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체험학습의 날이 있었던 오늘.
여섯명의 아이들과 두명의 엄마가 하루를 함께 지냈습니다.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아이를 학교로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실 수 밖에 없다는 것 이해하지만,  내일 아이는 학교에 보내지 않겠습니다.' 라고 반복해서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른 아침, 요즘 꽃남에 푹빠져있느라 평소보다 늦게 잠이든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교회를 향해 떠났습니다.

교회에서 준모, 종경, 종현, 하린, 준하(언니의 체험학습신청으로 덩달아 신청 ^^;) 이렇게 모여, 인기가 기다리고 있는 분당 맹산을 향해 떠났답니다.




맹산 반딧불이 자연학교는 숲이었습니다.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숲에서 온종일 걷다보면, 내가 나무도 되고, 시냇물도 되고, 개구리도 되고, 박새도 될 것만 같았습니다.

심미용 집사님은 훌륭한 길잡이셨지요.

자연학교 초입부터 '떠들지 않기, 발소리 조용히 하기 등등' 몇가지 주의사항을 주시고, 자연학교 안에 살고 있는 여러 동물들이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게, 배려할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볼 참이었지만, 곳곳에 있는 도룡뇽알과 개구리 알, 그리고 올챙이에 아이들은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아예 배를 깔고 바닥에 엎드려 한참동안 알들과 올챙이의 움직임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느덧 배가 고파져,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는 아이들과 함께, 수제비와 칼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난 후, 다시 자연학교로 돌아갈지, 다른 공원으로 이동을 할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의견을 따라 율동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답니다.

놀이터에서 잠시 몸을 푼 후, 오리와 인사를 나누고, 책 테마파크로 향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책들이 많이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한창 책을 읽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아이들은 축구를 못한 아쉬움을 공차기로 달래면서, 간식으로 요기를 한 후, 서울로 향했습니다.

내일이면 4월인데 바람이 제법 차가왔습니다.
사실 바람이 불어 차가운 것도 있었지만,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도, '무단결석'으로 처리된 5명의 아이들을 보노라니, 맘이 더 시려웠습니다.

무단결석자로 처리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맘은 어떨까...부모를 설득하지 못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은 책임을 교육청에서 선생님들께 물으면 어떻하나...
실은, 이런저런 걱정들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집에 온 아이는, 제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마 너 왜 안왔니? 물었던 모양이지요.
'오늘 시험을 보면 점수에 따라 잘한 학교, 못한 학교 이렇게 줄을 세우는거라는데, 안좋은거잖아.'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시작한 때, 왜 일제고사를 안보게 하려는지 그 이유를 아는지에 대해 묻자, '몇등몇등 이런거 따지는거 그럴 필요 없는거잖아.' 했던 아이입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니, 4학년 중 자유놀이 시간 긴 사람 줄세우기 하면 거의 1등일겁니다.
그래도 숙제 제때하고, 사이버가정학습 짬짬히 하면서 나름 학교 공부를 잘하는 편에 속합니다. 
  
좋아하는 그림 맘대로 그리고, 만화보다가 책보다가,
동생과 싸우다가도 같이 춤추며 놀고,  틈만 나면 메이플스토리 게임하고 싶어 가위바위보하면서,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딸입니다.

친구들이 다 학교에 가있는 시간.
숲과 공원을 거닐던 아이는 오늘 학교에 보내지 않은 엄마를 훗날, 원망할까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만큼은 모두가 다 시험을 봐야하는 날이라고 다소 강압적으로 나오던 교감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차라리 안보는 것이 나은 시험은 보지 않아도 될 권리가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게도 있는거라고, 친구들을 숫자로 구별하고 싶지 않은거라고, 다정한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학교에 급수를 매길 수는 없는거라고, 

규칙에 따라 체험학습신청서를 내도, 방침이 그날 체험학습 신청은 전면불허라며 일방적으로 '무단결석'을 선언하는 것은 정말로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나는 꿈을 갖고 있고, 그 꿈을 맘대로 재단당하고 싶지 않노라고, 당당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표현하며
생각한바대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맘으로,

시험보고 있기엔 하늘이 너무 예뻤던 날,
6명의 아이들과 2명의 엄마들은 알콩달콩 보냈습니다.  
  

<임보라 목사는 향린교회 부목사로 시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