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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송아지는 출신부터 다르네!보름마다 열리는 안성 송아지 경매시장을 가다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8.10 18:26

▲ 송아지 경매시장 안성축협에서 운영하는 안성 송아지 경매시장의 모습이다. 송아지를 팔러온 사람, 사러온 사람, 구경하러 온 사람, 송아지 등이 엉켜서 한바탕 시끌벅적한 시골장터가 형성된다. ⓒ 송상호

이른 아침부터 일단의 트럭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트럭 뒤에 송아지를 실은 차들보다 그렇지 않은 차들이 더 많다.

송아지 경매시장에 온 사람들도 소걸음으로

도착한 송아지들이 각각 번호가 매겨지고, 자기 자리를 잡는다. 생산자와 몸무게, 출신 혈통 등이 그 송아지 이름표에 적혀진다. 송아지를 사러온 사람들은 돌아다니면서 깨알같이 하나하나 쳐다본다. '오늘은 괜찮은 놈이 나왔나'라며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닌다. 송아지 경매시장이라서 그런지 사려는 사람들도 모두 소걸음이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송아지의 이모저모를 따져가며, 잡담도 해가며. 오늘 송아지를 사고팔고 하지 않은 사람들도 구경삼아 왔다. 

"아, 영식이네 아들 장가 갔댜."

"그려. 난 몰랐네. 벌써 그래 되았구만"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들은 애당초 송아지엔 관심 없는 사람처럼 이웃집 안부, 마을 뉴스를 나누느라 송아지 울음보다 더 시끄럽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송아지 울음소리랑 사람들 대화 소리가 어울려 경매시장은 순식간에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시골장터가 된다. 

 

▲ 송아지 송아지를 사러 온 한 농부가 뚫어져라 송아지를 보고 있다. "저 송아지를 사, 말어. 고놈 참 고민 되게 만드네." ⓒ 송상호

지난해만 해도 "소 값이 개 값보다 못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올해 초부터 점차 올라간 소 값이 지금은 꽤 괜찮다. 팔러 나온 사람들도 사러 나온 사람들도 모두 '싱글벙글'일 밖에. 다만 그동안 정들었던 주인 곁을 떠나는 송아지들만 심각하다. 자신들이 어디론가 팔려 간다는 걸 눈치 챘는지, 아니면 평소의 분위기가 아닌 어수선한 분위기에 기가 눌렸는지 눈만 껌뻑껌뻑 거린다. 

오늘 챔피언은 홍은석씨네 311만 원짜리 송아지 

경매 방식은 구두경매가 아닌 입찰경매다. 27일 아침 7시부터 준비된 이 시장이 10시가 되자 1차 경매, 10시 30분이 되자 2차 경매에 들어갔다. 11시쯤이 되자 여기저기서 '낙찰'이라는 글귀가 기록되고, 낙찰가격이 표시된다.  

사는 사람도 구경 온 사람도 오늘의 최고 가격의 송아지에 눈길이 간다. 어떤 놈일까. 드디어 나타났다. 최고가는 홍은석씨네 송아지로, 311만5000원에 신준식씨네 농장으로 낙찰되었다. 

"햐 고놈 참 비싼 놈일세 그랴." 

구경 온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바야흐로 송아지 전성시대다. 작년에 100만 원도 하지 않던 때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농장의 효자로 등극한 셈이다. 

▲ 가장 비싼 송아지 오늘 낙찰 된 송아지 중 가장 비싼 송아지다. 3,115,000원에 낙찰되었다. ⓒ 송상호

경매시장이 열리는 날은 매월 12일, 27일이다. 이날 거래된 송아지는 40두이며, 여기에선 모두 100두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아마도 올 가을 추수 때면 80두까지도 거래될 것으로 양희준 계장(안성축협 송아지경매시장 담당)은 점치고 있다. 역시나 추석을 전후해서 성수기라는 이야기다. 지난 해 겨울에 수정한 것들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다.  

족보 없는 송아지는 명함도 못 내민다 

송아지 경매시장엔 아무 송아지나 못 들어온다. 소위 족보 있는 한우 송아지만 다뤄진다. 어미를 잘 만난 송아지, 출신 성분이 좋은 송아지 말이다. 여기서도 출신 차별이 이루어지는데 그 기준은 안성 축협이나 안성시에서 등록된 어미 소가 낳은 송아지로서 혈통근거부에 등록된 송아지들이다. 아비 소보다는 어미 소에 따라 족보 있는 송아지가 된다는 것도 사람과는 다소 다른 점이다. 안성시에 전산 등록된 어미가 낳은 송아지만이 혈통 있는 자손이 된다. 

▲ 챔피언 송아지 오늘 챔피언에 등극한 송아지다. 한마디로 제일 비싼 놈이다. ⓒ 송상호

반면 소위 혈통근거부에 등록되지 않은 소들은 농가끼리 직거래를 한다. 간혹 중간에 장사꾼이 끼기도 한다. 그렇게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바닥에서 거래 된다'고 표현한다. 

원래 안성 중리동에 있던 송아지경매시장이 3개월 전 지금의 장소(안성 금광면)로 옮겨왔다. 이 시장에서 파는 사람은 안성농가이지만, 사는 사람은 안성은 기본이고 평택, 이천, 오산, 천안 등지이니 가히 인근 도시에서는 알려진 경매시장 중 하나일 듯.  

사고 판 주인은 좋아하지만, 송아지는 그저 섭섭하다? 

경매가 끝나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람들이 썰물 빠져나가 듯 나가 버린다. '송아지 반 사람 반'이었던 경매시장엔 어느덧 송아지 숫자가 많아지면 새 주인의 트럭에 송아지를 싣는 작업이 진행된다.  

▲ 버티는 송아지 새 주인의 차에 오르지 않으려고 버티는 송아지. 오늘 팔려 가는 송아지들 모두가 이런 심정으로 끌려갔다. 40 마리 모두 이런 형국이었다. ⓒ 송상호

이상하게도 그 많은 송아지 중 선뜻 새 주인을 따라 나서는 송아지는 한 마리도 없다. 모두가 새 주인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버틴다. 적게는 주인 한 사람이, 많게는 서너 사람이 힘을 써서 밀어 넣어야 겨우 새 주인의 차에 올라탄다. 사람들이야 송아지를 사고팔았으니 좋은 일이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주인과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팔려가는 송아지는 그저 심란하기만 한가 보다. 버텨도 결국 차에 실려 가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자신의 섭섭한 마음을 표시하고야 마는 송아지들이 왠지 안쓰럽기도 하다.   

하나둘 송아지들이 새 주인들의 트럭에 실려 나가고, 안성 축협 직원들의 청소가 바삐 진행된다. 바야흐로 시장이 파할 시간이다. 잘 가지 않으려는 송아지들을 밀면서 함께 힘을 쓰는 것도 축협 직원들의 몫이다. 12시나 되어서 장이 파한다. 

구경하러온 사람들도, 사러온 사람들도, 팔러온 사람들도, 팔려가는 송아지들도 모두 트럭이나 차를 타고 사라지면 경매시장에 조용한 평화가 잦아든다. 또 다음 달 12일 장날을 기약하면서. 

오늘 입찰 경매를 직접 진행한 양희준 계장(안성축협 송아지경매시장 담당)이다.  ⓒ 송상호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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