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가장 잘 적응해서 사는 식물을 꼽으라면 쇠뜨기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머니와 텃밭에서 김을 매다 쇠뜨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쇠뜨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텃밭에 쇠뜨기가 제법 많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지요. 쇠뜨기의 뿌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어졌다는데 뽑고 또 뽑아도 금방 나온답니다. 뽑고 돌아서면 쇠뜨기들이 “머리에 수건 쓴 년 갔니?”하며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투하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초토화된 대지, 과학자들도 그곳에 초록식물이 다시 자라기까지는 최소한 5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답니다. 그런데 이듬해 봄, 예상을 뒤엎고 초록식물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쇠뜨기’였답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쇠뜨기를 통해서 희망을 보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답니다. 절망했던 이들이 그 작은 식물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고 희망의 싹을 마음에 틔운 것입니다.

쇠뜨기는 일액현상이 잘 나타나는 식물 중 하나입니다.

이른 아침 쇠뜨기밭에 가보면 쇠뜨기 마디마다 송글송글 이슬이 맺힌 것이 있는데 그것이 일액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일액현상은 식물은 몸에 최소한의 물만 남겨두고 배출을 하면서 이슬방울이 풀잎 끝에 맺히는 현상입니다. 너무 많은 물을 가지고 있으면 쉽게 꺾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물은 필요 이상의 것을 소유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비울 줄 아는 마음, 그것이 자연의 마음이지요. 자연적인 삶보다는 인위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소유하는 삶도 모자라 남과 비교우위선상에서 소유하는 것을 행불행의 척도로 삼고 살아갑니다. 반자연적인 삶의 결과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별로 예쁘지 않은 쇠뜨기요, 지천에서 만날 수 있는 쇠뜨기지만 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서도 생명의 기운이 충만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자기의 목숨을 스스로 끊기도 하고, 타인의 생명을 경홀히 여깁니다.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생각하다가도 ‘목숨을 끊을 각오로 살았으면’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미친 듯이 몰두한 사람, 목숨을 걸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때론 그가 원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지라도 그렇게 몰두하면 얻는 것인가 봅니다. 그래서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고 미칠 것인지는 중요하겠지만, 그것은 차후의 문제이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 그 모든 순간 쇠뜨기처럼 끈질기게 살아갈 일입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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