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당신이 사랑하는 국민은 어디까지인가? 5월 4일과 5일에 대추분교와 황새울 들녘에서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은 당신이 사랑하지 않는 국민인가? 아니 당신의 생각에 그들은 국민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는 말인가? 당신의 민주화 운동 전력이 어떻든 이제는 살만하겠지, 그러니 이제는 농투성이 노인네들이나 하루벌이 노동자들은 국민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

▸제가 국무총리로 부임한 지 오늘로 23일이 됩니다. 저는 오늘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이 국무총리로 부인한 지 15일 만에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서는 1980년 5월에 일어났던 광주항쟁을 불러온 군사 작전만큼이나 끔직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에 수백 명의 국민들이 강제연행 되었고, 백여 명의 국민들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고, 실신한 주민들은 아직도 조그만 충격에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충격을 받았다.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나? 마음으로 치면, 예전의 당신이라면, 무거울 정도가 아니라 울부짖으며 황새울 들녘의 철조망으로 달려갔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야 국민들 앞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날 당장에 자기의 가슴을 찢으며 농로에 주저앉아 아픔을 같이 해야 했다.

▸그동안 주한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하여 평택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안타까움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땅을 빼앗는 “확장이전”과 관련한 것이다. 그냥 지금 있는 곳으로 이전하였으면 이렇게까지 심한 반대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교묘하게 흐리려 하지 말고 솔직해 지시오. 더 본질적인 것은 이 땅의 평화와 우리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다.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은 아니다. 충돌은 두 물체 간의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비슷할 때에 사용한다. 충돌이 아니라 군인과 경찰의 침탈이다. 대추초교와 황새울 들녘을 향한 공권력의 침탈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군인의 물리력 행사이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에서 군인들이 국민들을 플라스틱 밴드로 결박하고 포승줄로 묶는 장면과 한 여군이 할머니를 벽에 몰아붙이고 구타하는 장면이 있는데, 굳이 군인의 폭력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는 얄팍한 짓이다.

송구스럽기는 뭐가? 이미 귀먹고 눈멀고 동정이 없는 철옹성으로 들어갔는데, 뭐가 송구스러운가? 안타까움과 심려하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그 국민들 중에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나 이 일로 분노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송구스러운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정작 당신이 송구스러워 해야 할 사람들은 이미 당신에게 분노할 필요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당신을 떠났다.

▸이번 주말에 또 한번의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바입니다.

◂대규모의 시위가 예고되어 우려된다고? 1만 8천의 군인과 경찰과 용역깡패를 앞세워 평택으로 진격할 때 국민들은 이미 우리의 평화를 심히 우려하였다. 그리고 시위가 사회내부의 갈등과 대립의 골을 깊어지게 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 당신이 지금 국무총리가 된 것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도 모두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리며 군부독재와 싸웠던 당신의 선배, 동료이며 친구,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 당신은 벌써 그 사실을 잊었나? 갈등과 대립의 골은 얌전한 순둥이로 있는 한 매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잊었다면 유능한 사회학자에게 물어보시오.

▸오늘 저는 이 문제의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하고자 합니다.

◂문제를 바람직하게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아 놓고 이제 와서 바람직한 해결을 바란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호소하려면 진작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지. 정부의 이해와 협조를 600여일이 넘게 촛불을 들며 구했는데도 외면할 때는 언제인가? 정부는 600여일이 넘게 지속된 평화에 대한 염원을 폭력으로 대응하면서 눈과 귀를 막았으면서 이제 국민들에게 호소한다고?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5,200여만 평의 미군기지 땅을 돌려받고 그 대신에 360여만 평의 땅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특히,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은 한 나라의 수도 서울 복판에 120여 년간이나 외국군대가 주둔해온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해, 1988년부터 우리가 요구하여 추진해온 사안입니다. 이것은 2003년 한-미 정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비준동의를 이미 거친 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입니다.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이 우리가 요구하여 추진한 사업이라고? 누가 그러드냐?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해외미군재배치계획(GPR)이 공공연하게 보도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와 당신만 모른단 말이냐? 그러면서도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 것이냐? 국민들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라.

현재 정부는 미군의 평택이전이 국회를 통과한 국책사업으로 기지이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기지의 평택 확장 이전은 단순한 기지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1990년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토지와 비용제공에서 간과 쓸개까지 빼주었다고 평가될 만큼 친미사대 굴욕밀실협상이었고 이를 증명하듯 1993년 천문학적인 미군측의 이전비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중단되었다. 이런 쓰레기같은 협상을 갖고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운운하는 건 자기 얼굴에 침뱉는 꼴이다.

