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글에서 창세기 1:1-2:3에서 하늘들과 땅이 어떻게 해서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창조의 마지막은 안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즉 창조의 최종 목표는 안식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창조물들은 이 안식에 있어야 하는 것이 창조 이야기의 핵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제2부가 시작되다

이제 창세기 2:4부터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왜냐하면 창세기라는 책의 내용을 나누어 읽도록 알려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톨레도트”(Toledot)라는 단어가 2:4에 첫 번째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톨레도트는 새로운 문단을 시작할 때, 앞 이야기를 전제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제목 구실을 합니다. 즉 창세기 1:1에 선언된 것처럼 하나님께서 세상 만물, 온 우주를 창조하셨는데, 2:4부터는 창조된 모든 것들 중에서 하늘들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는 살펴보라고 알려주는 기능을 합니다.

▲ 사람을 창조하시는 하나님

요즘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창세기 1장은 솜브레로은하, 마젤란은하, 안드로메다은하 등이 창조되는 모습과 태양이 속해져 있는 우리 은하가 창조되는 모습을 창세기 1:3-4에, 단 두 절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지구가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지구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를 그립니다. 그런데 창세기 2장은 이 지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그 사건들을 좀 보라고 은근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안식이라는 하나님의 창조 목표와 연관 지어 읽어보라고 등을 두들깁니다.

하지만 사족처럼 말씀드리지만 창세기의 저자가 실제로 온 우주와 지구가 저렇게 창조되었다거나 저런 우주 창조의 생각을 가지고 창세기를 썼다고 한다면 그것도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고대 사람들이 우주를 보면 방법과 지금 우리가 우주를 생각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쉽게 예를 든 것일 뿐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초점이 이동되어 지구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우선 창세기 4:26까지 독서를 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톨레도트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하는 곳은 창세기 5:1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도 이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창세기는, 이미 지난 글들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톨레도트라는 단어가 들어간 각각의 제목을 가진 12부로 된 한 권의 책이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2:4-4:26까지는 창세기라는 “한 권 책”의 “제2부”에 해당합니다. 제2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의 대강은 이렇습니다. 제일 처음으로 창세기 1:2와 같이 혼돈스러운 땅의 모습이 2:5에서도 묘사됩니다. 1:2에 “하나님의 영이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weruah elohim merahepet al-pene hammaim)는 표현과 아주 유사하게 2:6에는 “땅에서 물이 솟아서, 온 땅을 적셨다”(wehishaqa et-kol-pene-haadama)고 합니다. 이렇게 두고 보면 창세기 1장과 2장의 창조 이야기가 그렇게 모순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창세기 1:26-27에 등장했던 사람이 창조되었던 모습이 2:7에 조금 더 자세하게 이야기 됩니다. 1장에서는 사람의 창조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에 중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2장에서는 사람이 창조되는 과정 자체가 중심입니다. 사람은 흙으로 만들어졌고, 하나님께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셨더니 비로소 생명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1장의 요약본을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여기에 살짝 더 가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점은 하늘들과 땅에서는 일어나는 일

▲ 아담과 하와

이렇게 1장과 겹쳐지는 이야기를 해 주고는 드디어 전혀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타납니다.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사람을 그곳에 있게 하신 이야기, 에덴동산과 에덴동산 주변 이야기,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으면 안 된다”고 명령하시는 장면, 사람이 하는 일과 여자를 만드신 이야기와 이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는 장면이 2장의 내용입니다. 

3장은 뱀이라는 들짐승이 등장해 여자를 유혹해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금지하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그와 함께 남자도 먹습니다. 그로 인해 남자와 여자, 그리고 뱀은 하나님으로부터 심판을 받고 에덴동산으로부터 추방당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서 생명을 거두어들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감싸시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4장은 아담과 하와가 가인과 아벨이라는 형제를 출산하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이 가인과 아벨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결국 가인도 땅으로 유랑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 이후로는 가인의 후손들에게 일어난 일들이 이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먼저 2장의 내용을 살펴보고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2장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2:17에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는 금지 명령을 하나님께서 내리시고, 이어지는 18절에서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알맞은 짝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의 짝이 만들어지는 장면은 2:21에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에 해당하는 2:19-20에는 먼저 지음 받은 사람이 모든 동물들의 이름을 짓는 모습이 보여 집니다. 18절의 “사람이 혼자 있다”는 말과 20절의 “협력자를 찾지 못하셨다”는 표현만 약간 다를 뿐 똑같은 말이, 먼저 지음 받은 사람이 생명체들의 이름 짓는 모습을 양 끝에서 감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결국 먼저 지음 받은 사람보다 이후에 지음 받은 사람은 같이 이 일을 해야 할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협력자”(ezer)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먼저 지은 받은 사람이 해야 했던(2:15) “동산을 맡아서 돌보는 일”을 같이 해야 할 사람인 것입니다. 

서로에게 안식으로 주는 존재로 만들어지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개를 소개하고 창조의 목표였던 안식과 관련해 살펴보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2:22에 보면 하나님께서 나중에 지음 받은 사람을 먼저 지음 받은 사람의 갈비뼈로 만드셨다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느 유명한 성서 주석학자가 다음과 같이 주석했습니다. 

“갈비뼈가 남자의 가슴, 즉 남자의 옆에 있으며, 그에게 붙어 있는 것과 같이, 그녀 남편의 갈비뼈와 같은 좋은 아내는 남편을 돕는 상대자가 되어 남편의 곁에 있으며, 그녀의 영혼은 남편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다.” (U. Cassuto, A Commentary on the Book of Genesis 1-11. tans. I. Abrahams [Jerusalem: Magnes, 1961], 134)

이 주석이 일반적으로 참 널리 알려져 있고 자주 이 부분의 주석에 많이 이용됩니다. 주석의 내용으로도 신학을 하지 않은 분들께 소개하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 주석의 내용에 따르면 먼저 지음 받은 사람이 먼저 지음 받았기 때문에 더 우월하니 마니 그런 이야기가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동등하게 창조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 부분에 대해 어느 학자는 다음과 같이 주석을 달았습니다.

“수메르어에서 ‘갈비뼈’(ti)와 ‘생명’(til), 이 두 단어가 거의 동일한 발음이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의 갈비뼈로부터 탄생했다는 생각은 억지스럽고 히브리인이 가지기엔 너무 방대한 수메르어 지식을 전제로 하는 듯이 보인다.” (W. G. Lambert,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5 [Berlin: Walter de Gruyter, 1975], 72-73)

즉, 생명으로부터 생명이 만들어졌다고 부드럽게 해석하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는 주장입니다. 어쩌면 갈비뼈로 여자를 창조했다는 이야기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의 창조 이야기에서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주제로 모든 이야기를 여기에다가 맞추어 버리면 너무 자의적인 해석이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창세기 1:1-2:3의 창조 이야기가 안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이 주제에 맞추어 살펴보는 것도 그리 억지스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전, 남자와 여자의 창조 이야기와 안식을 엮어본다면,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안식을 주는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글 성서에는 “혼자 있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번역했지만, 히브리어는 “선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창조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도 사실은 “선하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창조가 하나님의 뜻하신 대로 잘 창조되었을 때 하나님은 “선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혼자 있을 때 “선하지 않다”고 하셨던 것은 사람의 창조가 하나님의 창조 의도에 따라 “선하게” 되기 위해서는 “혼자여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쉼, 즉 안식을 주는 존재로 있을 때,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 뜻에 잘 맞는다는 결론입니다. 서로에게 쉼과 안식을 주는 존재, 그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신 선하신 목적이십니다.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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