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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가난한 정원, 알고보니 제일 부유해6월의 꽃들이 만발한 더아모의집 정원으로 구경오세요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6.11 12:09
  
▲ 꽃1 잘난 아가씨들의 잘난 쇼가 이미 시작되었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지인들은 내가 촌스럽게 생겨서 밭일도 부지런하게 잘 하는 줄 알고 있다. 딱 시골 스타일이란다. 하지만 그들은 나의 외모만 그렇다는 걸 모르고 있다. 나의 실상은 정 반대다. '도시스럽게' 생긴 나의 아내가 오히려 훨씬 밭일을 잘하고 꽃가꾸기를 좋아한다.  

아내가 "여보. 이렇게 꽃이 예쁜 것 봤어요?" 그러면 나는 퉁명스럽게 "뭐가 그렇게 예쁘다고"라고 대꾸한다. 

  
▲ 꽃2 여기 보라 빛 트리오의 보라 빛 향기를 보라!
ⓒ 송상호
더아모의집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꽃에 눈길을 주는 나는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뭐, 쬐금 예쁘긴 하네....." 

나는 무슨 큰 선심 쓰듯 칭찬 아닌 칭찬을 하곤 한다. 우리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 꽃3 쌍둥이 자매는 여전히 귀엽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시골 흙집인 우리 집엔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 등 조그만 텃밭이 3군데나 있다. 바깥마당엔 고추나 가지, 앞마당엔 파와 각종 화초, 뒷마당엔 고추, 가지, 토마토, 야콘 등이 심겨져 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앞마당엔 전략적으로 화초를 많이 심었다. 물론 모두 내 아내의 작품들이다.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평소 텃밭을 가꾸거나 화초를 가꾸거나 화분을 가꾸는 일은 드물다. 내가 먼저 스스로 하는 법이 없다. 아내가 하자고 해야 한다. 물론 일 할 때는 기쁘게 한다. 어떤 때는 아내가 밭일을 하고 있으면, 옆에 서서 지켜주기만 할 때도 있다. 어떤 때는 아내가 나에게 이것저것 하라고 시켜 놓고 가면 그때는 어쨌든 하게 된다.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니 다행이다.  

  
▲ 꽃4 대가족의 함께 살기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어떤 때는 아내가 "어머 신기해라. 작년에 죽은 것 같은 이 식물에게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니 살아났네. 이렇게 잘 자란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아요?"라고 감탄한다. 나는 영락없이

"참 신기할 것도 많다. 난 전혀 그렇지 않은데"라고 퉁명스레 말한다.  

  
▲ 꽃5 예쁜 여중생들이 몇 시간 째 수다를 떨고 있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오늘(6월9일) 퇴근하고 오는 아내를 마중 나갔다. 시골 버스를 타고 오는 아내를 위해 거의 매일 마중을 나간다. 캄캄할 때는 시골 길이 어둡다. 지금의 '더아모의집'에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거의 매일 같이 아내를 마중 나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시골마을 어르신들이 흐뭇해하시니 나도 좋다.  

요즘은 여름이고, 아내가 일찍 퇴근하는 바람에 날이 어둡지 않다. 오늘도 아내를 마중을 갔다가 돌아오면서 주위 들꽃들을 구경했다.  

  
▲ 꽃6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출전한 늘씬한 미녀들이 미를 뽐내고 있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집에 도착하니 '더아모의집' 정원에 그동안 아내가 정성들여 키운 꽃들이 '환영 팡파르'를 울리고 있다. 평소 혼자서 볼 땐 눈에 들어오지 않던 꽃들이 신기하게도 아내와 같이 보면 눈에 들어온다. 아내가 자신의 꽃을 보며 감탄하고 예뻐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나도 그런가보다 한다. 늘 보던 꽃이 그때 더 예뻐 보이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촬영 본능'이 꿈틀한다. 아직 날이 어둡지 않아 방에서 나의 '리무진 카메라(나와 아내는 나의 SR 카메라를 이렇게 부른다)'를 즉시 가져온다. 뭔가 홀린 듯이 꽃을 향해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그렇게 찍을 땐 이상하게도 잘 찍힌다. 구도도 잘 잡힌다. 찍어 놓고 나면 아내도 나도 만족한다.  

  
▲ 꽃7 아기 방울 자매가 다소곳하게 웃고 있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이번에도 내가 카메라를 들이댄 것은 순전히 아내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이렇게 예쁜 꽃을 카메라에 한 번 담아 보시지." 

그러고 보니 아내가 즐겁게 꽃 가꾸는 것을 나는 기뻐하고, 그 꽃을  카메라에 즐겁게 담는 것을 아내는 기뻐한다. 한 번도 "왜 당신은 귀찮게 채소와 꽃을 가꿔"라고 하지 않고, 한 번도 "왜, 당신은 내가 가꾼 식물에 '카메라질'이나 해"라고 하지 않았다.  

  
▲ 꽃8 숲속의 아리따운 공주가 홀로 사색하고 있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 꽃9 어여쁜 발레리나가 회전을 하며 실력을 뽐내고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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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더 뜬 내가 그 '꽃 사진'들을 찍어서 우리 '더아모의집' 홈페이지에 올려 생색을 내어도 아내는 오히려 좋아한다. 꽃들이 나의 '쇼맨십'을 먹고 세상에 선을 보이는 순간이다. 아내는 아내 스타일대로 꽃들을 조용히 길러내고, 나는 내 스타일대로 꽃들을 세상에 소개한다. 우리 집 꽃들은 아내의 정성으로 자라나서 나의 순발력으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우리 집 꽃들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꽃들이 된다. 그래서 가난한 아내의 정원은 세상에서 제일 부유한 정원이 된다.  

  
▲ 꽃10 그녀들의 입술은 백만불 입술이다.
ⓒ 송상호
더아모의집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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