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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 - 안병무 선생님의 신앙고백
정연복 기자 | 승인 2008.09.15 10:17

나는 부끄러움 없이 살지 못한다. 까닭은 이기성에서 탈피 못했기에! 나는 그리스도교도다. 그러므로 예수의 교훈이나 그의 삶이 나의 생각이나 삶의 기준이 돼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중에 무엇보다도 나를 사로잡은 것은 예수가 가난한 자, 눌린 자의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소외자들을 위한 사랑을 설교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 자기를 두고 거기서 자신의 동일성을 찾았다. 그는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헐벗은 자, 병든 자, 그리고 감옥에 갇힌 자를 자신과 일치시킨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 곳이 있고 여우도 굴이 있으나, 자신은 머리 둘 곳이 없는 길을 택했으며, 그런 행위가 마침내 집권자들의 비위를 상하게 해 정치범의 누명을 써서 처형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는 도저히 그를 모방도 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나의 부끄러움이며 잘못 산다는 콤플렉스의 근거다. 그러나 그에게서 나는 사람이 참 잘사는 윤리의 근거를 찾았다. 그 제1장은 눌린 자, 가난한 자, 억울한 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이것이 더불어 잘살기 위한 기초다.

세력들이 횡포를 부린다. 약한 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바로 약하기 때문에 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부한 기업주들의 횡포에서 서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당한다. 공장에서는 품팔이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보수를 받지 못하고도 해고가 무서워 손발이 묶여 있다. 웃음을 팔고 몸을 판 돈을 포주들이 가로채도 침묵해야 한다. 불우한 가정에서 났기에 남의 집 식모로 있어야 하는 소녀들이 주부들의 횡포에 받을 돈도 제대로 못 받고 오히려 매질을 당한다. 부모 없는 어린것들에게 돌아갈 양육비를 가로채는 악덕 '자선'사업가들 때문에 고아들은 배를 주린다. 당하는 자들은 이미 결박된 상태이기에 제 권리를 찾을 길이 없다.

이런 사실들을 외면하고 종교니 사상이니 떠드는 것은 거짓말이다. 정말 인류의 사랑을 그 중심으로 하는 종교라면 바로 그런 이들의 대변자가 되고 그들의 인권을 찾아주어야 한다. 고발운동, 악덕상품의 불매운동, 억울하게 투옥된 자들을 위한 해방운동은 바로 종교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종교의 본뜻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은 설득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존중하며, 그렇기 때문에 폭력으로 하는 싸움은 반대한다. 인권운동은 폭력적 혁명을 사전에 저지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아무리 화급해도 해방운동은 이성에 호소해야 한다. 그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이 호소는 중단할 수 없다. 일의 성패는 내가 결정할 수는 없다. 나는 그저 심으련다. 내가 거두기까지 하겠다고 서두를 때, 사랑의 운동은 폭력운동으로 둔갑된다.

예수는 바로 가난하고 눌린 자와 자기를 일치시키는 데 삶의 뜻을 제시했다. 그러므로 나도 나의 생의 의미를 이런 데서 찾으려고 한다. 눈앞에 있는 형제의 수난을 외면하고 천국으로 향하는 직통로는 없다. 남이야 어떻든 내 영혼의 구원만을 위해 발버둥치는 자들이 만일 종교인이라면, 그건 종교적 이기주의자다. 이런 이기적인 자들이 수용되는 곳이 천국일진대 나는 거기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겠다. 그런 곳에 예수가 있지는 않을 터이니까.
(안병무·민중신학자, 『옳은 민족 옳은 역사, 한길사』, 1985년, 39-41쪽.)    
  

 

정연복 기자  pkom545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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