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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강제출국으로 자살한 니나씨를 추모하며어떠한 정책도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며 시행할 수는 없다.
최정의팔 | 승인 2005.08.05 00:00

카자흐스탄 동포인 니나씨(여, 1962년생)가 지난 7월 31일 새벽,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고국이라고 찾아온 낯선 땅에서 고인이 된 분에게 진심으로 명복을 먼저 빌고 싶다.

밀린 임금 받으면 고국에서 아들 대학입학식 참석하려던 니나의 죽

   
▲ 고 니나씨
니나씨의 유서에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자신의 사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체불과 강제출국으로 인해 빚어진 자살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분노케 한다. 니나씨는 체류기한이 만료되는 7월 31일 이전에 체불임금을 받고 출국하기 위해 6월초 몇 차례 노동부 민원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진행하였다.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에 사장이 응하지 않으면서 시일은 지연되었고, 니나씨 부부는 직접 수차례 사업장을 방문하였으나 사장은 아무런 확답도 주지 않았다. 사장은 근로감독관을 통해 니나씨가 출국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비행기표만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을 뿐이다. 다른 동포 같으면 일시 출국하여 6개월 후에 다시 입국하여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을 수도 있었으나, 이렇게 니나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자신의 급박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니나씨는 2002년 남편과 함께 입국하여 천안의 모 금형회사에 근무하였으며, 2005년 1월 2개월의 휴가를 받아 자식을 보러 카자흐스탄을 다녀온 후 3월에 회사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 200만원이 체불된 상태에서 해직되었다. 남편도 2005년 6월에 두 달 반의 임금이 밀린 가운데 해직되었고, 퇴직금 5백만 원도 받지 못하였다.

노동부의 출석요구에 불응하던 사장이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사람에게 임금은 물론 퇴직금까지 다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은 더욱 절망하게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 때와 대학교 입학 때에는 반드시 부모가 동행하여 입학을 축하한다. 금년에 이 부부의 자식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으면, 고국에 돌아가 아들의 대학입학식에 참석하려던 이들은 대학입학금(2백만 원)을 부치기는커녕 비행기표도 없어 심한 좌절감을 겪게 되었다. 임금을 못 받고 체류만료기간이 지나면 불법 체류가 되기 때문에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사랑하는 아들의 대학입학금을 보내지 못하고 자랑스러운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 니나씨는 결국 남편이 외출한 사이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었다.

체류기한 만기일 임박해서야 민원접수받는 지방노동사무소의 안일함과 무책임

   
▲ 기자회견 장면
니나씨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관계된 몇 사람이 좀더 사려 깊은 배려를 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었다고 보기에 더욱 안타깝다. 또한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당시 2003년도에 14명이 죽었던 것처럼 출국유예기간이 만료되는 금년 8월에 또다시 이러한 죽음의 행렬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선 지방노동사무소 민원실의 안일함과 무책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니나씨는 체류기한 마감 전에 체불임금을 해결하고 출국하기 위해 6월 초부터 수차례 지방노동사무소 민원실을 방문하였다. 니나부부의 체불임금 해결 요청에도 불구하고 담당근로감독관은 이들의 민원을 체류기한 만기일이 임박한 7월 25일에야 정식으로 접수를 받았다고 한다.

왜 담당 근로감독관이 그렇게 하였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늦장접수로 근로감독관은 사장이 고의로 체불임금지급을 계속 지연하도록 방조하였다고 본다. 6월초 처음 상담을 한 때부터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였다면, 이들 부부는 정상적으로 체류기간 내에 임금체불을 해결하고 출국할 수 있었을 텐데…

니나씨가 자살한 것을 알게 된 근로감독관은 8월 3일 사업장을 방문하여 사장을 만났고 600만원에 합의하도록 남편에게 독려한다고 하니, 이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다. 진작 사업장을 방문하여 사장에게 합의를 이끌어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죽어서야 밀린 임금과 퇴직금 주겠다는 몰상식한 사업체 사장들

사람이 죽어서야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주겠다고 하는 사장의 몰상식한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체는 영세하다. 그러다보니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들에게 있어서 임금은 회사가 잘 되면 주고 영업이 잘 안되면 안 주어도 된다는 식의 비양심적인 태도가 문제의 시발점이다. 임금은 어떠한 채무보다 우선적으로 변제해야 된다는 것이 근로기준법에 명백하게 적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에 대해 죄의식이 없다.

   

▲ 슬픔에 잠긴 니나씨의 남편

이번에 니나부부가 더 절망한 것은 같이 일하였던 우즈베키스탄인은 퇴직금과 체불된 임금을 모두 받았는데 자신들은 못 받은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보통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임금 체불될 경우 심한 횡포를 부리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가급적 이들의 임금은 체불하지 않는다고 한다.

후환이 두렵기 때문에 체불임금을 주는 사장은 이번에도 니나씨가 죽은 후 돈이 없어서 못 준다던 그가 6백만 원에 합의하자는 제안에서도 나타났다. 체류기한 만료를 앞두고 출국해야 하는 상황을 악용하여 고의로 임금지급을 회피하려는 사업주의 악덕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권은 관심없고 강제추방에만 여념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방안

인권옹호에는 관심이 없고 강제출국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방안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정부가 무차별적인 단속추방정책을 실시하면서 현장의 업주들이 체류기한 만료를 앞둔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 등을 고의로 체불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체불임금/퇴직금 등에 대한 명확한 해결방법이 없이 단속추방에만 몰두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사업주 개인의 악덕행위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 수립에는 무관심한 채 성과위주의 단속추방정책에만 몰두하는 정부의 정책이 불러온 결과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성과위주의 단속추방정책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체류기한 만료에 몰린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이 자살, 자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고 있다고 본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정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니나씨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에서는 인권이 존중되도록 좀더 유연한 이주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최정의팔  SMCW@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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