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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값만도 못한 소, 팔면 밑지는 소"안성 '초원농장' 총각 대표가 들려주는 우리나라 육우 축산 현실
송상호 기자 | 승인 2008.12.22 12:32
 
 
 
 
 

 '개 값만도 못한 소, 팔면 밑지는 소'. 바로 이 두 표현이 현재 우리나라 육우 축산가를 대변하는 아주 적합한 표현일 듯싶다. 오죽하면 안성 지역 신문에 '송아지 3만원, 개 값만도 못한 소 값'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겠는가. 실제로 요즘 홀스타인(얼룩소) 송아지 한 마리에 3~4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니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소 키워서 자녀 대학 시킨다는 것은 벌써 까마득한 전설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 축산가의 현실이다.

 

소 팔면 밑지는 이유

 

  
▲ 육우 '육우'라고 불리는 홀스타인은 호기심도 많아서 사람이 오면 자꾸만 쳐다본다.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를 소들이 모두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다.
ⓒ 송상호
홀스타인

 

 

사실 소를 팔면 밑질 수밖에 없는 축산가의 현실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수입 쇠고기 개방으로 인한 '쇠고기 가격 폭락'에다가 원유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료 값 폭등'이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소 값은 곤두박질치는데 사료 값은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

 

실제로 사료 값이 올해만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올랐으니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소 한 마리당 소요되는 비용이 다 키운 소 한 마리 값보다 더 비싸다는 이야기다. 올해 12월 9일자 안성신문에 의하면 육우 한 마리당 90만원을 손해 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리당 투자  비용이 마리당 소 값보다 90만원 더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이런 현실은 광우병이 이렇고 저렇고 하다가도 저렴한 수입쇠고기가 들어오니 불티나게 사가는 일반시민들의 대세(?) 때문에 축산농민들을 더 가혹하게 만들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사실 불티나게 팔리는 수입쇠고기 때문에 타격을 입는 것은 육우 축산 농가뿐만 아니다. 돼지고기 가격과 비슷한 값싼 수입쇠고기 탓에 돼지고기 사먹을 돈으로 쇠고기를 사먹는 시민들이 늘어나니 돼지 축산 농가도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육우도 엄연히 '우리나라 소'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은 육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사실 육우란 소위 '젖소'로 알고 있는 얼룩소(홀스타인) 중 수소를 말한다. 암소는 젖을 짜내는데 사용되지만, 수소는 키워서 고기로 사용된다. 하지만 수입 쇠고기를 개방하면서 '한우'를 '우리나라 소'라고 보호하려고 관민이 애쓰고 있는 반면, 육우는 늘 뒷전인 게 사실이다. 1902년에 프랑스인 쇼트에 의해서 우리나라에 보급되기 시작한 홀스타인(얼룩소)은 이젠 엄연히 우리나라 소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 식사 중 정동성 대표(초원농장)가 지금 육우들에게 건초를 주고 있는 중이다. 건초 또한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것이어서 가격이 만만 찮다고 한다. 이런 소들의 식사시간을 맞추느라 쉬는 날도 없고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 송상호
초원농장

 

예를 들자면 '버스, 라디오, 피아노' 등이 원래는 영어였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계속 사용됨으로서 '외래어'라고 하는 우리말로 정착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말하자면 홀스타인의 원산지는 네덜란드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 농민들이 계속 키웠고 우리 국민들이 이용해왔으니 엄연히 우리나라 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젠 네덜란드의 ‘홀스타인’이 아니라 ‘육우’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그런 소인 것이다.

 

또한 실제로 전문가들조차 맛을 보고는 '한우와 육우'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오히려 육우가 한우보다 더 부드러운 육질이라는 견해도 만만찮게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키운 우리나라 소이기 때문에 고기 맛도 한우와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살아남는 놈으로 남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초원농장(경기 안성 금광면 내우리)의 정동성 대표(30세)는 육우 가격 파동의 산 증인이다. 원래 컴퓨터 공학도였던 정 대표는 병환중인 부친을 도우려고 2006년도 초에 농장 일을 거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2006년도 말에 별세한 부친의 뒤를 이어 이젠 초원농장의 어엿한 대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에 의하면 2006년도 처음 이 농장을 맡았을 때만 해도 육우 한 마리 값이 400~500만원까지 받았지만 지금은 한 마리당 280만원 내외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소가 얼마나 환경에 민감한 동물인지 몰라요. 안성에서 서울 가락동 시장으로 소를 출하하려고 차에 실고 가면 10~20kg이 1시간 여 만에 감량되죠. 갑작스럽게 달라진 주변 환경 때문에 소가 스트레스를 받은 거죠."

 

이런 소의 성질을 잘 아는 정 대표는 우리의 바닥이 청결하도록 최대한 신경 쓴다. 바닥이 깨끗해야 소가 앉아서 잘 쉬고 스트레스도 덜 받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소 값 결정'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지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기에 최선을 다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 정동성 대표 아직 총각인 정동성 대표는 하루 종일 소와 함께 있다보니 어떤 날은 상대할 사람이 없어 말을 한마디도 안하는 날도 있다고 한다. 소 값 파동만큼이나 지독한 외로움과의 싸움도 해야 한다고.
ⓒ 송상호
정동성 대표

 

사실 소들의 식사시간을 맞추느라 쉬는 날도 없다.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한다.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말할 상대가 없어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아직 총각인 정 대표에겐 소 값 파동과 싸우는 만큼 지독한 외로움과도 싸워야 한다. 그렇다고 주위에서 자꾸 권유하는 것처럼 포기할 수도 없다. 농장 유지를 위해 투자한 돈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살아남는 놈으로 남고 싶어요"라고.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8일 초원 농장(031-673-2252)에서 이루어졌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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