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박경조 주교, 이하 KNCC)가 정기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를 열고 각 위원회의 활동보고와 지난 부활절 연합예배 당일 발생했던 폭력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 KNCC가 정기실행위원회를 열고 각 위원회 활동보고와 부활절 당일 발생한 폭행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김광준 신부(일치위원회 위원장)는 부활절연합예배에 관한 보고에서 "부활절예배위원회에서 합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합의한 대로 실행하기로 한 사안들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고했다.

김 신부는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는 공동성을 담보로 하고 내용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에 따라 주제 해설, 공동기도문과 설교문 등을 작성했다”면서, 특히 “조용기 목사가 설교자로 내정되었을 때 직접 찾아가 공동설교문의 의미를 전달했고, 조 목사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고 보고했다.

또 “우리도 설교문을 그대로 읽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고, 예화 정도는 본인의 의향대로 할 수 있다고 전했다”면서, 그러나 “막상 당일 설교에서 조용기 목사는 공동설교문을 한 부분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의 보고 직후, 백도웅 총무는 “KNCC 앞으로 전달된 사과문을 읽어 드리겠다”고 제안했으나, 실행위원들이 거세게 반발, 낭독하지 못했다. 특히 오충일 목사는 “사과문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합의된 것도 아닌데, 이 자리에서 읽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고, 대부분의 실행위원들이 오 목사의 발언에 동의했다. 김근상 신부도 “사과문의 내용이 진정성이 없다면, 기독교하나님의성회는 KNCC에서 탈퇴해야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준 신부가 KNCC와 한기총이 공동으로 개최한 부활절 연합예배에 대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 장익성/에큐메니안

이어 부활절예배 당일 조용기 목사 경호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김광준 신부는, “나는 그 문건을 사과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 행사를 해나감에 있어 방해가 되고 싶진 않아 사퇴하고 싶다”면서 항의와 사의를 함께 밝혔다. 이에 대해 KNCC의 한 관계자는 “정작 폭행을 당한 당사자에 대한 배려는 없고, 이대로 교권의 힘으로 넘어가려는 행태가 아니냐”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행위는 “이번 사건을 교회와사회위원회에게 맡겨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본질적인 문제인 예배 합의 사항 불이행에 대한 언급은 없이, 단순하게 폭행 사건에만 집중하는 것은 핵심을 빗겨가는 것이 아니냐”며 의아해했다. 그리고 “폭행 문제 또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대로 마무리 하는 것은 한기총과의 계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폭행당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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