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큐메니안 전동균

"하나님은 사람이 밤에는 잠을 자도록 창조했고, 우리는 그 창조질서에 맞게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는 것 뿐이다"

기도하자는 인도자의 말에 눈치를 살피다 주변 사람 따라 급히 눈을 감는 사람들, 설교 들으며 박자 맞춰 '아멘'소리 못하지만 시종일관 집중하여 경청하는 사람들. 예배가 어색하기만 한 사람들과 목회자들이 한 자리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좋은 예배당, 새신자 교육반에서가 아니다. 이제 막 열기가 식어가는 아스팔트 위, 유성기업 노조의 투쟁현장에서다.

▲ 목정평이 충남 아산 유성기업 투쟁 현장을 찾았다. 기도회에 참석한 노동자들. ⓒ 에큐메니안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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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가 충남 아산 유성기업을 찾았다. 목정평은 4일 오후 8시부터 유성기업 정문 앞에서 노조원들과 함께 촛불기도회를 열고 연대를 다짐했다.

임광빈 목정평 상임의장은 설교를 통해 "우리 목회자들이 이곳에 오게 된 까닭은 사회정의가 밑 바닥부터 흔들리는 위기를 목격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이 어느시대인데 용역 직원을 통해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될 수 있는가?"한탄했다. 이어 "여러분의 싸움은 단지 여러분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자행되는 부정의와 폭력에 맞서는 투쟁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오늘 함께 읽은 이사야서의 구절처럼, 우리 목회자들의 올바른 금식은 바로 이런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다"라며 "우리 목회자들의 마음이 노동자들과 완전히 합해질 때 위로와 힘이 되고 승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 "오늘 함께 읽은 이사야서의 구절처럼, 우리 목회자들의 올바른 금식은 바로 이런 현장에 참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임광빈 목정평 상임의장. ⓒ 에큐메니안 전동균

안성환 민주노총 충남본부 부본부장은 자신도 장로라고 밝히며 "우리에게 잠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게 밤에 잠을 자자고 하는 것"이라 말해 목회자와 노조원들의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 냈다.

그는 또 "우리 노조원들은 기도하고, 찬송하는 것에 익숙치 못하다. 일요일에도 특근을 하느라 교회를 가려해도 갈 수 없기 때문"이라며 "휴일조차 없이 일해야 하는 이런 구도가 잘못된 것"이라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노동자들을 전원 복귀시키는 것만이 정의이고 그것이 성경의 논리에도 맞다"며 "우리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다. 이것이 관철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간절하게 기도하는 참석자들의 모습. ⓒ 에큐메니안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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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도회에는 아산시기독교연합회 회장인 조희철 목사도 참석했다. 조희철 목사는 "노동자들의 이런 현장을 이제야 알게 돼서 이렇게 늦게 오게 됐다. 죄송하다"며 "하나님께서 이 현장에 반드시 함께 하실 것"이라 격려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남재영 목정평 공동의장도 기도회를 마무리하며 "무자비한 폭력사태가 있은 후에야 이렇게 늦게 와서 죄송하다"며 "'연대란 비 맞는 동지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앞으로 목회자들이 여러분과 함께 연대할 것"이라 전했다.

노조원들은 "평소에는 경찰에 막혀 올 수 없던 곳인데 오늘 기도회 덕에 정문 앞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곳에서 그리운 회사의 모습이라도 한번씩 눈으로 바라보고 가자"며 철조망과 굳게 닫힌 철문 틈으로 수 십 년간 일했던 일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돌아서는 노조원들의 뒷모습은 쓸쓸했다.

▲ 유성기업 정문. 굳게 닫힌 철문과 철조망이 군사시설을 방불케 한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이제 제발 좀 들여보내 달라!"회사를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는 노조원들. ⓒ 에큐메니안 전동균

▲ 논밭 한가운데에 자리한 노조원들의 임시 거처. 기도회가 끝난 뒤 노조원들이 돌아갈 곳은 집이 아닌 비닐하우스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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