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정치를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l 안규백 민주당 의원실

국방부가 역사사실을 왜곡하며 미군정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찬양·미화하는 ‘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낸 것이 확인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안규백 민주당 의원 요청으로 국방부가 제출한 ‘고교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개선요구 부분’(6월14일)문건에서 드러났다. 요구안은 19세기말부터 전두환 정권까지 역사기술 전반 수정을 요구했다.

역사를 거짓으로 기록하라는 국방부

특히 ‘미군정’에 대해서는 “언론·종교·결사 집회 등 각종 자유민주체제의 기본권을 폭넓게 보장하여 한국이 자유민주사회로 가도록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현행교과서(금성출판사)는 이와 관련, “소련군은 북한 주민들이 세운 건국준비위원회를 대부분 인정하였다. 미군정은 한국인의 자치적인 행정과 치안활동을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일제하에서 일했던 친일관리들을 계속 채용하였다”고 역사 사실을 밝히고 있다.

요구안 교과서 단원제목만 살펴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요구안은 단원 제목 ‘이승만 정부의 독재화’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시킨 이승만 대통령’으로 승격시켰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은 ‘민족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으로,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저항’을 ‘전두환 정부의 공과와 민주화 세력의 성장’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이어 북한은 “60년에 걸친 부자세습, 개인숭배 통치체제는 세계에서 유래 없는 폭압전제 체제이며,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체제”라 강조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6.25전쟁은 한반도 남쪽까지 공산체제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공산주의 체제의 확산 전쟁”이라며 반북 반공 대결을 부추겼다.

이에 따라 제주 4.3항쟁도 “남조선노동당이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의 연장선에서 일어났으며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진압과정에서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이 되었다.

“이 대통령도 4.3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했다” VS “4.3은 좌익무장폭동 맞다”

한편 김두연 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19일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과거 정부가 사과도 하고 진상보고서까지 작성한 상황에서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작태”라며 “요구안 철회와 이상희 국방장관 파면”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3월2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4.3공원을 방문, 헌화분향하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4.3의 역사는 되돌릴 수도 바뀔 수도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두환 정권 미화 부분’관련 요구는 취소했지만, “제주4.3사건은 좌익무장폭동이라는 것이 기본입장”이라 밝혔다.

그는 “제주4.3사건에서 무고하게 피해입은 희생자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그러나 무고한 희생자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문제와 사건의 기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별개문제”라 주장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방부는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사실마저 왜곡하려는 황당한 요구를 당장 철회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튼튼한 국방’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전두환 시절 악명을 떨친 ‘하나회’ 부활이자 역사에 대한 쿠데타”라며 “국민의 일반 상식을 뒤집는 행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밝혔다.

이철우 기자  cybered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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