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과 왼손의 서로 다른 용도

설을 맞을 때마다 생각나는 힘들었었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오래 전에 자녀들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갈 때마다 자녀들을 달래야만 했던 사실이다. 부모를 방문하려 농촌에 갈 때마다 어린 자녀들은 재래식 변소 문제 때문에 용변 문제로 고민하였다. 어린 자녀들은 설이 되어 시골에 가면 많은 세뱃돈을 받는 것은 좋지만, 서울에서 수세식변기에 익숙했던 그들이 재래식변소로 용변을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때 시골의 변소는 대부분 용변을 뒷간에서 보면 본인이 직접 그것을 재로 덮어야 했다. 또 때로는 똥통에 튀는 자신의 변으로 인해 아예 변소에 가는 것조차 겁을 내기도 했다. 지금 일부에서는 재로 용변을 덮은 것이 친환경적이어서 수세식보다 좋다는 말도 하지만, 어린 자녀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심한 고통이어서 심지어는 밥을 먹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화장실 문제는 비단 어린 자녀뿐만 아니라 우리도 외국에 나가서 어려움을 겪게 될 때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경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1월 9일부터 18일까지 인도네시아로 쓰나미 피해복구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었다. 이 때 나는 청년 15명을 인솔하고 인도네시아 반도 아체로부터 니이스 섬까지 여러 피해지역을 돌보면서 피난민 캠프는 물론이고 직접 우물파기, 건축공사 지원, 김매기 등을 청년들과 함께 하였다.

첫날 인도네시아 메탄에 밤 8시에 도착하여서 겪은 일이다. 원래 예정에는 메탄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였는데, 현지 사정으로 인해 저녁을 먹고 곧바로 반도 아체로 자동차로 이동하였다. 저녁을 잘못 먹었는지 급하게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마침 물건을 사느라고 차를 멈춘 동안에 그 가게 집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변기 앞에 양철로 된 기다란 통이 있어서 도저히 변기에 앉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결국 그 양철통 밑으로 기어들어가다가 양철통을 떨어뜨렸다.

변기에 앉아서 보니 그 양철통은 빗물을 받아서 큰 물통에 이어주는 것이었다. 다시 얹어놓으면 될 것 같아 염려하지 않게 되어 기분 좋게 용변활동을 하였다. 그런데 미처 급하게 들어오느라고 화장지를 준비하지 못했다. 변소에는 아무리 보아도 화장지는 보이지 않고…. 결국 옛날의 경험을 살려 변기 옆에 있는 물통에서 그릇으로 물을 떠서 왼손으로 세척해야 했다.

그런데 손으로 해결하면서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한국에서 수세식변기에서 세척기를 사용하거나 화장지를 이용할 때와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 부드럽고 시원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도록 느낌이 좋았다. 이러한 기분 좋음으로 인해서 인도네시아 체류기간 동안 변을 본 후 항상 손을 이용해 물로 세척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변소는 거의 대부분 이렇게 물을 이용하도록 구조가 편리하게 되어 있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물은 항상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메탄에서 니아스로 비행기로 이동한 후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비록 쓰나미가 지나가서 군데군데 큰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있었지만, 바닷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경치를 감상하느라고 일부러 해변가 식당을 택했는데.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냥 밥과 반찬만 접시에 주고 숟가락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분들을 보니 그냥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대부분 해외여행이 처음이라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인도자들이 오른손 손가락을 이용해서 이미 식사를 시작했는데, 우리들만 숟가락을 달래기도 쉽지 않았다. 안내인들이 접시에 함께 놓인 밥과 반찬을 어찌나 맛있게 뭉쳐서 먹는지 우리도 그렇게 손으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먹는 것이 어색했지만, 차차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김장할 때 손으로 맛을 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후부터 손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것에 아무런 부담이 없게 되고 더 맛있게 손가락으로 음식 맛을 음미하게 되었다.

귀국 후 오른 손으로 식사하고 왼손으로 용변 후를 처리하는 것은 실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무리 그것이 좋아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고 왼손으로 용변 후를 처리한다면 대부분 이상하게 볼 것이다. 우리가 볼 때에는 이상하지만, 그 나라에서는 그 나라의 독특한 역사적, 지리적 요인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뿐이다.

한 때 양력을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설을 민속의 날로 지정해서 약식으로 지켰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위적인 조치로는 문화적 유산을 쉽게 고칠 수 없는 것이다. 서민들을 중심으로 계속 이러한 음력설을 지내자 결국 다시 설로 지키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여건상 그러한 절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주노동자의 문화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것을 선악, 또는 옳고 그름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좋겠다.

최정의팔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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