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마당 7월 모임이 열렸다. 12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기사연 빌딩 이제홀서 '생명평화의 세상, 생태복지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주제로 남기업 박사(웨스트민스트 신대원)와 홍성태 교수(상지대)가 발제를 진행했다.

이번 모임은 포퓰리즘이냐 보편복지냐를 두고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기독교인으로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여러 참가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 생명평화마당 7월 모임이 12일 서대문 이제홀에서 열렸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정의가 핵심이고 복지는 보조수단...토지정의와 기업ㆍ노동 정의 세워지면 복지도 해결될 것

남기업 박사는 "정의와 자비 중 우선을 논한다면, 정의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남 박사는 "미가서 6장 8절의 말씀에서 보듯 자비의 제도화 보다 정의의 제도화가 성경의 정신에 가깝다"며 "토지, 기업, 노동의 영역에서 정의가 확립되면 자비(복지)의 필요성은 현저하게 줄어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복지비용 마련도 가능하고 환경보존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지정의의 실천 방안에 대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복지를 포함한 국가의 공공경비로 활용하고 그만큼 타 세금을 감해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토지정의와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올바른 관계를 확립하는 '기업정의'와 능력이나 숙련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정의'가 세워지면, 노동과 기업간의 힘의 비대칭성은 상당히 교정될 것"이라 말했다.

▲ 토지정의의 실천 방안에 대해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복지를 포함한 국가의 공공경비로 활용하고 그만큼 타 세금을 감해주는 것"이라 설명하는 남기업 박사.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이어 "정의가 핵심이고 복지는 보조수단"이라며 "성경이 말하는 정의는 '돕는 것'이 아니라, '도와야 할 사람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시장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수 많은 열패자를 생산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복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장은 얼마든지 교정이 가능하다"며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토지투기가 초래한 나쁜 시장의 모습이 사라지고 금융기관의 자금들도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간다"고 강조했다.

생태복지 실현을 위한 토건국가개혁

홍성태 박사는 "기존의 '물질적 복지'를 넘어 '생태적 복지'를 중심으로 그 지평을 새롭게 생성해야 한다"며 "생태복지를 위한 한국의 과제는 '토건국가개혁'에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 박사는 "생태복지는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복지'로 '가장 보편적인 복지'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즉, 생태복지는 생태위기의 개선을 우선적인 목표로 추구하며, 건강한 자연은 그 자체로 중요한 복지의 원천이 된다는 입장에서 접근하는 방법론이다.

그는 또 "생태복지는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재정구조와 정부조직의 개혁, 산업구조와 고용구조의 개혁, 생태복지를 이루고자 하는 시민 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정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예컨대 오염된 수돗물 대신 생수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상수원과 수도관의 개선을 추구하는 것, 그리고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치료비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의 오염을 막는 것이 생태 복지"라며 "기존의 복지 분야와 더불어 생태 분야의 재정도 크게 강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기존 복지분야를 축소하고 생태 분야의 재정을 강화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생태복지는 그 의미를 강조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재정구조와 정부조직의 개혁, 산업구조와 고용구조의 개혁, 생태복지를 이루고자 하는 시민 주체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홍성태 박사.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이어, 산업구조와 고용구조의 개혁에 대해 "4대강 공사에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이 죽고 싶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강을 죽이고 싶어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여러 잘못된 구조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라며 "생태적 고려를 선행하는 고용구조 개혁으로 이러한 잘못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 박사는 또 실질적 적용의 문제와 관련 '토건국가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토건국가는 막대한 혈세를 소모하여 국토를 파괴하고 부패를 조장하고 토건족과 투기꾼에게 막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기형적인 개발국가"라며 "현재 한국은 토건국가의 극단화 상태에 이르렀고 '4대강 사업'이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아직 굶는 노인과 약자들이 있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돈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토건국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생태운동의 핵심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모임은 최근 복지정책이 정치계의 화두가 된 상황에서 신학과 윤리적 차원을 넘어선 실천적인 대안들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두 발제자를 중심으로 제시된 대안들도 아직은 이론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일부 참여자들의 지적과 더불어 그간의 신학적 윤리적 가치관과 상충되는 부분을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복지국가에 대한 여러 담론들은 정치계 뿐 아니라 기독교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논의의 과제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앞으로도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천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의 될 '복지'와 '생태'를 모두 아우르는 혜안(慧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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