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함께 드린 기도는 가장 확실한 재형저축이다 사진 - 이인수

‘이리 좋을 수가!’ 저, 축하해 주세요. 오늘 큰 아들의 학교에서 ‘어울마당’ 대동제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400계주 마지막 선수로 뛰어 멋지게 역전시키며 골인을 했습니다. 왜 울컥하는 것 있죠? 살아도, 빡 싸게 살아가도 철옹성 같은 세상 앞에 자꾸 주눅 든 아빠를 위한 아들의 멋진 세레모니였거든요.

요 며칠 기분이 참 꿀꿀했습니다. 글쎄, 달음박질 신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빠듯한 살림살이라 몇 만 원 짜리 신발을 덥석 사줄 수 없어  아들의 눈치부터 살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아니면 아빠의 경제 상태를 눈치 챘는지 괜찮다고 말한 아들의 얘기가 저를 자꾸 씀벅거리게 만들었고 씁쓸하게 했습니다.

스워번의 시 구절인가요? “어린이가 없는 곳에 천국이 없다.” 역설적으로, 어린이가 있는 곳이 천국이라는 말씀입니다. 제가 경함한 오늘이 바로 그렇습니다. 조금 궁핍하고 남루하고 가난해도 아들 때문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분 뒤를 바짝 따르며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 목사로 살아갈 수 있어 황홀합니다. 가장 빛난 5월에 어린이날이 있다는 의미도 새롭게 해석 되었습니다.

‘모든 창조물 중에 가장 사랑스럽고 성스러운 것이 어린이다.’는 말이 있더군요. 곧, 자녀는 함께 사는 하나님이라 볼 수 있단 것입니다. 저, 이러다 팔불출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어쩝니까? 저한테 5월은 하늘만한 축복으로 시작 되었거든요. 

그간 두 아들에게는 아빠라기보다 함께 살고 있단 표현이 더 잘 어울렸습니다. 아빠인데도 두 녀석에게 뭔가를 해 준 것도 없고, 도리어 그들에게서 매일 가르침을 받으며 살아왔지요. 목회는 머리로, 혹은 입으로 하지 않고 삶으로 엮어 나가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분을 뒤따르는 삶은 아주 힘들고 무지 어려웠습니다. 분명! 그분은 ‘내 짐은 쉽고 가볍다.’ 말씀 했는데도 말입니다.

참, 기억납니다. 걸핏하면 목청을 높이고 얼굴색 변하는 아빠를 보고 녀석들이 눈을 흘겼습니다. ‘아빠. 아들도 아빠를 닮아간대.’ 깊숙이 꿍쳐 놓은 마음과 생각도 열어보더니 대뜸 펀치를 날리는 것 있죠? ‘아빠, 생각대로 뭐가 잘 안 돼.’ 저, 탄식의 기도 들릴 수밖에요. 그분의 음성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처럼 흐른 세월
철딱서니 없게 살아온 나에게
된통 두려움 갖게 한 건
당신,
그리고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흉내 일삼은 아들 두 녀석
그래, 이제껏 내가
숨 고르며 몸단장 하고 목소리 낮췄던 건
당신과 아들 녀석들 때문
이 땅에서 나의 하나님은
아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그네들이 두려워진다
지켜보고 있다
흉내 낸다
나의 말 행동 표정 믿음 하나까지도
어떡하니, 어떻게 해요?
누구 대답 좀 해 주실래요
이대로 삶 마감된다면 큼지막한 후회만 남잖아요.

  -바른 말; 미발표-

5월이 시작됐네요. 아시죠?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것을. 5월은 가정의 달이라기보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찾는 그리스도인의 계절일 것입니다. 그분은 말씀합니다. 이건 숫제 방정환 선생님의 버전입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쳐다보아 주세요. 애놈, 애자식이라 하지 말고 어린이라 불러 주세요.” 알게 됐습니다. 방정환 선생의 마지막 말씀을요. “이제 그만 가야겠어. 밖에 검은 마차가 나에게 왔군. 어린이들을 잘 부탁하오.”

제가 목숨 바쳐 사랑하는 그분처럼 방정환 선생님도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갔다 합니다. 두 아들의 아빠인 저도 뭔가 흔적을 남겨야 할 텐도 걱정입니다. 별수 있나요. 믿음의 자녀들은 준비된 자산이고 그들의 기도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걸 강조할 수밖에요.

저는 아들이 둘이나 됩니다. 두 아들로 인해 생각이나 행동 모두 틀에 갇히지 않고 그분께서 일하시는 더 자유롭고 크신 역사를 기대하게 되었고 경험할 수 있답니다. 매일, 매주, 매분기별, 매년마다 새로워지고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고백할 수 있습니다. ‘세상 살면서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은 성경이요 아이들 앞에서 해야 할 일은 기도요 배워야 할 것은 순수하고 깨끗한 자녀들의 마음이다.’라고. 어라! 너무 티를 낸 것 같습니다. 아들의 멋지고 신난 세라모니로 잠시 느슨해졌나 봅니다. 아니죠. 위선과 체면의 두터운 외투를 벗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 기도 사역자인 ‘에스더 일니스’는 저서 「어린이들로 기도하게 하라」에서 다음의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얻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간구의 응답을 받아낼 수 있는 단순함과 직선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순전한 믿음이다.” 그분의 가르침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어린이-의 것이니라.” 순결하여 그분의 눈에 거슬리지 않은 어린애의 영혼으로 5월을 시작해봅시다. 저는 당연히 벗님들의 가정에 축복의 꽃비가 쏟아지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셀라!

윤영배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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