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악한 궁리나 하는 자들,
잠자리에 누워서도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망한다!
그들은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날이 새자마자 음모대로 해치우고 마는 자들이다.”
(구약성서의 미가서 2:1-2)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아, 내가 하는 말을 들어라.
정의에 관심을 가져야 할 너희가, 선한 것을 미워하고, 악한 것을 사랑한다.
너희는 내 백성을 산 채로 그 가죽을 벗기고, 뼈에서 살을 뜯어낸다” (미가서 3:1-2)
이 두 말씀은 기원전 8세기 경 고대 이스라엘 사회가 부패하고 지도자들이 타락했을 때, 미가라는 예언자가 사회의 불의와 정의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이다.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고 문명사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권력의 탐욕과 속성은 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살점이 찢기는 피해가 고스란히 백성들, 민중들의 몫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행인 것은 과거에는 위정자를 바꿀 수 있는 제도가 부재했으나 지금은 민주화를 위한 지난한 과정 끝에 우리 손으로 권력자를 내치고 새사람을 세울 수 있는 선거혁명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모두 며칠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 적극 참여하여 새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결의를 다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년간 가진 자를 대변하는 특정한 소수 인맥만 의지하고, 백성과 정치적으로 불통했기 때문에, 결국 오늘과 같은 국정의 난맥상을 야기했다. 국민과 언론은 수없이 국정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재벌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서민들의 복지 예산은 삭감하면서도 4대강을 정비한다는 명목으로 토건 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넣었다. 억지로 물길을 막은 보는 금이 가고, 고인 물은 썩고 있으며, 약속한 고용창출은 空約이 되고 말았다. 용산참사 역시 도시개발을 명목으로 가난한 서민 세입자들을 얕잡아 보고 무리한 진압을 감행한 반민주적 정책의 결과였다. 남북 관계마저 연평도 포격 사건이 상징하듯 냉전 시대로 되돌아갔고, 애써 물꼬를 튼 경협도 좌초될 위기에 놓여있다. 남북이 스스로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평화통일 주도권을 다시 주변 강대국들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뇌물로 눈감아주고, 지역 상인들의 꿈을 짓밟아 버린 것도 이 정부의 죄과일 것이며, 사회의 공기인 KBS, MBC, YTN의 노조활동을 탄압하며 언론장악을 시도하는 것도 역시 역사를 되돌리는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총선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현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국민을 비밀리에 감시하여 왔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과 시민단체, 종교단체, 언론계, 방송계, 학계, 인터넷 매체가 무차별적으로 감시당하고, 협박을 받았으며, 심각하게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권력의 시녀로 위축된 사법부는 정권옹호 차원을 넘어 사실을 은폐 축소하고 있으며, 새누리당도 역시 반성과 뉘우침은커녕 백성들의 분노를 아랑곳 않고 특유의 물타기로 면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국민은 새누리당이 그럴듯하게 당명을 변경했으나 유신 독재의 잔재를 벗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
또한 민주통합당도 기득권에 집착하여 총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난맥상을 연출하였으며, 권력 교체를 갈구하며 지지하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인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야권연대를 조직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시민사회는 초심을 망각하지 말고, 서민들과 사회의 약자를 위한 대안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4.11 총선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기회이다. 그러나 이미 끝나고 있는 정권을 심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개혁 구상을 가다듬고 실천하는 태세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국민을 위하고 미래를 여는 참된 인물이 남녀, 정당 불문하고 가려지고 선택되는 총선이어야 한다. 아울러 냉철한 주권 행사를 통해 특정지역에서 특정 인물이 당선되는 지역주의를 역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땅값 올려 부자 만들어준다”는 허황한 공약에 다시는 속지 않을 것이다. 서민 복지, 남북화해, 농촌 문제, 노령화, 반값 등록금, 원전폐기, 한미 FTA 재협상 등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가 눈여겨봐야 할 중대한 쟁점이 너무 많다. 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이 얼마나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정치변화를 열망하는가를 정치인이 깨닫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믿는다. 특히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의 선거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니까 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상과 같은 간절한 심정으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인, 시민단체, 종교단체, 언론과 방송계를 사찰하고 감시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1. 새누리당 역시 물타기로 면피할 꼼수를 접고 사찰의 간접적 수혜자 집단임을 자성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잘못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동참해야 한다.
1. 통합민주당 또한 기득권에 집착하지 말고 민주화 운동의 수혜자답게 정책 혁신을 통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환골 탈퇴해야 한다.
1. 총선을 통해 출신지역을 배경으로 공직이 결정되는 고질적 악습이 종결되도록 정치권이 각성할 것을 요구한다.
1. 젊은이들을 비롯해 모든 세대가 적극적으로 총선에 참여함으로 독재와 부패로 물든 정권을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
1. 이명박 장로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고, 남북통일을 진정으로 열망하는 국민을 종북좌파로 몰아가고, 부자들을 옹호하고, 편향된 종교관으로 종교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정치 세력화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자중할 것을 촉구한다.
1. 한민족의 역사와 미래를 좌우하는 이번 선거에 임하여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가 무엇인가를 더욱 깊이 숙고하여 자신을 반성하면서, 한국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생명과 평화, 정의의 사도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
[별첨]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한국불자교수연합회와 공동으로 기독교와 불교의 종교간 대화 학술대회를 2005년부터 ‘인류의 스승으로서 붓다와 그리스도’, ‘해탈과 구원’, ‘종교권력’ 등의 주제로 매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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