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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네월아 스타일', 마을 시골버스버스 놓친 청년을 기다려주는 시골버스 기사와 승객들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7.21 11:20

버스 정류소에 승객이 다 타고 난 후 버스가 출발했다. 버스가 출발한 지 5초 정도, 그러니까 50m 정도나 버스가 갔을까. 

"아저씨! 아저씨! 잠시만 서 봐유." 

  
▲ 시골버스 시골버스엔 노인 승객이 대부분이다. 등하교시간엔 학생들이 많이 탄다. 30~50대의 돈을 버는 남성이 시골버스를 타고 다니는 경우는 가물에 콩나듯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운전기사는 급하게 독촉하는 것보다는 넉넉하게 기다리는 것이 생활화될 수밖에 없다.
ⓒ 송상호
시골버스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다. 버스 밖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라 버스 안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사실 그 할머니뿐만 아니라 버스에 탄 몇 사람의 이구동성이었다.  

"아. 왜 그려유. 뭔 일 났시유." 

버스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웠다. 모두의 시선이 기사아저씨 쪽이 아닌 창밖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소에서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다가 멈춰 서고 있었다.  

"아, 빨리 뛰어와. 뭐하는 겨?" 

버스에 탄 한 할아버지가 총각을 향해 외친 목소리다. 그제야 그 목소리를 들은 총각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버스에 타고 있던 나를 포함한 열 댓 명의 사람들은 모두 그 총각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은 고개를 죽 내밀고 보거나 일어서서 보았다.  

"으샤으샤" 

누구도 이렇게 소리를 내어 응원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론 이미 응원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총각도 우리의 응원을 들었는지 조금 전 보다 더 힘껏 달려오는 듯 했다.  

다른 차들이 버스를 앞질러나갔다. 시골의 편도 1차선 도로에 버스가 멈춰 섰으니 그럴 수밖에. 몇 대의 차가 앞질러 지나가도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로지 모두의 관심사는 그 총각의 뜀박질에 가있었다.   

드디어 총각이 버스에 올라탔다. 숨을 헐떡거렸다. 부리나케 교통카드를 찍고는 총각이 말했다.  

"난~~~ 또.... 버스를 놓친 줄 알고 뛰지 않았는데.....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씩 웃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감사하다고 하느냐. 가끔씩 있는 일이며, 이 정도는 기본이다'라는 식이었다. 거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무슨 큰일을 이루어낸 양 그 총각을 보고 웃었다. 이런 분위기가 어색한지 그 총각은 잽싸게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는 버스는 신나게 안성시내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 자전거 시골 버스에 자전거가 타고 있다. 할아버지는 이 자전거를 버스에 실고 안성시내에서 볼일을 끝낸 후 또 버스에 올라탔다. 이런 경우에도 버스 기사아저씨가 찡그리는 법은 없다. 오히려 "어디 갔다 오셨느냐"며 깍듯이 인사를 한다.
ⓒ 송상호
시골버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누구 하나 불평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모두가 그 총각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시내버스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닌다. 그 차를 놓치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 사실을 승객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모두가 한 번 쯤은 버스를 놓치고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버스를 놓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자신들의 과거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졌으리라. 그 총각이 헐레벌떡 버스에 올랐을 땐, 마치 자신들이 버스를 놓칠 번하다가 버스에 올라탄 기분이었으리라. 어쩌면 원래 성품들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 때문에 넉넉해졌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마을 시골버스(안성 백성운수 100번 버스)를 타다보면 가끔 이런 종류의 일이 생긴다. 전에는 연세 많으신 한 할아버지가 동네 어귀에서 나오는 걸 본 기사 아저씨가 빵빵 거리며 할아버지를 오라고 불렀다. 할아버지도 그 소리를 듣고는 부지런히 걸어왔다. 버스가 정류소에서 떠나지 않은 채 3분 정도는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나름 부지런히 걸었지만, 그의  걸음속도는 거북이 속도였다. 

전에는 또 한 할아버지가 버스에 올라탔다. 그 할아버지의 옆구리엔 자전거가 있었다. '영차영차' 자전거를 실는 동안 앞 사람과 뒷사람이 돕는다. 그것도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자전거를 버스에 실고 안성시내에 나갔다가 거기서 장도 보고 일도 보고 다시 돌아오는 듯했다.  마을에서 나갈 때도 자전거를 버스에 실었으니 올 때도 그랬을 터.  

  
▲ 시골버스2 시골버스가 추수를 막 끝낸 가을 들녘을 가르며 신나게 달려가고 있다. 시골버스가 넉넉해지는 것은 아마도 이른 주위 풍경때문이리라.
ⓒ 송상호
시골버스

그러고 보면 우리 마을에 오는 버스 운전기사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두가 '세월아 네월아 스타일'이다. 그 분들이 모두 성격이 그러지는 않을 터. 그런데도 시골 버스만 운전하면 그렇게 되는 듯 했다. 환경이 참 중요하긴 하나보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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