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더하는 교회, 한신대 대학원 구약학 박사과정)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구·신약 성서의 제일 첫 머리에 등장하는 창세기는 하늘과 땅의 창조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창조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그 땅의 한 귀퉁이에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모든 사람들의 첫 조상인 아담과 하와를 직접 빚어 만드십니다.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첫 조상인 아담과 하와로 하여금 에덴동산 안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보살피도록 이 부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하나님께서 이 부부에게 금지한 것이 있는데요, 동산 가운데 있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만은 먹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금지에도 불구하고 아담과 하와는 유혹에 빠져 하나님의 금지 명령을 어기고, 그 벌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됩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은 인류의 첫 사람들이자 부부를 보호하시고 여자의 후손을 통해 이루실 하나님의 구원의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부부는 동산 동편에 자리를 잡고 자녀들을 낳고 기르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부부를 통해 태어난 자손들은 온갖 폭력을 저지르며 그들의 죄가 온 땅에 퍼지게 됩니다, 이를 슬퍼하신 하나님께서는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고, “당대의 의로운 사람 노아”를 부르셔서 방주를 짓게 하십니다. 그리고 “온 지면을 쓸어버릴 홍수”를 대비하게 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의 방주로 들어가 홍수를 피해 살아남은 노아의 아들들, 셈, 함, 야벳 가운데 셈의 후손들을 선택하시고 하나님의 구원 약속을 이루어가십니다. 그렇지만 사용하던 말이 하나였던 사람들은 “시날 평지”로 모였고, 그곳에 다시 흩어짐을 피하기 위해 “하늘 꼭대기까지 이르는” 거대한 바벨탑을 세우게 됩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는 직접 하늘에서 내려오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람들의 “말을 혼잡하게 하셔서” 민족과 국가로 온 땅에 흩어 버리십니다. 이렇게 흩어진 여러 민족들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셈의 자손인 “데라”를 통해 아브라함을 낳게 하십니다. 데라의 자손으로 태어난 아브라함을 하나님께서는 또 다시 부르셔서 큰 민족을 준비시키는 내용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들인 이삭, 야곱, 그리고 열 두 아들의 역사적 발자취가 창세기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체적인 내용의 모습들뿐만 아니라 한 본문 한 본문을 잘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창세기의 뼈대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창세기가 의미하는 내용들을 좀 더 잘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뼈대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가 읽고 있는 성서를 들여다보면 창세기가 50장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50장”이라고 하는 구분 자체는 주후 14세기에 이르러서야 편의를 따라 나누어진 것이었습니다. 물론 내용의 끊어짐도 염두에 두었지만, 꼭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창세기가 원래부터 50장으로 구분되었던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의 창세기 히브리어 본문을 보면 50장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창세기를 어떻게 내용을 따라 구분하면 좋을까요? 지금까지도 창세기의 내용을 따라 구분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창세기 1~11장까지와 12~50장까지를 나누는 것입니다. 1~11장까지는 모든 사람들의 첫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12~50장까지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해, 이삭, 야곱, 야곱의 열두 아들들과 요셉의 이야기인, 이스라엘의 조상들에 관한 이야기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이 부분을 “족장들의 역사”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자들이 창세기를 유심히 살펴 본 결과, 구·신약 여느 성서와는 다르게 창세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별되는 독특한 내용 구분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내용이 시작되는 곳에 보면 ‘제목’, 이것을 어려운 말로 하면 ‘표제어’를 갖추어서 한 내용이 시작된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한글 성서가 히브리어 성서를 번역할 때, 이 제목들을 똑같은 말로 번역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른 말로 번역했기 때문에 한글 성서에서는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세기를 직접 살펴보면 일정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창세기가 사용하고 있는 똑같은 제목들을 따라 어떻게 나누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에 사용된 성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새번역”을 따랐습니다. 제목을 따라 창세기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창세기 2장 4절, “하늘과 땅을 창조하실 때의 일은 이러하였다.”

창세기 5장 1절, “아담의 역사는 이러하다.”

창세기 6장 9절, “노아의 역사는 이러하다.”

창세기 10장 1절, “다음은 노아의 아들들의 족보이다.”

창세기 11장 10절, “셈의 족보는 이러하다.”

창세기 11장 27절, “데라의 족보는 이러하다.”

창세기 25장 12절, “사라의 여종인 이집트 사람 하갈과 아브라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이스마엘의 족보는 이러하다.”

창세기 25장 19절, “다음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의 족보이다.”

창세기 36장 1절, “에서 곧 에돔의 족보는 다음과 같다.”

창세기 36장 9절, “세일 산간지방에 사는 에돔 사람의 조상, 에서의 족보는 다음과 같다.”

창세기 37장 2절, “야곱의 역사는 이러하다.”

이렇게 두고 보면 말씀드린 바와 같이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 ○○는 이다” 혹은 “~ ○○는 이러하다”가 나타납니다. 여기 ○○에는 “일, 역사, 족보” 등의 말이 들어가고, 앞의 말에 맞추어 “이다” 혹은 “이러하다”는 말이 따라 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된 말들이 사실 히브리어를 보면 똑같습니다. “○○”는 “Toledot”(톨레도트)이고, 한글 성서에는 번역이 생략되어 있지만, 히브리어 성서에는 “톨레도트”라는 단어 앞에 “elle”(엘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엘레”라는 말은 한글로 “이것은”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두 구절을 통해 살펴보자면, 11장 27절은 “elle toledot terah”이고, 37장 2절은 “elle toledot yaaqob”입니다. 히브리어의 표현을 따라 그대로 번역해 보면, 11장 27절은 “이것은 데라의 톨레도트이다”이고, 37장 2절은 “이것은 야곱의 톨레도트이다”가 됩니다. 위의 11개의 구절들이 모두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이런 형식을 가진 구절들이 창세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내용 구분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창세기는 이렇게 11개의 동일한 제목을 가진 문장들이 등장하고, 이 제목 이후에 앞의 내용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내용들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일이 남았는데요, 그렇다면 “왜 창세기가 시작하는 1장 1절에는 이런 제목이 없는가?” 하는 것과 “‘톨레도트’라는 말이 한글에서는 다양하게 번역되었지만, 히브리어에서 원래 어떤 뜻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두 문제를 가지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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