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이야기
"우리들의 '삼촌'은 '큰 바위 얼굴'이에요."안성에서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율적으로 이끌어가는 Aux Studio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11.10 12:00
 
  
▲ '삼촌'과 '조카' '삼촌(오른쪽)'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박정윤 군(왼쪽)은 군대를 제대하고 난 후 '삼촌'과 함께 이 스튜디오에서 동역을 하고 있다. 그는 '삼촌'을 자신의 '큰 바위 얼굴'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송상호
AUX STUDIO

 

 

뮤직 스튜디오를 말하면서 웬 삼촌? 그렇다. 여기에 가면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모두 그를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삼촌이라고 부른 지 오래다. 간혹 '형님'이라 부르는 장난기 많은 소녀들도 있다. 엄연히 대외적으로는 'Aux Studio 대표 김선기'라고 되어있지만 말이다.

 

안성에서 밴드 악기를 좀 다룬다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삼촌은 여전히 지금도 함께하는 전설로 통한다. 사실 'OO계의 대부'라는 말이 흔히 사용되곤 하지만, 이 삼촌에게 이 말을 붙인다고 해서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 모든 호칭을 대하면 사실 본인은 쑥스러워 할 게 분명하겠지만, 그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들어보면 누구라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게다.

 

 

친조카 친구 만들어주려다 더 많은 조카 얻었다

 

  
▲ 조카들과 함께 그들은 단순히 밴드 연습만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젊은 시절을 함께 웃고 함께 웃는, 그런 막역한 사이였다. 덩치큰 '조카'들이 '삼촌'의 든든한 후원자들이자 동역자들이다. 사진은 멤버들이 MT를 간 것이다.
ⓒ Aux Studio 제공
AUX STUDIO

 

 

김 대표는 지난 2000년, 조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던 가게 근처에 컨테이너박스를 가져다 놓고 그곳을 밴드 연습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가 청소년 시절,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접었던 '밴드의 꿈'을 조카와 그 친구들에게 선물한 셈.

 

그렇게 세월은 흘러 6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입소문을 전해들은 청소년들이 모여들었다. 이후 그는 운영하던 가게를 접고 지난 2006년 5월, 지금 스튜디오가 있는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전적으로 뮤직 스튜디오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여기에 들어가는 제반 운영비용은 상당부분 김 대표의 사비와 청소년들의 회비로 충당된다.

 

지금은 거의 매일 이곳이 시끌벅적하다. 하루 30~50명의 청소년들이 이곳을 찾는다. 밴드 단체 연습과 개인 연습 때문이다. 입소문, 그것 무섭다. 밴드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 사이에선 "거기 가면 우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대"라고 벌써 소문이 나있던 게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대표인 김씨도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다. 예전에 이곳에서 삼촌과 함께 동고동락 했던 청년들이 이곳의 운영진이고 후배 청소년들은 회원이 돼 적극 동참한다. 참가 청소년들도 토요일마다 이루어지는 회의에 자율적으로 동참한다. 모든 것이 회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회의 결과, 예산 집행, 연습 일정' 등은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여기 오는 청소년들은 그래서 모두 주인이 된다.

 

 

'삼촌', 안성청소년 문화를 디자인하다

 

  
▲ 기타 스튜디오 안에 진열된 기타들은 그동안 수많은 '조카'들의 손 때가 묻었을 것이다. 조금 있으면 있을 연습시간에 또 '조카'들 중 누군가의 손에서 연주될 예정이다.
ⓒ 송상호
AUX STUDIO

 

 

어떤 일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최상의 에너지가 발휘되는 법. 2007년 한 해 동안 13번 전국대회에 나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올해는 전국규모대회와 국제대회에 참가해 모두 본선에 진출했고 입상까지 하는 쾌거도 이뤘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지난해의 패인을 분석하고 노력해 이뤄낸 작은 열매들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7월 50개국이 참가한 '국제청소년 여수 페스티발’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것은 큰 수확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해서 전국규모의 대회에서조차 본선에 진출하고 입상하게 되니 자연스레 팀원들은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입소문이 잘나는 것도 당연지사. 여기에 참여하는 청소년들도 신이 났다. 안성시내권에 있는 8개 밴드 팀 중 무려 5개 팀(일루션, 아날로그, 뮤즈, 억스, 포커스)이 여기에 속해서 연습과 실전을 치르고 있단다.

 

사실 이곳의 정체는 '밴드 학원'이 아니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연습실만도 아니다. 물론 올해 안에 교습소 형태를 갖춘다는 실질적인 계획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곳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김 대표의 말에 의하면 '비영리 청소년 단체'로 성장해가는 것이 이곳의 비전이라고 한다. 끼와 꿈을 발산하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와서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이곳의 비전인 게다. 지금같은 속도라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 '삼촌'의 예상이다.

 

 

'삼촌'의 든든한 배경은 수많은 조카

 

  
▲ 연습 중 '삼촌'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소녀 밴드 '일루션'이 지금 연습 중이다. 이렇듯 이 스튜디오 안에서는 김선기 대표와 청소년들 사이엔 이미 벽이 없다.
ⓒ 송상호
AUX STUDIO

 

 

알고 보니 이곳의 원동력은 따로 있었다. 지난 6~7년을 함께 해온 '예비역 조카'들 때문이었던 것. 지난 시절 악기를 배우려고 '삼촌'과 동고동락했던 청년들이 이제 군을 제대했거나 대학인이 되었거나 직장인이 되었어도 이 스튜디오의 운영진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조카'들이 무려 20여명이 된단다. 그들이 지금의 스튜디오 내부도 함께 만들었다고.

 

이 청년들 중에는 학창시절 소위 '날라리'로 소문났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여 대학에도 당당히 진학한 청년도 있다. 이 일 때문에 놀란 것은 그 청년의 부모였다고. 이로써 이 스튜디오는 '성적'과 '대학진학'을 중요시하는 요즘 부모들의 걱정을 잠재웠고, 어른들로부터 신뢰감도 얻게 되었단다. 여기서 키운 자생력과 자신감이 대학진학과 사회생활에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여기가 얼마나 편안하고 '삼촌'이 얼마나 좋았으면 군대에서 휴가 나온 '조카'들이 자신들의 집을 놔두고 여기에 와서 죽치고 생활을 할까.

 

 

우리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시종일관 '동감'을 표시하던 박정윤씨는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하고 왔다. 본격적으로 '삼촌'과 함께 하고 싶어서다. 그가 말했다. "나도 삼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다른 일 마다하고 이 일에 전념하고 있다. 삼촌은 나의 큰 바위 얼굴이기 때문이다."

 

아하, 이제야 알겠다. 삼촌의 힘은 전적으로 수많은 '현역 조카'들과 '예비역 조카'들의 힘이었던 것을. 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며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삼촌'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던 게다. 마흔이 다 되도록 홀로 사는 지금도 '인재양성'이라는 이 단어만 들으면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삼촌'이 바로 안성 '조카'들에게 '큰 바위 얼굴'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5일 안성시 연지동에 있는 Aux Studio(031-676-0601)에서 이루어 졌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상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19 한국기독교회관 503호  |  제호 : 에큐메니안
대표전화 : 070-4252-0176  |  팩스 : 0303-3442-0176  |  등록번호 : 서울 자 00392  |  등록일 : 2012.10.22
발행인 : 홍인식  |  편집인 : 이정훈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인식  |  E-mail : webmaster@ecumenian.com
Copyright © 2023 에큐메니안.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