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YWCA연합회는 30일 서울 명동 YWCA연합회관서 제4차 정의포럼을 열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한국YWCA연합회는 30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YWCA연합회관에서 "청년정의운동-청년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제4차 YWCA 정의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은 3번의 발제와 이어지는 워크숍으로 진행되었고, '20대가 말하는 청년 정의운동'이란 주제로 박유라 씨(청년, YWBS 인터넷 방송국 1기 운영진 아나운서), '청년예수운동과 YWCA운동'이란 주제로 김기동 선생(신학자, 한국YWCA연합회 청년운동팀 위원),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청(소)년 정의운동'이란 주제로 최윤진 교수(중앙대, 한국YWCA연합회 청년운동팀 위원)가 각각 발제를 맡았다.

20대가 말하는 청년 정의운동

박유라 씨는 "우리 20대 청년들은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겨를이 없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며 "우리는 마음이 조급하고, 해야 할 것은 많고 조금이라도 쉬면 남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또 뒤쳐지면 내가 과연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한탄했다.

▲ "청년정의 문제에 대해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언론에서 더 많이 보도하고, 대기업들이 '정의가 중요하다'고 말해준다면 청년들 스스로도 정의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 말하는 박유라 씨. ⓒ 에큐메니안 전동균

이어 "이런 상황에서 '너희들은 시대에 대한 고민을 너무 안하는 것이 아니냐, 사회 참여 좀 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완벽하길 바라는 요구일지 모른다"면서 "과거 80년대에는 지금처럼 '스펙쌓기'에 치열하던 시대가 아니었기에 지금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대인 지인들에게 '정의'에 대한 생각을 묻고 그 대답들을 발췌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정의'에 대한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청년들 사이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대화의 주제들에 '정의'는 전혀 끼어들자리가 없는 현실이라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인정받는 것이 정의인 사회인데 다수에 의해 선택된 정의가 틀릴 때도 있고, 그것이 다른 분야에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지금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친구도 있었다"며 청년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YWBS(YWCA 인터넷 방송국)활동 경험을 들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양성평등에 관한 의식들이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생겼다"며 "이처럼 청년들이 무의식적으로라도 사색하고 인식을 깨우칠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해 준다면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청년정의 문제에 대해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언론에서 더 많이 보도하고, 대기업들(취업의 기준이 되는)이 '정의가 중요하다'고 말해준다면 청년들 스스로도 정의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청년정의 문제해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청년예수운동과 YWCA운동

김기동 선생은 "새로운 삶을 갈망하던 청년 예수는 십자가형을 받고 죽어감으로 실패한 운동가처럼 보였지만, 그의 청년성은 그의 청년제자들에 의해 계승되었다"며 "YWCA는 기독청년운동체로서 이 시대 정신질환과 같이 확산되어 있는 획일적인 '성공강박증'에서 청년들을 해방시킬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YWCA운동의 출발점은 기독성이기에 청년예수가 함의하는 청년성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는 김기동 선생.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성서가 주는 청년이해에 대해 "구약성서에서는 교육 안에서만 성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지혜가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씨뿌리는 자 비유에서 생명은 이미 씨앗 안에 있고 옥토는 생명이 잘 발아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처럼 청년 안에 있는 생명의 발로는 외부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스스로 발아할 힘을 갖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비록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도 새로움을 향하는 호기심, 기대, 자신감, 기쁨이 이를 압도할 때 그것이 바로 '생명을 일궈내는 청년성'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청년예수에 대해 언급하며 "그는 소외의 경험을 가진 자들을 해방시키고 인간성을 회복시켜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시 살아갈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적을 베풀었으며, 죄인들과 함께 밥상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평등가치를 몸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사역을 '제자들'과 함께 했다"며 "예수와 함께 했던 12제자들은 예수와 비슷한 연대의 젊은이들이었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의 부르심에 즉각 응답했던 '청년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훗날 청년예수가 행하고 가르쳤던 복음을 전하는데에 나서는 청년들이 된 것"이라 말했다.

그는 청년예수운동이 YWCA청년운동에 주는 의미에 대해 "YWCA운동의 출발점은 기독성이기에 청년예수가 함의하는 청년성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며 "▲'기독성'의 관점에서 YWCA는 올바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 ▲청년성의 장점인 '행동하는 활력'이 청년과 청소년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대하는 시각을 달리해야 할 것 ▲인간성의 회복, 돌봄과 상생, 평등과 존중 등의 가치를 회복해야 할 것 ▲ 획일적인 성공강박증에서 청년들을 해방시켜야 할 것"이라 제언하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청(소)년 정의운동

최윤진 교수는 "청소년 정의 운동에 대해 '청소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참여유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청소년 정의 운동에 대해 '청소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참여유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최윤진 교수. ⓒ 에큐메니안 전동균

최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이제 청소년을 더 이상 2급 시민이나 예비시민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늘의 주요시민으로 인식하면서 사회 내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책임 그리고 권리를 적극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직도 입시 감옥에 갇혀 의족적이고 무기력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을 더 넓은 세상에서 유능하고 활기찬 오늘의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방시키고 또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의 청소년기는 신체, 생리적으로 이미 성인과 다름없는 존재이나, 사회적으로 무기력하고 미숙한 아동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사회변화와 청소년들의 조숙한 성장 발달과정에 걸맞게 '청소년기'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개념 규정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시대 청소년 인권논의의 쟁점들에 대해 "청소년에 대한 보호와 간섭의 주장과 강조는 자칫 청소년들의 자율적 선택과 자기결정, 그리고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박탈하고 실질적인 권리의 침해를 초래하기 쉽기 때문에 두 입장 사이에 견제와 갈등의 소지가 항상 잠재되고 있다"며 "이제 권리를 얼마나 보장 받고, 침해받느냐 뿐 아니라 어떤 권리를 어떻게 보장 받느냐의 문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질적이고 구체적 근거 없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미숙하기에 권리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통용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이제부터라도 현시대에 적합한 청소년들의 사회 내 자리매김을 정하는 일이 청소년 인권의 이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사항"이라 말했다.

또 한국에서의 청소년 인권운동들에 대해 "강제 야간학습, 두발제한, 종교자유침해, 노동현장에서의 인권침해 등에 저항하는 운동들과 선거권 낮추기 운동, 촛불집회참여 등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와 같은 모습들은 이제 우리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보호와 관리 아래 수동적으로 그들을 추종하는 존재들이 아니라 자신과 집단의 권익을 위해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변화에 참여하기 시작하며 인권의 주체로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청소년 인권정책과 사회참여의 발전 방안에 대해 "인권정책은 ▲보호, 규제중심의 정책으로부터 자율, 참여 중심 정책으로 변환 ▲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인권정책을 구분하여 추진 ▲학생과 비학생, 도시와 농촌거주자 등 청소년 각 집단에게 평등하게 추진 ▲지역중심 청소년 인권 운동 활성화를 추진하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참여발전방안은 ▲청소년 참여에 대한 일반적 인식 변화, 개선 ▲정책에 대한 단순 의견개진이 아닌 정책 집행 및 평가 전 과정에 참여하고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의 참여 체험  ▲차별없이 청소년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제공 ▲참여의 경험은 자신이 속한 지역단위에서 부터 전개되도록 유도하는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한편, 주최측인 YWCA연합회는 2011년을 'YWCA 정의운동의 해'로 선포하고 정의운동의 목적과 영역, 운동 방식에 관한 의견들을 수렴하고, 지속적인 포럼을 열어 정의운동의 담론을 구체화 하고 지역사회와 실천적 영역으로 확장해 오고 있다.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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