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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결혼 후 다양한 벽을 넘고 있어요."다문화 가정의 기막힌 사연
송상호 기자 | 승인 2010.01.11 13:43

2002년 박제헌(41)는 출석하던 교회 목사 부인의 소개로, 프란시스카(한국이름 박진희, 현재 32)씨는 한국으로 시집간 자신의 언니의 소개로 그들은 만났다.  

 

만난 지 3일 만에 결혼하게 된 사연

  
▲ 가족 아내 프란시스카(32세), 남편 박제헌(41세), 딸 인애(7세), 아들 다니엘(4세) 등이 안방에서 폼을 잡았다. 그들은 아주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 행복하고, 또 앞으로 행복을 만들어갈 거라고 말한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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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들의 결혼은 만난 지 3일 만에 이루어졌다. 첫날 만나서 선보고, 그 다음날 처가에 들어 결혼 허락을 받아내고, 그 다음날 필리핀 현지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당시 노총각이었던 박제헌씨는 결혼이 급했고, 프란시스카씨는 언니의 권유가 한몫했다.  

서로의 첫인상을 묻자, 아내는 "남편이 키가 너무 작았고, 머리숱이 별로 없어서 맘에 안  들었어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남편은 "당시 20대 초반인 아내가 마치 중학생처럼 어려 보여서 험한 세상 같이 살아 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당일 아내는 "남편 될 사람이 하얀 옷을 입고 나오면 결혼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고, 마침 남편은 하얀 옷을 입고 나타났다. 남편은 단지 깔끔하게 보이고 싶어서 하얀 옷을 입고 나간 것뿐이었다는데. 이렇게 그들의 운명은 엮어졌다.  

 

운명적인 만남 뒤에 찾아온 현실의 벽

  
▲ 남편과 아내 지금 남편이 아내의 볼에 뽀뽀를 하려하고 있다. 남편 박제헌 씨는 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들을 만나고 부터 아내에 대해 더욱 배려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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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인 만남이었지만, 현실은 만만찮았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 덕분에 신혼 초엔 남편의 시집에 함께 살았다. 그 후에도 셋방을 전전했다. 이런 힘든 상황이 이어지자 아내는 "그때마다 아주 많이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었어요"라고 그때를 회상한다.  

그런 경제적 어려움보다도 그들을 더 힘들게 한 것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다. 한국과 필리핀 문화의 차이, 그리고 언어의 장벽 등은 부부의 삶을 몇 배로 힘들게 했다. 힘든 현실을 극복해내기엔 부부간 의사소통만큼 좋은 약이 없지만, 그들에겐 이게 부족했다. 사소한 것부터 의사소통이 어려워 오해 아닌 오해로 서로의 마음이 상하곤 했다.   

그것도 모자라 4년 전, 운명의 장난은 시작되었다. 남편이 일하던 직장에서 기계에 오른손이 말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남편은 장애등급을 받았다. 졸지에 실직을 한 남편은 요즘도 간혹 잘잘한 일을 할 뿐이다. 덕분에 아내가 주 2회 학습센터 영어교사를 하여 밥벌이를 하고 있다. 

 

고난 속에서도 행복은 있었다 

이런 그들에게도 낭보가 있었다. 바로 1년 전, 현재 사는 '참아름 아파트(서민 임대주택)'에 입주하였다. 비록 임대아파트였지만, 번듯한 집이 없었던 그들에겐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아내는 당시의 기분을 "너무 너무 좋았어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3년 전부터 안성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센터'에 나가게 된 것도 그들에겐 큰 위안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성을 만나 대화를 했고, 필리핀 친구와 타국의 여성을 사귀게 되었다. 혼자라고만 느꼈던 아내는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사실 다양한 다문화 가정과의 만남을 통해 생각이 바뀐 것은 남편이었다. 아내 쪽보다 남편 쪽이 더욱더 배려 해주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는 것.

  
▲ 자녀 아들 다니엘과 딸 인애는 부부에게 있어 보물이자 부부를 이어주는 다리이다. 한 눈에 봐도 자녀들은 아주 밝아 보였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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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들의 희망은 그들의 자녀들. 딸 인애(7세)와 아들 다니엘(4세)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보물이다. 아내는 결혼생활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자녀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참아내었다. 남편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자녀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런 부모들의 노력 탓인지 인애와 다니엘은 성격이 아주 발랄해서 보기 좋았다.  

아직 그들 앞엔 생활고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만, 모진 풍상을 겪었던 남편은 말한다.  

"부부생활의 생명은 서로에 대한 배려더라고요. 결혼은 하는 게 아니라 평생 만들어 간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또한 한국에서 대학공부도 하고 싶다는 아내의 꿈을 남편은 가슴깊이 새기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행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송상호 기자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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