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성탄절 메시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 2:14)

2008년 성탄을 맞이하면서 우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소속 목회자들은 성탄전야에 울려 퍼졌던 천사들의 찬양을 묵상하며 어두운 시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 구유에서 태어나심으로써 실패와 절망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사회적 약자들에게 참된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2008년 성탄절, 아기 예수의 평화의 소식이 온누리에 펼쳐지기를 소망하며 다음과 같이 성탄절 기도를 올립니다.

성탄은 민족의 평화를 선포하는 복음입니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는 60여년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가 통일을 기도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용서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휴전이라는 전쟁상태 속에서 여전히 승리만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개성과 금강산에서 피어오르던 평화의 꿈은 단한번의 정치적 변화 앞에 힘없이 꺼져버릴 것 같습니다.

성탄의 메시지는 평화라는 사실을 그리스도인 모두 함께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전쟁과 경쟁의 승리를 통한 통일을 위해 기도했다면 회개합시다. 그리고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시다.

성탄은 사회적 약자들이 기뻐하는 복음입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절망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빈곤의 악순환도 여전합니다. 1%의 부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절규는 끊이지 않고, 한국타이어에서는 100여명의 노동자들이 죽어가도 교회와 사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성탄은 성전과 제사장들에게도 소외되었던 약자들에게도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광야의 목자들에게 ‘기뻐하라’는 첫 소식이 전해졌던 것처럼 두려움과 절망 속에서 호소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기쁨의 소식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특별히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성탄은 민주주의를 향한 전진입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다수의 횡포만이 남아있게 되었고 국민들의 기본권이 제약되는 여러 악법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권력에 의해 역사 교과서가 왜곡되고 다시 공안기관들의 음습한 기운이 국민생활을 옥죄려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양심적인 교사들을 교단에서 강제적으로 몰아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탄은 헤롯왕의 악행을 고발함으로써 민에 의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힘겹게 이룩한 민주화를 부정하고 역사를 어둠속으로 몰고 가려는 모든 시도가 중단되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평화와 민생, 민주주의는 우리 시대 모든 정파, 모든 이념을 넘어서는 가치입니다. 이 가치들을 소홀히 하면 우리 모두 불행한 역사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절기에 평화를 거부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외면하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사회 기득권층,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맹성과 회개를 촉구합니다. 이제 그만 가던 길을 멈추고 돌이켜 하늘의 뜻을 깊이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유난히 힘든 2008년 한해였습니다. 그만큼 하늘의 위로가 절실한 성탄절을 맞고 있습니다. 힘든 한해를 보낸 모두에게 더 큰 하나님의 은총이 풍성한 성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2008년 대림절기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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