2004년 용산기지이전협정 국회비준 당시 약속한 사후 청문회는 왜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지 정부는 답해야 할 것이다. 국회 비준을 받았다는 것만 홍보하고 당시 국회의 문제제기를 무마시키려고 사후 청문회를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왜 숨기고 있는가?

특히 지난 1월 19일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함에 따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은 미군의 역할변경을 수용하고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을 실현할 동북아 전초기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임이 드러났다. 실제 평택으로 이전하는 주한미군은 이미 세계 최초의 신속기동군으로 변모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2004년 미군기지 이전협정의 목적이 변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정부가 2004년 주한미군 기지이전협정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를 요구하면서 내세웠던 주장들은 많은 부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주한미국의 역할 변경과 자체 군사혁신에 따른 기지 제공 요구를 마치 한국 측 요구에 의한 것처럼 호도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비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처럼 강변하였다. 그러한 잘못된 협상으로 인해서 한국 측은 기지이전 비용 예상치의 증가와 오염기지 환경치유 책임 회피 등으로 인한 추가비용 부담도 떠안게 되었다.

이렇듯 지난 2004년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은 전 세계로 향하고 있는 주한미군에게 전략적 기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심각히 훼손하고 중대한 재정적,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부실 졸속 협상이다. 따라서 우리는 협정의 목적변경, 절차적 하자와 비용부담의 적정성 문제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이전 협정은 즉각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주한미군기지 대부분을 평택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은, 가까운 오산기지 등 기존의 미군 군사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과 항만-철도-도로 등 기간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등 전략적, 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국방부는 철도, 항만, 도로시설 등의 조건 때문에 평택이 미군기지 이전지로 최적지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위 시설들은 산업 및 거주택지 조성에도 유리한 조건이며, 주한미군의 군사력이 평택으로 총집중되면서 평택과 근접한 중국의 군사적긴장은 높아져 그 어느 때보다 군사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미군기지 재배치 자체가 한반도의 안보는커녕 세계평화를 심각히 위협하는 행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한강 이남으로의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오산, 평택권역을 한 개의 축으로 하고, 부산, 대구를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주권국가인 남한과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미군의 이해관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취해진 조처였다. 그리고 이른바 연합 토지 관리계획( LPP)에 의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미군기지를 전략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또한 용산미군기지와 미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가 민족의 참화를 불러올 전쟁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며, 주한미군 재배치의 핵심내용은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여, 이북의 사정권을 벗어난 주한미군의 후방배치에 있다.  이미 이라크 전쟁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전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명분이나 국제적 합의 따위를 고려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민족의 생존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한미군 재배치에 의한 미군기지 평택확장이전은 국민이 열망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며, 국민의 안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임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아시는 대로,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국가안보와 국방과 경제발전, 그 어느 면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입니다.

◂국민들을 뭘로 알아서 이렇게 사실을 호도하는가? 평택기지 확장은 헌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저촉되는 것으로 공권력을 발동할 적법한 근거도 없다. 또한 시설종합계획(MP)을 국회에 보고하여 국회 통제 하에서 기지이전사업을 추진하겠다던 정부 주장과는 달리 지금껏 MP 발표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택 강제수용을 서두를 이유는 더더욱 없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평택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온 국민의 문제이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단순히 평택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국민들의 안위가 직결되어 있으며, 엄청난 국민의 혈세 부담을 요구하는 일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도 무시하고 국회까지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보장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노무현 정권이 말하는 정상적인 한미관계라면 당당한 대한민국을 염원했던 국민은 동의할 수 없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는 국민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 진정 사랑한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미국의 부시와 군대, 그리고 미국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는 사람들뿐이다.

▸작금에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저는 한없이 가슴 아파하며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국민 누구나 정부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견의 표출 방식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충돌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책임감을 느끼기만 하면 뭐하냐? 책임을 져야지. 당신도 노무현도 윤광웅도 도무지 책임지려는 사람들은 없다. 그저 마음만 있다고 말만한다. 다양성을 잔인한 군대와 경찰로 짓밟았잖아. 벌써 며칠 되었다고 잊어버렸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모두 무시하고 불법과 폭력을 사용한 장본인이, 침탈과 진압을 지시한 사람이 합법과 평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러고도 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엔 법을 지키란다. 법을 지키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철조망을 걷어내고 훼손시킨 농지 및 시설물을 원상 복귀시켜라. 어떻게 자신들은 모든 법과 절차를 무시면서 상대방에게는 법과 원칙을 지키라 할 수 있는가? 이것이 권력자들의 문제풀이 방식인가?

