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표상과 상징

홍성남 박사님은 우리 국문학과 성서에서의 상징과 표상을 비교연구하고, 풍부한 민담과 설화 등으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문학자이자 교수님이십니다. 이번달부터 성서와 문학이라는 주제로 컬럼을 에큐메니안에 연재해주시겠습니다. 

홍성남(한신대 국어국문학과 외래교수, 한국 고전산문 전공)

 
뱀(snake,·巳사/蛇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간사하고 교활하고, 독이 있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로 징그럽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성서 창세기(3장 1절∼24절)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교활함의 대명사가 돼 버린 뱀은 분명 우리네 인간에게는 분명 친숙한 동물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뱀의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 뒤에는·冬眠(동면)에서 다시 깨어나는 再生(재생), 허물을 벗는 환생,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不死(불사)의 동물로 인식되었다. 뱀은 또한 많은 알과 새끼를 낳아 多産性(다산성)의 풍요와 家福(가복)의 신으로서 생명 탄생과 치유의 힘 그리고 지혜와 예언의 능력 및 짝사랑의 化身(화신)으로 변신을 거듭하였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신라시조 혁거세왕, 48대 경문왕, 가락국 김수로왕 등의 문헌에 보이는 뱀의 비일상적인 행태,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을 장식한 신라 토우, 고구려의 벽화, 제주도의 兎山堂 (토산당) 신앙 등에 나타난 뱀은 守護神(수호신), 地神(지신), 家神(가신), 洞神(동신)의·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창세기 3장에 보이는 뱀은 앞 例示(예시)와는 달리 誘惑(유혹)의 奸巧(간교)한 존재로 등장한다. 4절에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죽지 아니하리라” 하더니 5절에는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하였다. 뱀은 온갖 감언이설로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유유히 사라졌다. 여자는 뱀의 유혹에 현혹되어 선악과를 따먹게 되면서부터 에덴동산에서 추방을 당하고, 뱀은 타락으로 인한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다니게 된 뱀 얘기는 전 세계에 걸친 廣布說話(광포설화)로 보아지며, 창세기에 나오는 뱀은 “간사하고 교활한” 뱀의 상징임에는 틀림없다.
 
한편 민수기 21장 4절∼9절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원망과 불뱀, 놋뱀의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호르산을 떠나 홍해로 가면서 하나님과 모세에게 원망을 하는 대목을 보자. 5절에 “백성이 하나님과 모세를 향하여 원망하되 어찌하여 우리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올려서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는고 이곳에는 식물도 없고 물도 없도다 우리 마음이 이 박한 식물을 싫어하노라 하매” 6절에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은지라” 하였다. 그러자 백성들은 모세에게 찾아와 용서를 빌며 여호와께 기도해주기를 청하자 모세는 여호와께서 일러주신 대로 놋뱀을 만들어 그 뱀을 쳐다보는 자들은 소생할 수 있었다는 놋뱀 설화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행태이다.

분명한 것은 불뱀은 독이 있는 뱀이었던 것 같고, 놋뱀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힘이 되는 의술의 특효약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진다. 醫神(의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무늬나 군의관의 심벌 圖案(도안), 유럽의 병원과 약국의 무늬에 뱀 한 마리가 둘둘 말려있는 것은 생명의 창조와 치유의 힘은 뱀의 신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약성서 마태복음 10장 16절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구절은 상기한 창세기 유혹의 상징인 뱀 설화, 민수기에 보이는 의술과 치유의 놋뱀 설화와는 다르게 뱀을 智慧(지혜)의 상징으로 소개되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 이사금조에는 뱀이 울고나고 지진이 일어난 후 왕이 죽은 記文(기문), 뱀이 사람의 눈에 띠거나 꿈에 밖으로 나가면 가정의 운수와 가옥의 수명이 다 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이 뱀에 대한 부정과 긍정에 대한 이중적인 사고를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白蛇(백사 : 흰뱀)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린다는 설화가 있으나 과학적 근거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뱀은 微物(미물)이든 영험이 있는 동물이든 조물주가 창조한 것은 분명하다. 성서나 우리네 설화나 뱀의 표상과 상징의 의미는 다를 수도 있으나 부정보다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창세기 뱀 설화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일단이 아닐까?

홍성남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