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네팔 국왕이 친정 쿠데타로 절대왕정을 복원한 것이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데, 이에 맞선 민주화 세력의 결집이 가시화되고 있다죠?

네, 에베레스트산으로 유명한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나라입니다. 남쪽으로는 인도가 있고, 북쪽으로는 중국이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라가 현재 진통을 앓고 있는데요, 그것은 갸넨드라 국왕이 지난 해 2월에 내각과 의회를 해산하고 군대를 동원해 과거의 절대왕정을 복원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정당들과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70%를 장악한 마오주의자들, 즉 모택동주의자들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인낸셜 타임즈는 네팔의 절대왕정이 네팔 국민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면서, 파라스 왕세자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는, 이 파라스 왕세자가 왕궁에서 한번 나와 외출을 할 때마다 네팔은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파라스 왕세자가 할리-데이빗슨 오토바이 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왕세자가 오토바이를 즐기기 위해 카트만두 시내로 나올때면 경찰들이 시내 전체에서 교통을 통제해 자동차들이 꼼짝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만큼 절대왕정의 횡포가 심하다는 이야기죠.

이런 식으로 네팔 왕정의 횡포가 계속되자, 지난 11월 17일, 마침내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마오주의자들과 정당들이 절대왕정에 맞서 ‘절대적 민주주의를 회복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그리고, 오는 2월 8월로 예정된 총선을 보이콧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번 총선은 갸넨드라 국왕이 자신의 친위 국회를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총선이라는 판단에서 입니다.

Q. 민주화에 합의한 정파들 간에도 입장차이가 심할텐데요.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기존의 제도권 정당들과 마오주의자들간에 심각한 차이가 존재했지만, 일단 지난 11월 합의에 의해 표면적으로는 차이가 해소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기존 제도권 정당들은, 네팔공산당만을 제외하고, 앞으로 민주화를 달성한 이후에 건설할 헌정질서로서 공화정보다는 왕가를 온존시킨 입헌군주정을 선호했고, 이에 반해 마오주의자들은 왕가를 폐지시키고 공화정을 건설할 것을 주장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11월의 합의문을 살펴보면, 공화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대신 ‘절대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주로 쓰이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마오주의자들도 한발 양보해서 왕이 의전적 역할만을 수행하는 입헌군주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식으로 합의를 한 것이 아닐까라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분석했습니다.

Q. 네팔 국내의 상황만을 본다면, 절대왕정이 머지않아 붕괴될 것을 보이는데, 중국과 인도와의 관계를 본다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다죠?

네, 역시 정치라는 것이 복잡한 측면이 많은데요, 네팔의 주요 정당들과 국민들은 분명히 절대왕정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주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분명합니다.하지만, 인도와 중국에서는 네팔 국민들과 생각이 다릅니다.

먼저 인도의 경우를 보면, 첫째, 인도는 네팔이 어떤 체제로든지 안정화되는 것을 원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젖줄이라고 하는 겐지즈 강이 네팔에서 시작해서 내려오는 것인데, 혹시라도 이 겐지즈 강의 물공급이 네팔의 정치적 혼란에 의해 교란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는 앞으로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급이 골치거리인데요, 네팔이 낙차가 큰 계곡이 많아서 이것을 수력발전에 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데 네팔 내정의 안정이 꼭 필요한 사항입니다.

또, 네팔에서 좌익 마오주의자들이 승리하게 되면, 인도 북부지방의 극좌 나할주의자들을 자극할 위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도 동북부 지역의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네팔 왕가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들은 오래된 이 네팔 왕가가 인도 3대 신 중 하나인 비슈누 신에서 유래된 집안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들의 여론 때문에 함부로 네팔 왕정에 반대할 수 없는 겁니다.

중국의 걱정은 하나인데요, 바로 자신들이 통치하고 있는 티벳지역이 네팔에 이웃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티벳과 네팔은 종교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는데요, 혹시나 이 네팔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어 티벳에서도 베이징 정부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난 해 중국정부는 네팔왕가에 18대 트럭분의 무기와 탄약을 지원했습니다. 노골적인 개입인 셈입니다.그러니까, 중국은 예상과 달리, 네팔의 마오주의자, 즉 모택동주의자들에 적대적인 것입니다.

네팔 왕정은 왕정의 보존을 위해 과거에도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잘 해왔는데요, 과거 1962년 중국이 인도를 침공했을 때 네팔은 중국에게 길을 내어준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도 역시 네팔왕가를 섭섭하게 할 수가 없습니다. 섭섭하게 하면, 또 중국쪽에 붙어 그런 일을 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음 달 총선에서 평화적인 민주화 혁명이나 타협이 이루어질 지 아니면 중국의 지원과 인도의 방관에 힘입어 네팔왕정이 강경책을 선택함으로써 피의 격돌이 벌어질지, 네팔은 중대한 기로를 맞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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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님은 외무고시, 외교통상부를 거쳐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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