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산책길에 여리디여린 연록의 생명이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하늘로 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생명은 향이 깊은 더덕이었습니다. 아직 꽃이 피지도 않았건만 그윽한 더덕향이 숲 가득합니다. 그렇습니다. 더덕은 꽃향기보다도 줄기와 뿌리에 품은 향기가 그윽한 식물입니다.

“참으로 여리다!”

우리는 왜 여린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사랑한다고 착각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내 안에 여린 것 혹은 연약한 것들을 떨쳐버리려 투쟁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이제 막 꽃망울을 맺은 더덕, 그 꽃이 보고 싶어 이전에 담았던 것을 꺼내어 봅니다. 그렇게 향이 그윽한 더덕, 줄기는 한없이 하늘을 향하지만, 꽃은 땅을 향하고 있네요.

하늘과 땅 모두를 품은 더덕의 마음을 보는듯합니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뤄지이다!” 이것이 우리의 기도가 되어야 할 터인데 하늘과 땅으로 나눠놓고 오로지 하늘만을 추구하며, 땅에서는 온갖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에 빠져서 선과 악, 어둠과 빛, 하늘과 땅, 육체와 영혼 등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눠놓고 어느 한 쪽만 좋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온갖 악한 일을 선한 일로 둔갑시키고, 어둠을 빛이라 하고, 사람의 뜻을 하늘 뜻이라 하고, 영혼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어두운 시대일수록 이런 사람들이 득세하고 판을 칩니다. 여린 사람들과 연약한 사람들은 발붙일 곳이 없습니다. 이러한 때에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여린 사람들과 연약한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의 연약함을 감싸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하나님의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향이 깊은 사람입니다.

내 안에 들어 있는 연약함을 인정하고, 네 안에 있는 여리디여린 마음을 감싸주는 사람,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습니다. 삶의 향이 깊은 사람 말입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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