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열'이 나의 한국식 이름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와 협력관계를 맺고 40여 개국의 50여명의 인사들 중에서 유난히 젊게 보이는 벽안의 청년이 하나 보였다. 180은 훌쩍 넘어 보이고 말할 때마다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에게 호기심이 갔다.



▲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무 의자에 앉자마자 자신의 한국 식 이름이 쓰인 명함을 건네주려고 가방으로 손이 들어간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짬을 타서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 전국연합회 국제협력위원회 배유미 청년을 통해 다가갔다. 평소에 워낙 영어하고는 친하게 지내지 못한터라 통역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이 파란 눈의 청년, 한국 나이로 28살이고 캐나다 사람으로 정식으로 귀화한 것도 아니지만, 한국 식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조 열’이라고 한다. 정식 이름은 조엘 애스트(Joel Ast).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잠시 나무 의자에 앉아 마자 기쁜 얼굴로 자신의 한국 식 이름이 쓰인 명함을 건네주었다. 명함을 보니 저 멀리 전라남도 주소가 적힌 것이 아닌가? “무안군 청계면 도림리 520 청계제일교회.”

나고 자란 배경이 어떻기에 한국에서도 땅 끝에 가까운 무안까지 갔을까? 궁금해서 그의 성장 배경을 물어보았다. 캐나다의 Saskatoon에서 자라 대학에서 지질학을 전공했단다. 평소에 “교회 일을 돕고 싶었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여행도 할 겸 처음에는 인도나 남아프리카로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가라고 강권하셨기에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작년 9월 한국에 와서는 10주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연세대에서 한국어만 공부했단다. 그리고는 캐나다 연합교회로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던 청계제일교회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영어공부와 한 달에 두 번 있는 영어예배 인도자로 봉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부방 아이들이 하도 개구쟁이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자기 말을 아주 잘 듣는 아이들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말도 안 통하는 어린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얼굴처럼 마음이 순수하게 느껴진다.

내년 8~9월 사이에 고국으로 돌아가 사귀던 여인과 결혼도 계획하고 있는 준수한 조열에게 남은 기간 한국에서 무엇이 가장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제주도 여행 가고 싶고, 또 하나는 나의 신앙을 나누고 싶단다.

이유인 즉. 한 번에 영어예배 시간에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습니다”라고 설교했더니, 다음 날 그 설교를 들은 신도 한 명이 찾아와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설교할 수 있냐”고 따지더란다. 자신도 그렇게 말하는 신도를 보면서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신앙의 차이를 서로 나누며 열린 신앙으로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한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지냈지만, 벌써 가족 같은 끈끈한 정도 생기고 기장 총회 정진우 목사 가족과는 정말 가족 같이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가서도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단다.

귀국해서는 선교와 같은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겠지만, 교회는 이미 자신의 삶이라고 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한국에서 가졌던 신앙의 경험들을 나누고 싶다는 그의 말에 선교라는 말이 삶의 한 부분처럼 친근한 이들의 사고가 부럽기도 했다.



▲ 내가 무슨 질문을 했기에, 저리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을까?

▲ 자기소개 좀 부탁합니다.
- 캐나다 Saskatoon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정식 이름은 조엘 애스트(Joel Ast)입니다. 대학에서는 지질학을 전공했다.

▲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
- 해외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India, South Africa에 가고 싶었으나 다른 사람이 가게 되었다.

▲ India, South Africa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
- 졸업한 후 여행도 가고 싶었고, 교회를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 언제 한국에 오게 되었나?
- 작년 9월에 오게 되었다.

▲ 한국에 와서 처음 한 일은?
- 아무 것도 안 하고 연세대에서 10주 동안 한국어만 배웠다.

▲ 목포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 청계제일교회에서 공부방 어린이들 영어를 가르치고 있고, 영어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드리는 예배이다.

▲ 어떻게 해서 목포로 가게 되었나?
- 오래 전에 청계제일교회가 캐나다연합교회에 사람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었다. 확실히는 잘 모르겠지만, 5년 전이라고 들었다. 그 동안 사람이 없어서 한국에 보낼 수 없었는데, 내가 지원하게 되었다.

▲ 공부방 아이들의 나이는 몇 살 정도되는가?
- 1~6학년까지 골고루 다 있다. 중학생도 1명 있다.

▲ 한국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이 들었나?
- 굉장히들 개구쟁이라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 잘 듣는다. 아이들이 장난치고 하면 그냥 무시하고 내버려뒀다. 그렇더니 아이들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가끔 매를 들기도 한다(웃음).

▲ 언제 다시 돌아가게 되나?
- 내년 8~9월 사이에 돌아가게 된다.

▲ 결혼할 사람은 있나? 언제 결혼할 예정인가?
- 내년에 돌아가서 사귀고 있는 사람과 결혼할 예정이다. 많이 그립고 보고싶다.

▲ 다른 나라 선교에도 관심이 있는가?
- 고국으로 돌아가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선교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도 의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내 삶의 일부이다. 이미 끈끈한 정이 생겼다. 정 목사님도 가족 같아서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 한국에서 꼭 하고 싶은 일?
- 사실 한국에 오기 싫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셨다.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기간 동안 제주도 여행 가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진 신앙을 나누고 싶다.

왜냐하면 나의 신앙과 한국 사람들의 신앙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 번은 설교를 고린도전서의 말씀으로 하면서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했었다. 그랬더니 다음 날 한 성도가 와서는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하며 어떻게 그렇게 설교할 수 있냐며 항의했다. 매우 놀랐다. 그래서 서로 다른 신앙을 나누며 열린 신앙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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