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평화예배 성명서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이사야 4장 2절)

우리 민족은 옛 부터 땅을 생명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 여겨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소중히 여겨왔다. 성서에서도 땅은 인간에게 내려진 하느님의 가장 큰 축복이며, 인간 자신이 흙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땅은 인간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의 근간이며, 생명살림의 터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구한 생명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이 곳 평택이, 가장 반생명적인 미군의 전쟁기지로 뒤바뀌는 참담한 현실을 당면하고 있다. 대대로 땅을 일구며, 가난하지만 오손도손한 마을을 이루며 살던 순박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피, 땀으로 가꿔온 소중한 349만평의 이 너른 들판이 미국의 군사패권을 위한 전쟁기지로 건설되고 있음을 볼 때, 우리 신앙인들은 우려와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함으로써,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을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분쟁지역에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런 전략적 유연성의 합의는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높일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에 우리는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에 휘말려 전쟁의 참화만을 뒤집어쓰는 비극을 당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해와 요구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악마의 발톱인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화해와 평화의 주로 고백하는 신앙인들로서, 우리가 이곳 평택을 외면한다면, 한반도가 동북아의 화약고, 전쟁의 전초기지가 됨은 물론, 평화를 위해 일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거절하는 반신앙적 행위인 것을 고백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곳에 절대로 미군기지가 이전되어서는 안 되며, 못 하나라도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한다. 이를 위해 우리 신앙인들은 이 땅의 주인인 평택의 민중들과 강력히 연대할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전국의 모든 교회, 나아가 세계의 모든 교회들과 더불어 투쟁해 나갈 것이다.

이는 단순히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과 폭력을 증오하고,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온 세계 인류의 양심의 문제이며, 이 땅에 온전한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염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전국의 12개 교회와 기독교단체가 연합하여 예배드리는 이 예배 속에서 다음과 같은 결의와 주장을 천명하고자 한다.

-.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고, 팽성 주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한다.
-. 우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군사 재배치를 반대한다.
-. 우리는 주민들의 허락 없이는 못 하나, 철조망 한 조각이라도 이 땅에 들어올 수 없으며, 정부의 강제적 토지수용이 있을 경우 이에 맞서 싸울 것을 천명한다.
-. 우리는 노무현 정권이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적 이 땅의 민중들 편에 서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군사적 요구를 단호히 물리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6년 2월 12일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를 위한 기독인 평화예배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