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사람들이 헌금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부자들은 고액권을, 가난한 사람들은 소액권으로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넉넉하게 헌금할 수 있는 사람은 뿌듯했고, 아주 조금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은 부끄러운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지리 가난했던 한 과부는 동전 두 닢을 헌금함에 넣고 있었습니다. 행여 누가 볼까봐 정말 부끄러운 심정으로, 헌금함에 손을 넣고 있었겠지요. 

오늘 말씀은 예수님이 이 대목을 눈여겨보고 계셨다고 합니다. 여러분, 남이 헌금 얼마하나 그런 것 지켜보는 것은 결코 권장할 만한 태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이 대목에서 예수님의 행동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다면 예수님 모시고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조금 민망하지 않습니까? 우리 예수님이 남이 헌금 얼마하나 그런 것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이.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그런 민망함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행여 누가 볼세라 노심초사 동전 두 닢의 헌금을 목도하신 예수님의 태도는 민망함을 넘어 야속하기 그지없습니다. 여러분, 정말 이런 경우, 자비와 은혜가 풍성하신 주님이 그런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보셨더라면 어떻게 하셔야 했겠습니까?

조용히 불러 다시 그 동전을 챙겨서 돌려보내야 옳지 않겠습니까? 아주머니, 헌금도 중요하지만 지금 아이들이랑 끼니는 이어가야지요. 나중에, 형편 나아지면, 헌금 그때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주 부드럽고 좋은 말로 이 가난한 과부의 사정을 헤아려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평소의 그런 사려 깊고 온화하신 성품과는 전혀 다르게 그 과부의 두 닢 동전을 들어서 큰소리로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가난한 과부가 가장 많은 헌금을 하였다.”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이 과부의 심정은 어떠했겠습니까? 행여 누가 볼세라 그렇게 노심초사 그렇게 바친 헌금을 온 세상 사람들이 알게 해 버리신 예수님, 정말 야속하신 예수님입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옛날 사람들은 참 대단해요. 지금 같으면 당장 이 과부 이렇게 말했을 것입니다. 저는 혹시 해서 성경을 막 흔들고 뒤집어서 그런 말없나 찾아보았습니다만 그런 말씀은 앞뒤 구절 어디에도 없습니다. 요즘 같으면 뭐라고 했겠습니까? 에이 나 교회 안다녀! 그렇지 않겠습니까?

아니 과부의 심정은 그렇다 치고 우리의 심정은 어떻습니까? 정말 과부의 동전 두 닢을 취하시는 하나님, 그 헌금을 받으시는 하나님은 정당하신 분입니까? 너무 야속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이 야속하신 하나님은 어떤 분입니까? 왜 성경은 이런 야속하신 하나님에 대해서 가감 없이 보도하고 있는 것입니까?

만약 하나님이 돈에 관심하시는 분이었다면 부자의 고액권보다 가난한 과부의 동전이 더 큰 것이라는 오늘 성경의 논리는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야속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더 많은 헌금, 더 많은 액수가 아닙니다. 오늘 성경의 소재는 헌금이지만 오늘 말씀의 주제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오늘 주제는 ‘우리가 하나님께 바쳐야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진정 우리와 관계를 맺으실 때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이라고 하는 것을 매개로 해서 만나는 이 야속하신 하나님 그분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더 많은 헌금이 아니라, 더 많은 액수가 아니라 우리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부분이 아닌 전부 말입니다.

오늘 성경에서 만나는 야속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삶 전부를 통째로 원하시는 분입니다.  이 가난한 과부의 동전이 가장 큰 것이 되는 비밀은 바로 이 과부가 그녀의 전부를 드렸기 때문입니다.

타락한 종교가 판치는 세상에서 종교는 단지 개인의 영혼에 관련 된 일뿐이라는 영육이원론이 득세합니다. 개인의 심령의 구원만이 종교가 할 일이라고! 그런 가설이 세상을 덮고 있는 동안 영혼과 육체는 분리되고 빵과 말씀이 나누어지고 기도와 노동이 결별하게 됩니다.

