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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에 이렇게나 많은 호랑이가 살다니!안성 복거마을에 집집마다 호랑이가 살고 있는 이유
송상호 기자 | 승인 2009.09.10 10:48
 
 

  
▲ 수호신 호랑이 마을회관 앞에 서 있는 호랑이는 마치 마을의 수호신 처럼 서있다. 이 작품은 농기구 등의 폐자재를 재활용해서 전문작가가 만든 작품이다.
ⓒ 소나무
호라이가 살던 마을

경기도 안성(금광면 신양복리)에 가면 집집마다 호랑이가 사는 마을이 있다. 이름은 복거 마을. 이 마을에는 요즘 유행하는 수수께끼가 있다. "우리 마을엔 호랑이가 도대체 몇 마리가 살까"라고. 어떤 집엔 다섯 마리, 어떤 집엔 세 마리, 어떤 집엔 한 마리, 마을 회관 근처엔 수 십 마리 등등. 아직도 그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고. 

무슨 일이냐고. 평균 연령대가 칠순과 팔순인 시골마을에 때 아닌 '미술 바람'이 불었다. 안성에 있는 문화예술 공간 소나무 갤러리(http://www.sonahmoo.com/ )에서 일을 내버렸다. 소나무 갤러리에서는 '아름다운 미술 마을 만들기(안성시와 두리마을 운영위원회 주최)'를 어떤 마을에 실행할까 하다가 '복거마을'을 선택했고, 무슨 주제로 할까 연구하다가 '호랑이가 살던 마을'로 잡았던 것. 

시골마을에서 호랑이를 기다리는 이유가 뭘까? 

  
▲ 견학 복거 마을회관 옆에 서 있는 호랑이 앞으로 견학온 안성의 한 유치원.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 현장학습 안성의 한 유치원에서 현장학습을 나왔다. 호랑이 민화가 그려져 있는 집 앞에서 한 수녀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호랑이가 살던 마을', 이유가 분명히 있다. 복거마을은 옛날 조선 시대엔 '호동(虎洞)' 또는 '복호리(伏虎里)'라고 불리던 마을이다. 마을 뒷산이 마치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복호리가  '복거리(福巨里)'로 바뀌어 지금까지 내려왔다. 

주제가 '호랑이를 기다리며'다. 호랑이가 살던 마을에서 호랑이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시대에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호랑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과 같은 말처럼 우리의 옛 시골정서가 다시 살아나는 마을이기를 기원하는 것. 호랑이가 마을에도 나타났던 옛 시절, 서민들이 오순도순 나누며 살던 시골마을의 인심, 나아가 공동체성과 인간성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둘째, 건강한 생태계의 회복을 기원하는 것. 호랑이가 살 정도의 생태계라면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호랑이가 실제로 살 수도 있을 만큼의 생태계를 복원해보자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 쌍 호랑이 지붕위에 호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 마을 사람들 마을 어르신들을 사진으로 촬영, 확대해서 벽에다가 붙였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처럼 보인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마을 곳곳에 이렇게나 많은 호랑이가! 

의미만 거창하고 실속이 없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미술마을이라고 하니 호랑이 그림 몇 개 그려 놓은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마을 곳곳에 오목조목 알뜰살뜰 호랑이들이 살게 해놓았다. 마을회관에 비치된 마을 안내 지도엔 자그마치 작품 위치 번호가 52개나 된다. 

마을 회관 지붕엔 호랑이 철 조각이 있다. 마을회관 앞엔 마을 수호신처럼 대형 호랑이 구조물이 서 있다. 마을회관 광장엔 호랑이 펜스가 몇 개나 있다. 어떤 집엔 호랑이 그림이 벽에 있다. 어떤 집 담 위엔 소형 호랑이 조각상이 몇 마리가 있다. 어떤 집 지붕엔 호랑이 조각상이 앉아있다. 어떤 집엔 호랑이가 굴에서 나오는 그림이 있어 그 굴엔 호랑이가 도대체 몇 마리가 사는지 모른다. 

