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기업 총수들이 사회에 기부를 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데, 해외 언론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라죠?

지난 19일 오전 현대자동차 그룹의 부회장이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당시 싯가로 1조원 정도되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고, 몇 시간뒤에는 론스타측이 마찬가지로 1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8,0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재벌총수가 국민들에게 사과한 후 자신의 재산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즈나 인터내셔날 헤럴드 트리뷴 등 해외언론은 이렇게 국민의 신뢰를 “돈”으로 사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관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우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는 남한과 북한은 각각 자본주의세계와 사회주의세계에서 경제력이 가장 집중된 나라라면서, 남한의 삼성, 현대 같은 초재벌가문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기대와 달리 1997년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현재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현대-기아 그룹은 한국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3/4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한국 재벌가문은 영국 와실과 같아"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재벌의 지배력이 얼마나 강한지 재벌가문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마치 영국 왕실 구성원들과 같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재벌가문이 한국의 왕실이나 마찬가지라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경제적 영향력과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소수 재벌가문에 집중됨에 따라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불만과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러한 반감을 무마하기 위해 최근과 같은 재벌들의 기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현 노무현 정부는 이런 관행을 반대하지 않는 것 같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돈으로 여론과 법집행을 살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이런 행태를 국민들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습니다.

△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 컬럼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기부는 하겠다”는 것 자체가 뭔가 수상하지 않냐고 비판했다죠?

파이낸셜의 한 칼럼에서 기 드 종키에르(Guy de Jongquieres)라는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재벌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은 없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차원에서 기부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 도대체 이해가 되는 이야기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컬럼도 역시 “공공의 신뢰를 얻는 것은, 좋은 지배구조, 공정한 경쟁, 모두에게 똑 같이 적용되는 법집행 같은 것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지” 돈 몇 푼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잘못 저질러 놓고 돈으로 무마하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는데 대해 별로 문제를 삼지 않는 것은 대단히 “전근대적”이라는 거죠.

칼럼은 한국 정부와 사회가 삼성, 현대, 론스타측의 기부를 환영할 것이 아니라 “그런 돈 필요없이니 다시 집어넣으라”고 하는 것이 한국의 기업 문화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 같은 날짜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사회가 더욱 투명해지고 부패가 줄어있다는 기사를 실었다죠?

파이낸셜 타임즈의 한국 특파원인 Anna Fifield는 아직 진통을 겪고 있기 하지만, 한국사회의 오래된 부정부패 관행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은 오랫동안 재계와 정계, 관계 사이에 뇌물이 오가는 부패관행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최근 이해찬 총리가 접대골프를 치다 해임된 이후 많은 공무원들이 아예 골프장에 나가지를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가나 관료들은 주말에 재계인사들의 초청을 받아 골프를 치러 필드에 나가는데, 이러한 자리에는 종종 돈봉투가 오고가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파이필드(Fifield)기자가 인터뷰한 익명의 기업임원은 이러한 뇌물관행에 대해 “골프가 끝나면 보통 100 내지 2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는데, 다른 뜻은 아니고 골프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주진 못한 그분들 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에서 선물이나 사라고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받는 사람도 뇌물을 받는 것 같지 않고 편하게 받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파이필드 기자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의 많은 거래들이 골프와 룸쌀롱을 통해 오갔지만, 과거에 비해 지금은 한국사회가 많이 맑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점은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이 자주 느끼고 있는 점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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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규 님은 외무고시, 외교통상부를 거쳐 국제문제평론가로 활동 중이며, 현재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입니다. 이 글은 방송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규  athenian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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