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3월14일)에 광화문 열린 시민 공원에서 있었던 ‘새만금 갯벌 살리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제법 큰 행사도 있었지만, 왠지 전 광화문에 머물러 있는 것에 더 많은 마음이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섭게 찾아온 꽃샘추위의 날씨였지만, 그나마 견딜 수 있었습니다.

▲ 광화문 열린 시민 공원에서 있었던 새만금 갯벌을 위한 개신교기도회에 참석한 기독인들.

여느 문화제와는 참 다르게 신명나고 즐거운 촛불문화제였습니다. 시 낭송, 오카리나 연주, 판소리, 힙합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힙합 그룹의 노래와 춤은 2시간 30분의 장시간을 앉아 있던 참석자들을 일으켜 세워 들썩거리게 만든 대단한 무대였습니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저희 교회 청년과 사진을 찍느라 계속해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서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흥겨운 문화제도 즐겼지만, 이것저것 생각해 볼 여유도 가져보았습니다. 이런 문화제가 과연 새만금을 살리는데 어떤 효과가 있을지? 비록 소수이지만 바른 소리를 내고 있는 분들의 의견은 들은 채도 않는 정부 관리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렇게 행정집행을 하려는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생각만 했지, 뾰족이 답은 얻지 못한 고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과연 우리에게 백년을 고민하며 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과 이해가 있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합니다. 그만큼 중요하기에 멀리보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애끓는 심정으로 새만금의 아픔을 표현한 판소리 소리꾼.

문화제 거의 마지막 순서 쯤 되니 초등학생 5명이 출연해 새만금을 위한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이 어린이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미래 새만금의 주인공입니다.” 전 그 소개말에서 “사람과 자연을 향한 계획은 백년을 생각한 것이 되어야 하는구나!” 했습니다.

인구가 많아지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욕구와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어떤 논리와 계획이 맞는지 잘 구별하기가 힘든 시대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런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런 것 같고,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만 남게 됩니다. 자신들의 욕구가 다른 욕구와 충돌하면 물리적 충돌도 불 싸하겠다고 죽일 듯이 서로 달려듭니다.

그러나 정말 아무 것도 남는 것 없이 다양성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갑니다. 저를 가르치셨던 목사님이 저희 청년들을 가르치셨던 말씀 중에 “그리스도인의 꿈에는 하나님과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하셨는데, 참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참 추상적인 말이지만, 그 보수적인 교단에서 하나님‘만’이 아니라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전 평택과 새만금에서 하나님은 있을지언정 사람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살아갈 자연은 더더욱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없는데 자연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전쟁의 논리, 승자의 논리, 개발의 논리만 존재합니다. 서구 기독교가 걸어왔던 길에 전쟁의 하나님, 승자의 하나님, 자연 위에 군림하도록 명령하는 하나님만 남았듯이 한국의 기독교도 그렇게 길을 가고 있습니다.

▲ 미래 새만금의 주인공들을 위해서라도 새만금은 보존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새만금은 이들 것이기에 우리는 파괴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제 16일이면 대법원이 판결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전날부터 대법원 앞에서 밤을 세운다는 NGO 단체의 회원도 있습니다. 함께 동참하자고 호소도 하더군요. 다행히 오늘 밤은 그렇게 춥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판결도 우리의 마음을 춥게 만들지 않고 따뜻하게 했으면 합니다. 정말 백년을 바라볼 수 있는 큰 판결이 나왔으면 합니다.

▲ 새만금이 우리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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