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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의 도'가 무궁무진 하더라"가난한 시골 서생이 연탄을 때며 알아가는 '연탄의 도'
송상호 기자 | 승인 2010.03.24 15:13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을 줄 안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집도 오늘까지 연탄 땐 지가 자그마치 6년. 서당 개보다 갑절이나 했으니, 뭔가 터득한 게 있지 않았을까.

사실 그동안 각종 인터넷 신문 등에 '연탄을 갈면 행복이 데워진다. 연탄 가는 데도 도가 있고 수준이 있다. 아빤, 연탄 갈 때만 필요한 겨' 등의 제목으로 글을 써서 히트 쳤으니,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해도 될 듯하다. 또 연탄 때문에 우려먹을 게 남았느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는 것 아닌가.


6년 전, 이렇게 연탄 때기 시작했다

우리 집이 처음 연탄을 땐 것은, 서민들 누구나 그렇듯 고상한 이유가 아니었다. 2005년 6월, 14개월이나 걸려서 내 손으로 직접 지은 안성 일죽 '더아모의집'에 입주하면서 우리 집의 연탄 때기가 시작되었다. 조립식으로 지은 '더아모의집'의 평수가 정확하게 51.7평이었다. 결코 적은 평수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입주하는 첫 날, '더아모의집'에 오는 마을 아이들10명과 함께 거실(약 30평)에서 필드하키를 하며 놀았을까.

돈이 있어서 '더아모의집'을 지은 게 아니었다. 후원자들의 피 같은 돈이 십시일반 모였고, 내가 신용카드로 목돈을 대출 받아 지은 집이었다. 집이 들어선 땅도 3년 뒤에 사는 조건으로 땅주인과 계약한 상태니, 땅도 우리 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집은 넓고, 돈이 없으니 고민 끝에 연탄 때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연탄 때기'가 우여곡절 끝에 일죽 '더아모의집'을 내 손으로 직접 허물고 나오면서 연탄보일러를 지금 사는 시골 빈집으로 옮겨 왔던 것. 2006년 12월 24일, 일죽에서 쫓겨나다 시피해서 오게 된 시골집에서도 오늘까지 변함없이 '연탄 때기'는 이어질 수 있었다. 

   
▲ 연탄 갈기 2007년 11월에 세계일보에서 찍어간 나의 사진이다. 연탄을 가는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
ⓒ 세계일보
연탄

연탄 갈기, 여전히 번거롭다

사실 연탄 때는 것을 60~70년대 가난했던 시절의 추억쯤으로 생각해서 마음이 따스해진다면, 그것은 추억이니까 가능한 것 일터.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번거로운 '불편 요소'다.

하루에 2~3회 연탄을 갈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연탄을 때면 어디 멀리 가는 것도 늘 신경 써야 한다. 불문을 조절해야 하고, 하룻밤을 넘길라치면 이웃에게 부탁을 해야 한다.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불을 꺼트리던지 아니면 하룻밤을 넘기는 외출은 아예 삼가야 한다. 

옷에 연탄 냄새가 묻어서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 은근히 코를 막는 모습을 보면 시쳇말로 '쪽 팔린다'. 그러다가 연탄이 한 번 꺼지기라도 하면 번개탄을 피우고 부채질을 하고 '난리 부르스'를 한 판 춰야 한다. 아무리 조심해도 연탄가스의 위험은 곁에서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탄을 때면 연탄가스 때문에 주변의 물건들이 모두 상한다. 그 가스가 얼마나 독한지 철로 만든 연통이 한 해 동안 '연탄 때기'가 끝나고 나면 마치 낙엽이 부서지듯 부서져 버리곤 한다. 

 

6년 지난 최근에 터득한 '연탄의 도'

그럼에도 연탄을 때면서 오는 깨달음과 행복이 내겐 좋은 걸 어떡하랴. 마치 나만 알아낸 것처럼 말이다.

