "더불어 평화를 이루라"를 주제로 (오른쪽부터) 길원옥 할머니, 슈바이처 박사, 레티 마이투, 이강실 목사가 이야기 나눔을 진행했다. l 김보람

▲ "생명을 택하라" 소리꾼 김수미 선생의 작창 판소리 공연 모습.ㅣ 김보람

▲ "하늘과 땅을 향한 소리울림" 연합성가대가 찬양하는 모습. ㅣ 김보람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도 “지난 80년간 여신도 역사는 하나님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하나님이 만드신 역사를 분명히 드러내는 여신도회는 우리의 자랑이다. 앞으로도 세상과 한국교회를 온전하게 만드는 역사 현장에 나서달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그밖에도 윤길수 기장 총무, 윤응진 한신대학교 총장 등이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대회 전체 순서(개회-말씀전례-평화인사-성찬례-소식나눔-결단과 파송)는 예배 틀을 빌렸지만 그 안에 공연과 퍼포먼스 형식을 포함하여 80년을 기념하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하현정 전도사(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여학생회)는 “예배 틀 안에서 한국적인 문화 코드를 느낄 수 있어서 특히 흥겨웠다”며 “세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장 여신도회는 이번 대회가 “80년 역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열어갈 80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교회와 세상에서 생명을 택하며 더불어 평화를 이루는 기장 여성이 될 것”이라 취지를 밝혔다.

기장 여신도회는 1898년 2월 평양 널다리골 교회에서 63명 여신도들이 '부인전도회'를 결성한 것에서 시작하여 올해로 110년을 맞이하고 있으며, 전국연합회는 1928년 9월 조직되어 올해 80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 식전 야외 부스 행사로 각 연합회와 연합기관이 홍보 및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ㅣ 김보람

▲ 세대와 세대, 남성과 여성, 인간과 자연, 교회와 세계가 함께 하는 퍼포먼스. 한신대학교(대학원) 여학생회 회원들이 인간과 자연을 형상화한 퍼포먼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ㅣ 김보람

▲ 식전 행사로 익산 에덴교회 어린이 예크 몸찬양 선교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ㅣ 김보람

▲ "봉헌을 위한 춤" 하사딤 선교발레단 공연 모습.ㅣ 김보람

▲ 성찬식 모습.ㅣ 김보람

2008 기장 여성 선언문     ▲ 한국기독교장로회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80주년 기념 기장여성대회 l 김보람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의 20만 여성들은 오늘 이 자리에 모여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창립 80주년을 축하하고 새로운 역사의 출발에 동참하려 합니다. 지난 80년의 역사는 전국 각지에 있는 기장 자매들이 함께 걸어온 길입니다. 그 동행의 세월 동안 우리는 함께 울고 함께 웃었습니다. 이 땅에 선포된 복음은 깊은 어둠에 잠긴 역사를 깨우며 해방과 자유, 구원의 감격으로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을 열어주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80년은 바로 이 희망의 행진이었습니다. 이 행진에 기장여성으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20만 기장 자매들과 함께 해온 여신도회 전국연합회의 여정에 긍지와 기쁨을 느낍니다. 이제 새 역사를 시작하면서 기장이 태동하던 감격스럽던 처음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당시 교회가 바리새주의, 부적절한 교리논쟁, 교회와 신학의 사대주의, 당파적 고립주의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였을 때, '빗나간 한국교회사로부터 출애굽'하기 위해 기장은 탄생하였습니다. 우리 여성들도 이에 동참하여 "복음의 자유, 신앙양심의 자유, 자립 자조의 정신과 세계교회와의 연대" 정신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기로 결단하였습니다. 이런 결단과 동참은 오늘 "생명을 택하고 평화를 이루라(신30:19, 롬12:18)는 거룩한 사명으로 이어졌습니다. 생명을 택하고 평화를 이루는 일은, 불의에 맞서며, 반생명적 세력과 문화에 저항하는 어려운 길입니다. 이 모든 일에는 한 길을 걸어가는 자매들의 용기와 지혜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먼저 깨우치고 헌신함으로 모범이 되신 선배님들의 노고를 기억합니다. 저마다의 은사에 따라 생명과 평화의 길 만들기에 헌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령께서 함께 하심을 믿으며 고난 받는 사람들과 함께 기꺼이 창조적 소수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혼자인 듯이 두렵고 피하고 싶은 유혹이 많지만 서로 웃어주고 격려하면서 기장의 모든 자매들은 담대하게 함께 전진할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여성의 현실에 관심을 갖습니다.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가부장제는 그 뿌리가 깊고 견고해서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그 굴레와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우리를 자유하게 하십니다. 기장여성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여성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억압과 고통에 대해 물으며 그 부당함에 저항하며 주체적으로 세계 교회와 연대하며 탈가부장제 운동을 계속 펼쳐갈 것입니다. 이런 길닦음이 여성들 뿐만 아니라 남성들과, 자연을 포함한 하나님의 모든 피조물들에게 생명과 평화를 선물하고 창조세계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이제 우리 기장여성들은 80년 역사로부터 얻은 지혜와 능력으로 새로운 역사를 꿈꾸며 다시 힘찬 걸음을 내딛습니다. 심화되는 양극화, 생명 존중 없는 과학지상주의, 정의 없는 시장경쟁 등 21세기의 도전 앞에서 시대를 구원하는 사명과 역할을 새롭게 다짐합니다. 위기를 은총의 기회로 만들려고 합니다. 애굽으로부터 해방케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노래와 춤으로 응답한 미리암처럼, 메시아를 잉태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노래한 미리암처럼, 세기의 질곡들을 극복하고 성령 안에서 평등, 평화, 생명의 빛을 노래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정의·평화·평등의 생명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을 선언합니다. 2008년 9월 9일 기장여성대회 참가자 일동

김보람 기자  gimbo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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