그런 세상에서 종교는 정치와 분리되고 그래서 종교는 단지 개인의 심리적인 영역의 게토로 퇴각합니다. 세상은 썩어 문드러져도 종교는 얼마든지 흥황하게 되고 그래서 세상과 교회는 담을 쌓아 버립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이 작고도 기본적인 예수님의 가르침은 가뭇하게 사라지고 교회는 산성이 되고 방주가 되어 세상과 상관없이 홀로 섬처럼 존재하게 됩니다.

아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이렇게 부문별 영역별로 나누어진 세상 속에서 이 전부를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타락한 종교는 하나님과 부문으로 만나기 원하지만 일부를 바침으로써 전체가 하나님과 떨어져 있는 것을 호도하려 하지만, 오늘 성경의 하나님은 그 야속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삶의 영역 전부가 하나님께 바쳐져야 한다고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원하신 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이 야속하신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속한 기장이라는 교단을 출범시킨 우리의 신앙선조들입니다. 온갖 바리새주의와 율법주의의 멍에가 한국교회에 깊이 드리워진 1953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한국교회의 진정한 복음의 전통을 새롭게 하기 위해, 병든 교회를 참된 복음의 교회로 세우기 위해 기장이라는 교단을 출범시킵니다. 그 출범선언서의 결론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의 소신대로 전적인 그리스도를 인간생활의 전 부문에 증거하기위하여 총진군할 것이다”

전적 그리스도를 인간생활의 전 부문에 증거하기위하여! 이것이 우리 기장 신앙고백의 백미입니다. 이 신앙고백 때문에 우리는 유신독재가 인권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할 때 그것은 단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었음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악의 구조에 대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신앙의 이름으로 저항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긍지 아닙니까? 기장의 자랑 아닙니까? 도대체 누가 어느 교단이 그 당시 그런 예언자적 증언을 할 수 있었습니까?

이 고백 때문에 우리는 분단 질서가 한반도의 평화를 유린하는 세상 속에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란 세속의 문제가 아니라 평화의 복음이 감당해야 할 선교적과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평화의 수립자로서 복음을 증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 기장의 보람이 아닙니까?

만약 한국교회사에 이 전통, 이 통전적 복음이해의 전통이 없었더라면, 우리 기장이 아니었더라면 오늘 한국교회는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사적 종교로 전락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야속하신 하나님, 과부의 동전 두 닢을 받으시는 그 야속하신 하나님은 우리의 전부를 요구하십니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 가정, 직장, 학교, 이 사회와 역사, 나의 직업과 돈벌이 그 모든 것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우리 삶속에 그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질서가 심겨지기를 바랍니다. 교회 와서 만이 아니라 엿새 동안 교회에 오지 않고 우리가 세속의 일에 매몰되어 사는 그 시간에도 예수 믿는 사람은 예수 믿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 일부가 아닌 전부가 하나님께 드려지고, 우리의 생 부분이 아니라 전부가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 갈수 있기를 바랍니다. 복음의 능력이 이 세상 구석구석에 넘쳐들어 올바른 정치, 정의로운 경제 질서, 평화로운 사회가 세워지는데 우리의 신앙이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야속하신 하나님은, 가난한 과부의 두 닢 동전, 그 과부의 전부를 기꺼이 받으시는 그 야속하신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모든 것을 찾고 계십니다. 정치 따로 신앙 따로가 아니라 돈벌이 따로 믿음 따로가 아니라 온 세상에 이 땅 구석구석, 생의 모든 영역 전부 통째로 하나님의 생명이 넘치는 세상을 향해 우리를 보내고 계십니다. 그게 기장이고 그게 참 복음입니다. 아멘!

정진우 목사(서울제일교회,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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