먼저 연탄 가는 방식이 최근에 나에게 있어서 새로워졌다. 우리 집 연탄보일러는 '3구3탄'짜리다. 그 정도면 시골집을 충분히 따뜻하게 해준다. 종전까지는 연탄을 갈 때, 3장 연탄 중 중간 불이 시원찮거나 꺼졌으면 그 두 연탄을 버렸다. 맨 위의 불을 맨 밑으로 넣고 새 연탄 2장을 위로 갈아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중간 불이 시원찮거나 꺼진 것에 상관없이 중간 연탄을 버리지 않고 맨 밑으로 넣는다. 맨 위의 불을 중간에 넣을 뿐이다.

그렇게 하니 연탄도 절약하고, 방의 온도는 여전하더라. 새 연탄을 두 장 넣는 종전 방식이나, 새 연탄을 한 장만 맨 위에 넣는 지금 방식이나 연탄 타는 속도는 대동소이하다. 연탄 가는 시간도 종전방식이나 지금 방식이나 거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종전에는 3장의 연탄구멍을 일일이 잘 맞추려고 노력했었다. 아니면 적어도 아래위 두 장이라도 맞추어야 잘 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 확신이 든 것은, 불구멍을 제대로 맞추는 것보다 맞추지 않고 대충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 집 연탄보일러가 '3구3탄'이어서 서로 연탄구멍이 통하니 상관없었던 것. 결정적으로 연탄가스를 밖으로 내보내는 '가스배출기'가 계속해서 돌아가면서 바깥으로 가스를 배출하며 부채 역할을 하고 있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차라리 불구멍을 맞추지 않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타게 하는 길이다. 한마디로 연탄 불구멍을 보지도 않고 갈기만 한다는 이야기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환절기에 연탄을 때는 것은 거의 예술의 경지에 가까워야 한다. 기상예보에 따라 3구 중 2구를 땔 것인지, 1구를 땔 것인지, 아니면 3구 모두를 땔 것인지를 사전에 계획해야 한다. 또한 그 날이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에 따라 몇 구를 땔 것인가가 다르다. 너무 많이 때 버리면, 밤에 잘 때 방이 더워서 식구들이 잠을 설친다. 물론 적게 때 버리면 추워서 잠을 설치게 된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오늘은 2구를 때고 있다. 날씨가 '꽃샘추위'라면서도 낮엔 은근히 봄기운이 도는 날씨이기 때문이다. 1구(3장)를 때면, 불문을 많이 열어놓고 때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불 갈기가 바쁘다. 그것보다는 2구를 때고, 연탄 불문은 최대한 적게 열어 놓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면 연탄도 하루에 1회 정도만 갈아도 되고, 은근히 방을 데워주니 방 온도도 적당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추워지면, 불문만 조금 더 열어주면 된다.

   
▲ 3구3탄 우리 집 3구3탄 연탄보일러 옆에 연탄이 가득 쌓여 있다. 이것만 보고 있어도 뱃속이 든든한 걸 누군들 알까.
ⓒ 송상호
연탄

"연탄은 아무나 가나"

이렇듯 연탄 때는 방식에도 개인적으로 많은 진화가 있었다. 개인적인 내면에서도 '불편하고 번거로운' 연탄을 때면서도 얼마든지 가족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행복의 도'를 만끽했다. 내가 노력해서 방이 데워지면, 식구들이 "야, 방 따뜻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는 순간, '보람 교향곡'이 귀에 맴도는 느낌을 누군들 알겠는가.

 뿐만 아니라 어쭙잖은 글을 쓴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우리 집 연탄 때기를 전담해오던 덕분에 식구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우리 아빠 최고, 우리 남편 최고"라는 찬사를 연탄 때면서 가장 많이 들었다. 왜냐하면 간혹 내가 집에 없을 때 자녀들과 아내가 연탄을 갈아보니 쉬운 일도 아니며, 더군다나 자신들이 갈아서 불을 꺼트린 적이 간혹 있었다. "연탄은 아무나 가나"가 적용된 셈이었다.

사실 뭐 '도'라는 게 별거고, '도사'라는 게 별 거겠는가. 어떤 길이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전념할 때 찾아오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내가 아는 '연탄의 도'가 아닌 다른 '연탄 달인'의 도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의집 http://cafe.daum.net/duamo'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임의집 '이며, 현재 안성시 금광면 시골집에서 살고 있다.

송상호 기자  shmh0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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