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기지는 종교의 기본가치에 위배된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개신교 이상 5대종단의 환경 단체들로 이루어진 종교환경회의가 제주 강정마을 사태에 목소리를 모았다.

종교환경회의는 2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 5대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25일 오후 2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에큐메니안 전동균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 즉각 중단 할 것 ▲ 검·경은 송강호 박사 등 구속자 및 연행자 즉각 석방과 관련 고소 취하할 것 ▲ 언론은 생명파괴와 불법적인 절차에 대한 진실을 보도할 것"을 요구하며 "5대종단 종교인들은 생명평화를 깨뜨리는 모든 세력과 맞설 것이며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보전하고 지키려는 모든 사람들과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 전했다.

각 종단 발언서 방인성 목사(희년함께 공동대표)는 "이번 정부 들어 종교인들이 거리로 너무 자주 나오는 것 같다"며 "이는 정부가 반생명적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 종교인들이 나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 운을 뗐다.

▲ "개신교는 환경을 파괴하고 무력을 부추기는 이 정책을 온 몸을 다해 막을 것"이라 말하는 방인성 목사.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또 "한반도는 동북아의 평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곳"이라며 "그런데도 이 땅 최남단에 해군기지를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신교는 환경을 파괴하고 무력을 부추기는 이 정책을 온 몸을 다해 막을 것"이라 강조했다.

주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발생하는 폭력을 보니, 적으로부터 위협받기 전에 정부와 우리군에 의해 국민들이 위협을 받는다"며 "국가와 지역이 관련된 문제에 종교가 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사안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서는 것"이라 말했다.

▲ "국가권력에 의해 자유가 억압받아 구속 수감되는 상황을 조속히 해결지어야 한다"고 말하는 주경 스님. ⓒ 에큐메니안 전동균

이어 "국가권력에 의해 자유가 억압받아 구속 수감되는 상황을 조속히 해결지어야 한다"며 "우리가 뜻을 모은다면 강해보이는 권력도 하루아침 이슬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해윤 교무(원불교환경연대 대표)는 "이 땅에 평화를 건설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누구에게나 기본 가치"라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생명과 평화를 깨뜨리는 사업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라 말했다.

▲ "국회는 국책사업에 대해 검증하고, 언론은 제주가 가진 환경적 가치들을 진실하게 보도해야 한다"며 "종교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 말하는 강해윤 교무.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또 "이번 해군기지 건설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책사업이기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맞다"며 "국회는 국책사업에 대해 검증하고, 언론은 제주가 가진 환경적 가치들을 진실하게 보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종교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 강조했다.

김용휘 총장(천도교 한울연대)은 "강정마을 주민의 94%가 반대하는 상황에 공권력까지 투입하여 공사를 강행하려는 상황을 보면, 대체 누구를 위한 해군기지인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해군기지가 세워진다 한들 무슨 안보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천도교는 해군기지 건설이 백지화되는 날까지 앞장서 싸울 것"이라 결의를 다졌다.

▲ "천도교는 해군기지 건설이 백지화되는 날까지 앞장서 싸울 것"이라 말하는 김용휘 총장. ⓒ 에큐메니안 전동균

현지에서 연대투쟁 중인 단체 '생명평화결사'의 운영위원장인 김경일 신부도 "이렇게 주민을 멸시하고 무시해서 지은 해군기지가 어떻게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겠는가"한탄하며 "지금까지 모든 것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만 진행되어 왔다"고 전했다.

▲ "손가락 끝이 아프면 그 아픔이 몸 전체에 전달되듯이 제주에서 시작되는 전쟁의 위협이 전국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하는 김경일 신부. ⓒ 에큐메니안 전동균

그는 이어 "정부와 해군이 주민들과 대화를 하려한다면 지금은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뭘 하든 모두 원점으로 돌려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손가락 끝이 아프면 그 아픔이 몸 전체에 전달되듯이 제주에서 시작되는 전쟁의 위협이 전국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환경'과 '평화'라는 가치를 등질 수 밖에 없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이를 지켜온 종교계와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은 비록 적은 수가 모인 기자회견이었지만 5대종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과거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던 '5대종단의 4대강 사업 반대 집회'를 떠올리게 했다. 건설을 강행하는 정부와 해군측에 이와 같은 종단간 연대의 움직임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성명서 낭독 중인 조정현 목사와 김영미 수녀. ⓒ 에큐메니안 전동균

▲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에큐메니안 전동균

 

전동균 기자  journalist@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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