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꽃말은 '순결'과 '청순한 마음'입니다.

연꽃은 비록 흙탕물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흙탕물 위로 한 방울의 오물도 머무를 수 없는 이파리와 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날 소낙비가 내릴 적에 토란잎과 더불어 연잎은 우산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시락을 챙기는 것이 힘든 시절 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도시락을 챙긴들 김치 아니면 된장이나 고추장에 학교 가는 길에 텃밭에서 딴 고추나 오이가 반찬이었던 시절이다 보니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반찬을 싸오는 아이들이 꽤 부러웠습니다. 멸치나 계란부침, 소시지 같은 것은 그림의 떡이었지요.

어느 날인가 어떤 아이가 연근조림을 반찬으로 싸왔습니다.

연꽃은 많이 봐왔고, 비 오는 날이면 연꽃 이파리를 머리에 쓰고 다니긴 했는데 구멍이 송송 뚫린 연근 조림을 처음 보았던 것입니다. 저렇게 구멍을 뚫어 반찬을 만들기까지 참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시락 반찬을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어머니를 가진 그 아이는 참 좋겠다 했습니다.

“엄마, 나도 연근 조림 좀 해 주라!”

투정처럼 한 말인데 장에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연근을 사오셨습니다. 그제야 연근이 본래 그렇게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연꽃이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오고, 연근도 하나의 상징처럼 다가왔습니다.

흙탕물 속에서 어찌도 저렇게 깨끗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진흙탕 세상이라도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연꽃처럼 피어나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구멍 송송 뚫린 연근은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라는 상징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운 겨울 두물머리에서 만난 또 다른 연꽃의 삶의 흔적을 보면서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장엄한 그들을 보며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그의 전 생애를 보며 ‘순결’, ‘청순한 마음’이라는 꽃말이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습니다.

자기가 처해있는 세상이 탁하다며, 그런 세상이니 이렇게 오염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자위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이란 것이 세상의 흐름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오염된 꽃을 피워내는 것일까 먹먹했습니다.
세상보다도 더 세상적인 교회, 입술로만 사랑 가득한 신앙인, 자기 의에 빠져서 자기의 생각이 곧 하나님의 생각이라고 여기는 종교 지도자들……. 이 모든 것은 순결을 포기한 사악한 마음 때문에 온 것이 아닌가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시겠지요. 그렇게 구정물, 흙탕물 세상이지만 연꽃처럼 순결한 꽃을 피우려는 이들을 기다리고 계시겠지요.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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