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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와 여탕, 당당하게 드나든 남자안성 백성열쇠 백상흠 대표가 들려준 그의 에피소드.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4.15 10:31

"경찰서를 10번 이상 드나들어 봤어요. 안 드나들어 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 허허허허" 

이렇게 말하고도 당당한 남자가 안성에 있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경찰서 직원이냐. 그렇지 않다. 평범한 시민이다. 그것도 모두 자신의 일이 아닌 남의 일로 진술서를 쓰러. 

경찰서를 당당하게 드나든 사연

출장을 나가 열쇠를 복사해서 문을 열어 보니 자살한 주인을 만난 경우가 세 번이나 된다고. 약을 먹고 자살한 사람, 목매고 자살한 사람, 연탄가스로 자살한 부부 등을 만났다. 이때도 목격자로서 진술서를 쓰러 경찰서에 간 것. 

  
▲ 백상흠 대표 창업 초기에는 손으로 도장을 파는 일을 했다. 점차 도장 복사기계가 나오자 도장보다는 열쇠에 주력하게 되었다고. 자그마치 15년 세월 동안 열쇠와 씨름하며 살았다.
ⓒ 송상호
백성열쇠
한 여성이 자신의 집이라며 문을 열어 달라고 해서 열어 줬더니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동거녀가 가출했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열쇠가 바뀌어 문을 못 열자 부탁해왔다고. 그날 밤 동거녀가 동거남의 재산을 몽땅 들고 '튀는' 바람에 백 대표가 또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서를 쓰게 된 거라고.
 
아버지 집을 아들이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줬더니 그것도 문제가 되었단다. 부자지간에 사이가 좋지 않아 서로 고소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서를 썼다고.
 
원래 열쇠를 복사하거나 문을 따달라는 부탁이 있을 땐 신분증과 연락처를 확인한 후 열어주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통과의례를 거쳐도 빈틈은 있기 마련이어서 종종 생기는 일화다. 
 
어떤 때는 수갑을 열러 경찰서에 출동하기도 했다고. 경찰이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웠는데, 그것이 도무지 열리지 않아 경찰서로 출장했다는 것. 피의자도 황당하고, 경찰도 황당하고, 백 대표도 황당하고.  

여탕을 당당하게 드나든 사연

민망한 경우도 있다. 유흥업소 여성들이 방에서 문을 잠갔다며 출장을 한 경우도 있다. 유흥업소 주인의 부탁을 받고 겨우겨우 열쇠로 문을 열었는데, 여성 둘이 발가벗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본의 아니게 목격하기도 했다고. 술에 취해서 자는 바람에 문을 따고 들어가도 몰랐다는 게다. 

목욕탕의 옷장 열쇠가 고장 나는 바람에 여탕으로 출장을 나간 적도 있다. 손님은 당장 옷을 입어야 겠고, 목욕탕 영업이 끝날 시간은 멀었고. 목욕탕 주인과 여성 손님들의 동의를 얻어 당당하게 여탕으로 들어간 것. 여성 손님들을 한 쪽 귀퉁이로 몰아 놓고 열쇠 작업을 했다나 뭐라나.  

  
▲ 열쇠 4평 남짓한 점포 한 쪽 벽면이 열쇠로 가득 차 있다. 가득 찬 열쇠 만큼이나 백 대표가 겪은 일화도 다양하고 많다.
ⓒ 송상호
백성열쇠

최고 황당한 경우는 가정 집 냉장고에 열쇠 시스템을 해 준 것이라고. 이웃 아이들이 냉장고 문을 열고 함부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을 막으려 한 것이란다.  

열쇠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고급 열쇠시스템이 된 곳일수록 도둑이 많이 들었거나 들 위험이 있는 곳이죠. 우리 같은 열쇠 전문가들은 계속 도난 범죄와 위조와 전쟁을 벌이는 거죠. 우리는 튼튼한 걸로 열쇠를 만들려 하고 도둑놈은 어떻게든 열어보려고 하고. 허허허허."

백 대표의 너스레다. 남이 안 되면 잘 되는 직업 중 하나가 바로 이 직업. 병원과 장의사가 대표적이다. 이 직업도 만만찮다. 손님이 열쇠를 분실한다. 열쇠가 부러졌다. 차문이 열리지 않는다. 도둑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열쇠 집이 호황을 누리게 된다. 이런 경우는 해주고도 별로 마음은 좋지 않다는 게 백 대표의 솔직한 심정이다.

요즘은 보험회사에서 무료로 '차량 문 열기 서비스'를 해주고, 디지털 시스템 보안장치가 유행이라 열쇠집 운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반 서민에겐 역시 일반 키가 최고라며 추천하는 백 대표. 디지털 키 하는 값으로 조금 더 튼튼한 일반 키를 해놓으면 염려 없다는 게 그의 추천사다. 

"열쇠를 통해 보면 우리 시대가 보여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열쇠 시스템이 단순해도 도난사고가 비교적 적었는데, 지금은 아주 고급스러운 열쇠 시스템으로 해도 서로가 못 믿는 시대가 되어 버렸으니."

15년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겪은 백 대표의 4평 남짓한 점포에는 오늘도 키 복사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 열쇠 복사 중 열쇠 하나 복사 하는 데는 1분도 채 안 걸린다. 점포에서 열쇠를 파는 것보다 출장해서 열쇠를 하는 게 진짜배기 일일 게다.
ⓒ 송상호
백성열쇠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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