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주 영국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가 자신이 알콜중독자임을 고백하면서 당수직에서 사임하면서, 영국의 음주문화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떤가요?

 새해 벽두부터 영국 정치에 예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영국의 제 3당인 자유민주당의 찰스 케네디 당수가 솔직히 자신이 알콜중독 상태라서 당수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당수직에서 사임해 버렸습니다.이를 계기로 뉴욕타임즈는 영국의 독특한 음주문화에 대해 상세한 기사를 실었는데요, 기사를 읽어보면서 술에 관해 영국과 우리나라가 비슷한 점이 많아 놀랬습니다.

 유럽에서는 원래 영국사람들이 술 좋아하는 국민들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하는데요, 생각해 보면 스카치 위스키니, 진이니 하는 유명한 술들이 모두 영국 술입니다. 물론, 맥주도 유명한 것들이 많죠.

 유럽에 영국을 놀리는 이런 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두가지 이유 때문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과 토론을 하는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를 절대 발견할 수 없다. 첫번째 이유는,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가 없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카페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신문과 책을 읽는 사람들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영국에서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고, 펍(Pub)이라고 하는 선술집에서 시끌벅적하게 술마시는 모습을 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Q. 영국에서는 술마시는 것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면서요? 어느 정도인가요?

 네, 영국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만 제대로 한다면 대낮에 술을 마시는 것도 허용합니다. 물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이번에 케네디 자민당 당수가 사임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단서를 못 지켰기 때문입니다.케네디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알콜중독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것이 너무 심해져서 기자들이 질문하는 것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빈번해 졌고, 중요한 의회 모임에도 자주 불참하면서, 결국 이번에 공식 사임을 하게 된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술을 잘 마시면서도 공무를 잘 수행한 정치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는데요, 과거 소(少)피트 수상은 매일 1-3 병의 포트 와인들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처 총리 정부에서 장관을 했던 알런 클라크(Allen Clark)는 동료들과 와인을 세 잔이나 마신 후 의회에서 연설을 했는데, 이 연설문 안에 자신의 당이 그에게 강요한 문구가 있자, 공개석상에서 이 문구를 조롱했다가 당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치의 불문률 중 하나는 절대로 상대방에게 ‘당신 취했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1945년에는 ‘당신 취했어’라는 모욕이 의회내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클라크 장관은 장관직에서 잘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윈스턴 처칠은 매일 하루를 위스키 한잔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 1960년대 노동당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했던 조지 브라운도 술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페루에서 공식 리셉션을 열었는데, 술이 취한 브라운 장관은 자주빛으로 치렁치렁한 옷을 걸친 참석자에게 함께 춤을 추자고 손을 내밀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참석자가 이 제의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첫째, 당신은 너무 취했다.” “둘째, 지금 나오고 있는 곡은 왈츠가 아니라 페루 국가다.” “셋째, 나는 여성이 아니라, 페루 수도 리마의 가톨릭 대주교다.” 이 정도가 되어도 장관직에서 잘리지 않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그리고, 영국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술집을 옮겨다니면서 술 마시는 문화가 있는데요, 지난 가을 잉글랜드 크리켓 대표팀이 숙적인 호주 대표팀을 격파하고 나서 36시간 동안 폭음을 했다고 하는데요, 수십 군데의 술집들을 순례하면서 약간의 물의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일이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특종이 되었지만, 모두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 대표팀 편이었다고 합니다. “일만 제대로 한다면 모든 것은 용인한다”는 영국 문화때문입니다.

Q. 이런 음주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뉴욕타임즈는 어떻게 평가하던가요?

일단 뉴욕타임즈는 영국인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부유럽에서 영국사람들이 알콜성 간질환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가장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역시 과음은 건강에 치명적이죠. 이 정도 말고는 뉴욕타임즈의 특별한 평가는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큐의 이야기를 떠올렸는데요, 그는 자신의 주저인 “법의 정신”에서, 추운 지방 사람들이 몸을 덥히려고 술을 많이 마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관찰을 하는데요, 이렇게 추운 지방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똑똑하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남성들이 술에 절어 살아 지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성들이 지성에서 남성들을 압도해 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똑똑한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습니다.아마도, 영국의 술문화도 바이킹 침공 이후 북방계 노르만 민족의 문화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어쨌건, 우리나라도 과음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친한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건강을 해쳐가면서, 그리고 자신의 해야 할 일을 망쳐가면서까지 술을 마셔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
김동규 님은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