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함께 훠이훠이 춤을 추세 - 사진 이인수

고백할게요. 증류수처럼 무미건조한 되돌이표 일상이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집과 교회를 오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했습니다. 아닙니다.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의 은혜로 꽁지 빠진 닭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글쎄, 엊그제는 이틀 동안이나 호사를 즐겼다니까요. 담양에 자리한 한빛고등학교의 초대를 받아 부활절 축제를 만끽했습니다.

교정을 거닐면서 맛본 봄의 정취는 덧없이 맑고 감미로웠습니다. 숨을 쉰다는 자체가 감사했고 황홀했습니다. 흰 눈이 쌓이듯 한 울타리를 발견하고선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 손으로 만져보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도 맡아보았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에 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모처럼 갖는 삶의 여유가 얼마나 큰 축복으로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그분의 손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드러낼 수 없는 봄의 정경 앞에 많이도 행복했습니다. 아니, 탈진해 있는 아들을 위한 그분의 특별한 부활절 선물이었습니다. 

시정에 떠도는 조크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하나, 대한민국 현대인의 비전은 998834라고 합니다. 그 뜻은 무엇일까요? 99세까지 88하게 지내다가 3˜4일 앓고 세상 떠나는 게 희망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혹 대한민국의 4대 종교를 아십니까? 기독교 불교 유교는 당연히 포함됩니다. 그러면 마지막 하나는 무엇일까요? 아, 대학교가 요즘 대한민국의 신흥종교라고 한답니다. 대학교라는 신흥종교가 전 국민을 미치게 하고 열 받게 하고 정신 잃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일단 엉거주춤 앉아 있던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관심을 보였습니다. 내친 김에 '나는 나를 창조한다' 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음속의 얼굴을 바꾸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는 다분히 위협적인 언사도 남용했습니다. 모차르트를 향한 질투로 평생을 보낸 ‘살리에르’를 아느냐면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그리고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는 헤밍웨이의 얘기로 강의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쇼펜하우어였던가요? “사람은 자신에게 있는 것을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항상 부족한 것만 생각한다.” 지난 한 주 동안 모세의 일생을 추적하는 중에 ‘내 손에 든 것이 무엇이냐?’ 는 질문이 나한테도 들리는 듯 하여 낮게 엎드렸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으나 항상 부족하다 울상이었고 짙은 한숨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그곳에서 경험한 세상은 감탄사의 연속이었습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기적이 자리 틀고 있었고 환상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봄날 가던 길을 멈추고 새순이 돋는 나뭇가지에 축복을 보내고 하늘 한번 쳐다볼 수 있는 행복에 벌어진 입 다물지 못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다시 찾아온 찬란한 부활의 봄으로 마음과 생각까지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적은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날 그곳에서 그분도 함께 춤을 췄습니다. 잠든 야성을 깨워주셨고 잃어버린바 된 은사를 찾아주셨고 감춰진 능력을 개발하도록 힘주셨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연신 터져 나오는 재치기조차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말들 하지 않습니까?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며,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보다 얼마나 잘 살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내내 눈부터 배부른 이틀간의 부활절 축제였습니다. 몇 년 후 그 자리에 내 아들들이 자리할 거라 생각하니 조금은 두 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밤낮 교회를 붙들고 씨름하느라 두 아들을 위한 속 깊은 기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죠. 그래서 두 아들만을 위한 기도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인생
한 번뿐인 삶이라 一生일생이라 하지
남긴 것은 이름이고
그 이름에 얽힌 몇 가지 추억뿐이고
즉, 삶의 파편 하나 둘 떨어뜨려 놓지
후세의 평가는 단 한 줄로 결론 내려지지만

나는 아들의 삶이
고색창연한 역사가 되기보다
한갓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늘 아버지의 은혜로 먹고
주님의 사랑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지
편한 일생이 되기를 기도하기보다
바른 삶에 관심 했으면 좋겠어

진리를 알기보다
진리대로 살아가길 진정 원하지
제일로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나누는데 서로 사랑하는데 으뜸이 되고
최고가 되었으면 해
너희들 때문에 이 나라와 백성에게
희망이 생겨났으면 해
액자 속의 정물화로 살아가기보다
고민하며 아파하며 발버둥 치다
너끈히 불끈 치솟은 폭죽이었으면 해

생각 없이 씨부렁거리고 날뛰기보다
말과 행동에 책임질 줄 알고
홀로 독야청청하기보다는
마냥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어
꿈을 전염시키고 희망 물어 나르는
삶의 원형질이었으면 좋겠어
역사의 향도가 되고 은총의 수레도 되며
기적의 엔도르핀이기를 소망해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적이 된다는
지혜를 깨우쳐 황소걸음부터 배웠으면 해
고단하고 메마르고 골치 아픈 삶이었다 하더라도
세상 끝나는 날 둘러선 사람들을 향하여
삶은 분명 황홀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믿음 간직했으면 해
날마다 처음처럼, 그러나 항상 변화를 꿈꾸는
새사람이었으면 더욱 좋겠어

한참이나 아들의 이름에 담을
의미와 희망 낚아 올리다
지상에서 드릴 수 있는
모든 기도와 바람과 소원
한데 버무려 나는 녀석들을 일컬었다
이름을 지었다
尹 瑞潁
尹 曉彬

녀석들은 나한테 다가와 관계를 맺었다
세계와 만났다
높고 길고 넓고 깊은 영혼의 떨림 있었다
하늘 아버지의 크고도 비밀한 은총 바라면서
주님의 도우심과 보호 소망하면서
성령의 간섭과 인도 간구하면서
나는 녀석들을 불러 보았다  
윤 서영, 윤 효빈,

너희는 예수님짜리란다
  -아들 ․7 - 作名작명; 미발표-

작가 키플링의 주장입니다. “네가 세상을 보고 미소 지으면 세상은 너를 보고 함박웃음을 짓고, 네가 세상을 보고 찡그리면 세상은 너에게 화를 내 것이다.” 그분이 무덤 문 깨치고 나오신 날, 인류는 내남없이 소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한빛고등학교 부활절 특강은 내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화려한 외출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하나가 무지막지한 세상을 이기는 힘이 되나봅니다. 마찬가지로, 성장통을 겪은 아이들만이 ‘현존하는 미래’로의 자격을 갖춘 젊은이가 될 수 있답니다.

윤영배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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