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지만, 성탄절, 결혼기념일,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하여 법원의 허락을 받아서 미국에 다녀왔다. 여중생 범대위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막상 여중생을 치어죽인 미군 당사자는 무죄로 선고되었고, 그 범인을 한국 법정에 세워 공정한 처벌을 받게 해야한다고 주장한 한국 여중생 범대위 간부들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것이다.

여중생 범대위의 간부들이 유죄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항고를 하였다. 그리고 평택 범대위에서 내가 외국에 가 있는 관계로 참석치도 않은 집회에 집회신고를 냈다는 이유로 검사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사의 허가도 필요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국내신문이 미국에서 활개치는데...

이번 미국행 여행에서 재미 한국언론은 대체로 보수적이고 우익적 성향이 깊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미래 한국]이란 신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신문은 국내 강남구 역삼동에 본사를 두고 있고 판매 부수도 그렇게 많지 않아 대게 뉴욕 음식점 같은 공적인 데서 공짜로 얻을 수 있을 정도이다.

미주에서 12월 19일자의 이 신문은 <科學法 날치기 통과로 저항 확산>이란 머리기사와 "시대를 보는 눈”이란 박스 기사이고 발행인 겸 편집인 김상철(金尙哲)의 란에서 <全敎祖 세상>이란 해설이 실렸고 <“反美세력 타도” 7천여명 평택궐기>란 기사가 실렸으며, “북한 동포의 人權과 自由 실현은 하나님의 뜻”의 기사 등으로 1면을 채워졌다.

▲한국에서도 보지못한 신문을 미국에서 보았다. 이들 신문은 철저한 반공주의와 친미사상에 빠져있다.(사진은 기사 중 미래한국 12월19일자 1면)

“대한민국을 경멸 부정하고 김정일 정권을 옹호 공조하는 집권 세력이 획책하던 ‘4대 악법’이 순차로 관철되고 이제 남은 것은 국가보안법뿐이다. 이런 데서 사학비리를 이유로 사학의 자유를 훼손시키는 데 박수치며 좌시하고 있다가는 자기 자신의 자유가 어느 새 빼앗겨 버린 것을 뒤늦게 알고 통탄할 날 오리...”

한국에서 보지 못하는 국내 신문이 미국에서 활개를 치다니... 재미 언론도 대체로 이러하다.

위의 신문도 그렇지만, 대개의 재미 언론의 논조는 어떤 전제 위에 있다. 그 전제란 무엇인가? 첫째는 노무현 정권은 빨갱이 정권 또는 좌익 정부이라는 것; 둘째는 북의 김정일 정권은 악마의 화신으로 타도되어야 할 공산정권이라는 것; 셋째는 미국정부는 바람직한 반공정부로서 세계에서 도덕적으로 선한 유일한 정권이라는 것.

이들은 말하자면 철저한 반공 논리와 친미세력으로 미국이 반대하는 모든 것, 특히 미국이 반대하는 북의 정권은 타도되어야 할 악마적인 정권이라는 논리로 무장하여 조국을 구한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70년대에 머문 교민들의 의식 통일에 도움 안돼

나 자신 과거 미국에 13년 가량을 유학과 목회를 위해 머물렀던 한 사람으로 국내에서 최근 19년간 거주하면서 국내경험을 하였다. 나 자신 노무현 정권에 대하여 비판적이고 동시에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이들의 논리는 좀 심한 조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가?

우선 이들의 반공논리를 이번에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들은 대게 70년대 초에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때 한국은 반공사상 - 지금도 그렇지만 - 으로 충만했던 박정희 독재시대였다. 그러나 지금 조국의 현상은 많이 아니 근본적으로 변했다. 당시는  통일을 감히 말할 수 없던 무서운 독제시대였다. 북한을 껴안아야 한다는 논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다. 그들은 조국의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하지 않았고 반공논리 그대로 있다. 그들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거기다가 반공 정권이 아닌 미국 부시 정부의 반북한 드라이브에 속도를 올리니까 그대로 미국 편인 그들은 부시 찬양자가 된 모양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배워간 반공교육과 의식 위에 미국의 반북한 드라이브에 그대로 찬성하다 보니까 자연히 그들도 반북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반공사상과 미국 찬양의 태도는 자연히 통일적인 시각보다는 반북한적인 미국의 행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추종할 수 밖에 없다. 

재미 한인들의 의식상태가 이렇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민족을 보는 시각이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보수적인 시각이 통일에 역행하는 반통일 세력이란 것을 알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 자신들은 그 이유를 잘 모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반통일적 태도를 분석해 볼 때 그러한 진단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미국의 자국 이익 위한 '작전상 유연성'

위에서 본 대로 재미 한국인들의 민족통일에 대한 시각은 주로 반통일적이고 미국 편이다. 그들이 반통일적인 언론의 지배하에 있고 미국에 이민와서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국가이익 같은 것은 없는 줄 알거나 미국의 국가이익 문제와 한국의 국가이익의 문제는 일치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역에 있어서는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이 한국에서는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 - 물론 남한에만 주둔하고 있다 - 문제도 그렇다. 남한군이 북한 군보다 전쟁수행능력이 더 강하다면 구태어 미군이 이 비좁은 한국 땅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역할을 변경해서라도 한국에 주둔하자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어려운 말로 표현하여 “작전상 유연성”의 문제이다.

미국의 세계화 정책도 미국의 자본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한국의 자본은 손해를 봐야 한다. 우리 민족의 통일만 해도 그렇다. 한국이 통일하는 것이 민족적인 이익이지만, 미국은 한국이 통일한다면 미국으로서는 한국을 잃을지 모른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그들의 낡은 무기를 한국 같은 고객에게 떠다 안기는 것은 미국의 이익일 것이고 한국은 울며 겨자 먹기식일 것이다. 문제는 양국의 국가이익이 반드시 같이 가거나 양국에 다 이로운 것은 아니다. 아니 그런 것은 없다.

미국에 대한 낭만적 생각에서 교회도 깨어나야

지금 이 나라에는 소위 친미파들이 득실거린다. 소위 말하는 미국 찬양자들이나 친일파와 무엇이 다른가? 친일파는 나쁘지만, 친미파는 괜찮을 수 없다. 민족자주 면에서 친일파가 나쁘면 친미파도 나쁘기 마련이다.

우리는 신라가 당을 끌여들여 삼국을 통일한 예를 보면서 비판적이다. 민족적으로 비자주적인 방식이란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미국을 끌여들이다니? 미국의 간섭이 점점 노골적이고 심해져서 지금 국민의 대다수가 미국을 싫어하고 있을 정도로 되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주로 늙은 세대에서 ‘의리’ 운운하면서 미국의 노골적인 민족자주 침범에도 괜찮다고 인식하고 있을 정도이니 실로 기막힌 현상이다.

의리도 좋지만, 미국이 그동안 의리 핑계로 얼마나 우리의 부를 도둑질 하다 시피하였는가? 우리는 지금 미국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는가? 이것이 모두 언론의 책임일 것이고 특히 우리 기독교인의 책임의 몫이 클 것이다.

홍근수  keunsooho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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