이 작업에 투여된 인원만도 총 200여 명. 실제 조성 기간만도 7개월(올해 1월~7월). 이 작업에 전문 작가 7명 이내, 중앙대학교 조소과 학생들, 한남대학교 회화과 학생들, 중앙대학교 조소과 환경디자인팀, 국제워크 캠프기구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오죽하면 이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이 생긴 이래 최대로 큰 행사라고 했을까. 

  
▲ 난간 호랑이들 마을 회관 앞 도로의 난간엔 호랑이들이 수십마리 살고 있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 호랑이 막 뒷산에서 호랑이 한마리가 마을로 튀어나오려고 한다.
ⓒ 소나무
안성 복거마을

마을 어르신들, '퇴물'에서 '현역'으로 

이러한 작업 규모보다 더 뜻있는 일이 있다. 바로 마을 어르신들이 이 작업에 참여한 것. 마을회관에 모여서 직접 호랑이 그림, 꽃 그림 등을 그렸다. 평생 처음 해보는 미술 작업이었지만, 자신들의 손으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보는 기쁨에 잠 못 이룬 할머니도 있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모델로 자신의 집 벽에 페인팅 된 집도 여럿 있다.  

처음엔 이 작업에 반대를 표하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갈수록 미술 작업팀과 하나가 되어 열심히 해냈다. 마당을 쓸고 거름더미를 치우고 마을 거리를 정리정돈 했다. 미술 작품이 행여나 손상될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마지막 마을 잔치에는 할머니들이 손수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와 '소양강 처녀' 등의 축하곡으로 자축하기도 했다.  

  
▲ 작업 중 마을 어르신들이 지금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이 작품 들이 때론 자신의 집 벽에, 때론 마을 회관 벽 등의 밑그림으로 사용되었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 연습 중 작품 작업이 거의 마치는 날에 마지막 파티를 위해 노래 연습을 같이 하는 마을 어르신들과 작업팀의 대학생들. 그래서 어르신들은 지난 7개월이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 소나무
호랑이가 살던 마을

어르신들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자신들이 소위 '퇴물'인 줄만 알았는데, 자신들의 힘으로 미술 마을을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신의 손자들이 마을에 놀러오면 손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사실은 자랑이라고 해야겠지만. 이제 마을에 누군가가 놀러 오면 말해줄 스토리가 생겼다. 이젠 누군가가 자신들의 마을에 놀러왔으면 하고 은근히 바란다.   

7개월 동안 작업하던 팀들과도 친분이 남다르다. 처음에 서먹서먹하던 어르신들과의 관계는 이제 같은 식구라는 데까지 갔다. 소나무 갤러리 최예문 대표가 마을에 뜨면 마을 어르신들이 서로 "아, 선상님. 우리 집에서 뭐 좀 잡숫고 가셔. 빨랑 와."이라고 해서 고사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그들의 말대로 "세 계절(겨울, 봄, 여름)을 같이 보낸 지난 7개월이 서로에게 행복이었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었다. 지난 7개월 동안 '호랑이'가 이 마을에 살고 있었던 셈이다. 이 작업을 지휘한 최예문 대표의 심정은 그것을 말해준다.

"마을에 오는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전문 인력과 뭔가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과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 이 마을에 슈퍼마켓 하나 없다는 것도 큰 아쉬움입니다. 실제로 마을어르신들의 소득창출에 도움이 되어야겠죠." 

  
▲ 최예문대표 지난 7개월 간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업을 마친 소나무 갤러리 최예문 대표가 복거마을 회관 앞에서 웃고 있다. 이제 최대표는 이 마을에서 인기 있는 유명인사가 되어 버렸다.
ⓒ 송상호
소나무 갤러리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이 마을에 찾아가서 호랑이가 몇 마리 사는지 세어보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는 그 호랑이를 각자의 집에 데려가는 일만 남았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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