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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희망버스에서 만난 초등학생들평범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이정훈 | 승인 2011.08.28 15:39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회사 측의 일방적 정리해고에 맞서 85호 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 본부 지도위원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4차 희망버스가 부산을 벗어나 서울로 향한 8월27일(토) 청계광장에서 두 명의 초등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 ▲ 엄마를 따라 청계과장에 나온 여인서(오) 양과 그의 친구 남연우(왼) 양. 평범하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두 여학생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에큐메니안 이정훈
초등학교 6학년임에도 내 키(157cm)보다 큰 두 명의 여학생(한 명은 167cm였고, 또 한 명은 158cm였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저녁 5시가 조금 넘어 청계광장에 도착한 여인서 양과 인서 양의 친구인 남연우 양이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다는 느낌마저 들고 있는 요즘 기온과는 달리 한낮의 기온이 높아 두 학생 모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저씨 예전에 기자였는데, 너희들 보니까 인터뷰해서 기사 쓰고 싶은 데 괜찮겠어?" "어느 신문에 내실 거예요?" "음, 잘 모르겠다. 안 낼 수도 있고." "오마이뉴스에는 내지 말아 주세요." "어? 왜?" "제 친구들도 보거든요. 부끄럽잖아요(웃음)." "생각해 볼게(웃음)."

   
▲ ▲ 얼굴에 여드름이 많다고 뽀샵 처리 해달고 하는 여인서 양. 결국 음료수병으로 얼굴을 가렸다. ⓒ 에큐메니안 이정훈
"어떻게 여기 나오게 됐어?" "(인서) 엄마 따라 나왔어요." "아~ 그렇구나." "이 친구는?" "둘이 친군데요, 우리 엄마도 곧 이쪽으로 오실 건데요. 제가 먼저 친구랑 나왔어요." "학교는 어디 다녀?" "성미산 학교요." "둘 다?" "네" "이런 문화제나 집회 몇 번이나 나와 봤어?" "(인서) 몇 번 나왔는지는 잘 기억 안 나는데요. 광우병 때랑, 저번에 등록금 때랑 나왔던 기억은 있어요. (연우) 저도 그때 친구랑 같이 나왔던 거 같아요. 아? 맞나?(웃음)"

"이런 문화제나 집회 처음 나왔을 때 느낌이 어땠어?" "(인서와 연우 모두 한 목소리로) 처음에 나올 때는 무서웠어요. 무슨 죄지은 것 같아서 무서웠어요(웃음)." "경찰 아저씨들이 잡아갈까봐?" "(인서) 아니요, 그런 건 아닌데, 저 3학년 때 엄마랑 같이 나왔을 때 그냥 무서웠어요." "지금은 어때?" "(연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경찰 아저씨들 안 무서워?" "(인서) 네, 잘못한 거도 없는데, 왜 무서워요?" "(연우) 그냥 나와서 촛불 들고, 노래하고 그러는데, 왜 잡아가는지 모르겠어요. 이상해요."

"이런 데 나오면 안 심심해?" "(인서) 아~ 우리 학교가 성미산에 있는데요," "학교가 산 숲 속에 있어?" "(인서) 아니요, 산 밑에 있어요. 그 때 성미산에 무슨 공사한다고 그 공사 반대하는 서명 같은 거 받고 문화제 했었는데요, 그때는 너무 길어서 지겨웠어요." "(연우) 이런데 나오면 너무 길게 말하는 사람들 있는데요. 듣고 있으면 잘 모르는 내용도 있고, 너무 길게 말해서 지겹기도 해요." "(두 명 모두) 그런 거 아니면 그냥 재미있어요."

"참 오늘 여기 뭐 때문에 모였는지 알아?" "(두 명 모두) 네. (인서) 한진 회사가 일 하는 분들 회사 잘 안 된다고 자르고 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반대한다고 모였어요. (연우) 김진숙 아줌마. 크레인? 맞나? 몇 호지? (인서) 85호. (연우) 아~ 맞다. 김진숙 아줌마 무사히 내려오게 해 달라고 모인 거로 알아요." "오~ 알고 왔구나."

   
▲ ▲ 회사가 어렵지도 않은 데 일 하는 사람을 막 자르면 안 된다고 하는 남연우 양. ⓒ 에큐메니안 이정훈
"그런데, 그런 게 마음에 와 닿니?" "(두 명 모두)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연우) 그런데 아무리 회사가 잘 안 된다고 해도 마음대로 자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 친구는 어떻게 생각해?" "(인서) 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마음대로 막 자르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인서) 아~ 그리고 저번에 신문 보니까 회사가 어려운 거도 아니던 데요." "(연우) 그런데도 일 하는 사람을 그냥 자르고, 그런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그래 좀 그렇기는 그렇다. 그치?"

"앞으로 뭐하고 싶어?" "(인서) 꿈, 장래 희망 뭐 이런 거요?" "(두 명 모두) 어~" "(인서)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좀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평범하게? 오~ 그게 뭐라고 생각해?" "(인서) 그것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음" "이 친구는?" "(연우)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근데 좀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구나."

"아저씨 사진 찍어도 돼?" "(두 명 모두) 아~ (웃음)." "아~ 참 둘이 이름이 뭐야?" "저는 남연우에요." "이 친구는?" "저는 여인서에요." "사진 찍게 해 주라." "네." 그런데 갑자기 인서 양이 엄마를 부른다. "(인서 어머니) 인서가 크림을 달라고 하네요(웃음)." "인서야 크림은 왜?" "얼굴에 여드름 많아서요. 사진 찍고 여드름 뽀샵 해주면 안돼요?" "아저씨 그런 기술 없어." (다 같이 웃음)

그냥 엄마 따라 이유도 모르고 나온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6학년 두 여학생은 오늘 모임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인 이유에도 동의하고 있었다. 아무리 회사가 어렵다고 해도 노동자를 그냥 자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두 여학생.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는 아니면 직접 신문에서 보았는지는 모르지만, 회사가 어렵지도 않은데 자른 것을 알고 있는 두 여학생.

이들이 어른이 되고 회사에 취직하게 되는 때가 되면 회사가 어렵지도 않은데 돈 좀 더 벌자고 자신과 회사를 위해 일 하는 사람을 그냥 자르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 두 친구가 바라는 것처럼 평범하게,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나도 좋겠다. 평범, 재미. 이 두 단어가 이렇게 어려운 단어인 줄 오늘 나도 처음 경험했다.

이정훈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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