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뉴욕공연 이면을 생각한다

자랑스런 비의 뉴욕 공연 이면에 한미FTA가 있나



▲비의 뉴욕 공연 장면.(www.fanrain.com)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부터 이틀간 한국의 수퍼스타 비(본명 정지훈)의 공연이 메디슨 스퀘어가든 극장에서 열렸다. 존 레넌과 앨튼 존 등 미국 최고의 대중 뮤지션들이 섰던 메디슨 스퀘어가든 무대에 아시아 가수가 단독 공연을 연 것은 비가 처음이어서 그 '특혜'(?)의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단순히 비가 메디슨 스퀘어가든에 처음 등장하였다는 점 만으로 이번 그의 공연을 특혜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공연 전부터 이례적으로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하였다는 이상 조기과열현상이 나타났는가 하면 그 와중에 급기야 "한미간 가교역할을 하기 바란다"는 정치성 기사까지 등장하여 비의 이번 공연이 그의 능력 이상으로 정치적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자아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제기가 비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는 뉴욕 무대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역량있는 가수라는 점은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뉴욕 공연에 아시안들이 환호하는 장면은 자격있는 가수가 받는 정당한 보상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중문화의 수준이 뉴욕의 승인을 받아야만 공식 인정되는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비가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 정치적 이벤트란 바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이다.

한미FTA는 미국의 시혜 아닌 그들의 최대 목표

무책임한 기득권층들은 마치 한미자유무역협정이 아시아의 모든 국가가 안달하고 미국은 시혜를 베푸는 입장에서 추진되는 것이며, 그 가운데 한국이 유독 미국의 사랑을 듬뿍받으며 자유무역협정 추진 대상국이 된 것 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은 자유무역협정 및 이것이 수반하는 한미투자자유협정은 미국의 최대 정책 목표였다.

그러한 거짓을 진짜인양 위장하기 위한 알리바이 창조 및 분위기 조성용 공연이 바로 비의 뉴욕 공연이라고 본다. 비가 아시아인으로서는 메디슨 스퀘어가든 극장에 서는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특혜를 받은 것 처럼 같은 무드에서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대상국 지정을 대하도록 하겠다는 책략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런 비의 뉴욕 공연을 미국의 주요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유명 피디가 특별 출연하여 그런 분위기의 창출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추가하자면 가수 비의 뉴욕무대 공연이 마치 비의 능력에 대한 공식적인 승인의 권위를 미국이 행사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창출하고자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 한국에는 외국이 인정하면, 특히 미국이 인정하면 감격해 하는 열등의식에 젖은 식민지백성의 낡은 습성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그런 국가가 아니다. 다만 미국은 그런 습관을 다시금 창출하고 싶어하는 국가일 수는 있다.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눈앞에 두고 한국인들이 마치 미국의 시혜 속에서만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인 양 자각할 수 있게 되기를 미국은 바랄 것이 틀림없다. 미국이 원해서 강압해서 벌이는 한미자유무역협정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타국이 원해서 벌이는 것인양 위장하는 것이 미국의 오랜 낡은 습관이기도 하다. 그런 습관에 당장의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미국은 그런 정서가 다시금 자극되기를 기대하였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 걱정하는 성숙한 대중예술가 아쉬워



▲007 어나더데이 캐스팅을 거부해 화제가 되었던 차인표.(김종덕프로덕션)

이때 영화 007이 생각난다. 그때 한 한국배우는 그러한 캐스팅의 영예를 사양했다. 그 영화가 한국의 미래에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대본을 읽고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그 배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 가수 비가 그런 판단을 하기에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그 주제가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정치가 국가를 도탄에 빠뜨리고, 사회를 분해시키는 작금의 상황에서 영화계는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수 비가 생각없는 일개 연예인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며 신중하게 운신하는 성숙한 대중예술가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디 비 뿐이겠는가.

이제 한국의 미래는 정치인에 맡겨둘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였다. 대한민국이 지금 치사상태로 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이벤트의 도구로 전락한 비가 안되었고, 그런 비가 마치 헐벗어만 가고 있는 조국의 모습인 것 같아 우울하다. 007캐스팅을 거부한 의식있는 연예인들의 역할이 지금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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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 님은 정치평론가로, 현재 시대소리(http://www.sidaesori.co.kr/) 발행인으로 활동 중입니다.

남해경 coree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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