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상임의장 권오성 목사, 이하 목정평)가 <유신체제, 군사정권 하의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한국교회와 과거사 극복을 위한 죄책고백' 다섯 번째 심포지엄을 14일(화) 오후7시부터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군사정권 시기,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타인에 대한 배제와 억압을 당연시 했던 국가 정책에 동조한 교회의 죄책고백이 필요하다는 점과 특히 그 수혜자인 보수적 기독교계의 진실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목정평이 주최한 한국교회와 과거사 극복을 위한 죄책고백 다섯 번째 심포지엄에서 최형묵 목사가 발제를 이해학 목사와 이문식 목사가 토론을 맡았다.

나핵집 목사(목정평 증경의장, 열림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심포지엄은, 최형묵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천안살림교회)가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 발제를 하고, 이해학 목사(성남주민교회, 목정평 증경의장)와 이문식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공동총무, 남서울산본교회)의 토론이 있었다.

박정희 체제의 경제 성장을 모방, 교회의 가치로 내면화시켜

최형묵 목사는 발제에서 ‘박정희 체제’와 교회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체제가 추구한 '경제개발의 성공’과 '한국교회의 성공’의 상관관계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교회가 급속한 경제개발로 와해된 전통사회의 공동체성을 대신 담보해 주었고, 경제 개발의 성공을 가져온 박정희 체제를 그대로 모방하여 경제적 성장 이데올로기를 교회의 가치로 내면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회는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자본주의의 냉혹한 병폐를 떠안았으며, 그 결과 규모와 성장 논리, 그리고 국익 논리 앞에 사고를 정지한 듯 어떤 윤리적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소위 ‘성공’을 거두었다는 교회는 절대적 정치권력과 마찬가지로 진리 자체를 독점한 듯한 의식에 사로잡혀, 타자와의 건강한 소통 자체를 못하는 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시민사회와 타종교와의 합리적 소통도 없이 배제와 억압의 길을 가고 있다고 최 목사는 비판했다.

▲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최형묵 목사는 군사정권 시기의 교회들이 국가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자본주의 병폐까지 함께 떠 안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최형묵 목사는 지금 죄책고백을 이야기하고 있는 주체가 불의를 저지른 교회가 아니라 저항을 했던 교회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자리에서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정말 잘못을 범한 사람들이 죄를 고백하고 참회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은 과오를 인정하기보다는 변명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는 "자칫 죄책고백이 말장난이나 싸구려 회개운동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죄책고백을 통한 과거사 극복의 단초를 한신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친 바 있는 이상린 교수가 말한 ‘수치심의 철학’에서 찾고자 했다.

최 목사는 “수치심은 비인간적인 소외된 강제적 인간관계에 ‘아직도’ 적응하며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그 현실 구조를 변혁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는 내면 의식”이라고 인용하면서, 이러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매여 산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의식과 그 수치심을 현실 변혁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자”고 주장했다.

기독교운동 목회자의 정치화도 반성해야

발제에 이어 첫 토론자로 나선 이해학 목사는 군사정권 시대의 개혁세력 진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목사는 군사정권 당시 교회와 지도자들은 오직 성장 밖에 모르고 역사와 철학이 빈곤한 무지하고 무능한 레위 제사장 같았다고 비판했다.

또 당시 기독교 운동가들에 대해서 이 목사는 "일반 학생운동이나 진보 운동의 뒤를 따라 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운동은 “바닥의 민중들을 조직하고 교육하여 진정한 변혁의 주체로 세우지 못하고, 목회자들 스스로가 정치화 되었던 것이 현재의 기독교 운동의 빈곤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문식 목사는 복음주의 진영의 목사로서 최 목사가 언급한  '수치심의 철학' 보다는, "더 근본적인 힘-종말론적인 성령의 초월성 때문에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삶의 양식, 새로운 대안 체제를 잉태하는 힘-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 목사의 발제가 “죄책고백의 가치를 너무 사회과학적 관점에서만 파악하고, 신학과 신앙적 관점에서는 의미를 축소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왼쪽에서부터 토론을 맡은 이해학 목사와 이문식 목사

목정평이 주최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과거서 극복을 위한 죄책고백 심포지엄은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되어 매월 시대별로 교회의 죄책을 검토하면서, 교계 안팍의 다양한 관심을 받고있다. 그러나 각 심포지엄 때마다 '보수진영의 참여를 통해 범교회적인 죄책고백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심포지엄은 3월14일(화) “민주화시대 이후의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조이제 목사(새누리교회)가 발제를 하게 된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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