▸경찰과 군인,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주민이 모두가 우리의 아들딸이고 우리의 형제들이 아닙니까. 우발적 충돌로 인해 폭력의 악순환에 휘말린다면, 만에 하나라도 인명이 손상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그 여파와 후유증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러한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경찰과 군대를 폭력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 그들을 무장시켜 국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라고 강요하지 말라. 경찰과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의무를 다하는 국민들의 자식이지 당신들의 도구가 아니다. 폭력의 악순환이라고 말하지 말라. 너희가 폭력을 지시하지 않으면 절대로 폭력은 일어나지 않는다.

당신은 무슨 염치로 여의도에서 맞아죽은 농민의 피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피를 흘리게 하는가? 또한 주객이 전도되어 국가에 의해 자행되는 불법·위법적 행위에 대해 국민 또는 시민이 저항하는 것을 “폭력”으로 덧칠하고 “폭도”로 매도하지 말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시위대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군경을 부각시키면서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반대하는 측을 폭도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사단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며, 주민들의 분노와 시위 참가자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러면서 법을 지키라고 독촉한다. 도대체 누가 법을 어겼는가? 도대체 누가 “폭력”을 행사한 건가?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고 여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한다.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은 대통령과 당신,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합리적 설명은 하지 않은 채 폭력시위 엄단방침만을 합창하고 있다. 국방부와 정부는 자기의 잘못을 먼저 고백하고 남이 따라주길 바라시오. 계속해서 힘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은 문제의 해법이 아님을 명시하라. 군이 필요 없는 곳에 파견되어 불안에 떨고 있는 장병들을 진짜 국방에 전념하게 하라. 그들의 주먹이 선량한 농민과 시민단체를 향해 뻗게 하지 말라. 어린 장병들이 역사의 죄인이 되게 하지 말라.

▸시위대와 경찰, 정부당국이 모든 당사자들이 한걸음 물러나서 냉정을 되찾읍시다. 정부당국도 대화가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성의를 다해 주민들과 함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겠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시위대와 군경은 당신들의 지시만 아니라면 부딪히지 않는다. 정부당국의 대화 부족은 인정한다면, 즉각 황새울에서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 군인들과 경찰들을 철수하고 국민들의 혈세인 94억 원의 예비비를 절약하라. 그 후에, 문제의 원인을 원점으로 돌려놓은 후에 해결방법을 찾아보자.

이미 상처는 곪아서 살이 썩어가고 있는데, 건드리면 아프다고 서로 건드리지 말라고만 하면 그 상처는 시간이 흐를수록 생명을 위협할 뿐이다. 평택의 농민의 생명뿐 아니라 당신의 가족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목숨이 위태롭게 될 뿐이다. 또한 시위대를 외부세력이라고 말하면서 주민도 아닌데 왜 남의 땅에 와서 난리냐고 말하고 싶겠지. 그러면 독도에 살지 않는 국민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할 수 없겠네. 일본이 독도를 침략해서 자기네 땅으로 삼아도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겠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이유 있는 저항과 절규에 겸허히 귀 기울이겠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50년의 역사 속에 두 차례나 강제수용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불모지의 갯벌을 스스로의 힘으로 간척하여 오늘의 삶의 터전을 이루어 놓은 것입니다. 이분들에게 그 땅은 그냥 땅이 아니라, 자식 같은 땅, 목숨이나 진배없는 땅이라는 것을 이해합니다. 정부는 주민의 이러한 아픔과 함께하면서 진정한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당신이 한 이 말의 진정성 중에서 일단 1%만 받아들이겠소. 지금까지 노무현과 윤광웅이 수없이 많은 말과 약속을 했지만, 모두 거짓이었기 때문이오. 그 두꺼운 얼굴을 카메라에 들이대며 뻔뻔스럽게 해대는 거짓말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오. 나머지 99%는 이후 당신과 정부의 태도에 따라서 받아들여질 것이며, 당신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강제로 빼앗을 농민들의 땅을 평화로운 마을로 다시 돌려준 후에나 가능할 것이오. 그 후에 다시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또한 군부대 투입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의 위법 부당성, 강제 집행과정에서의 야만적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의 책임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진정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평택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철조망과 군부대를 철거하고, 위법 부당하게 지정된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을 우선 철회해야 한다. 또한 5월 4일과 5일 평택사태의 책임자인 국방부장관 및 경찰청장을 퇴진시키고, 책임자 처벌과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는 주민들의 아픔과 희생을 이해하고, 이분들을 사랑으로 감싸드리고 위로하며 서로 짐을 나누어집시다. 저는 국무총리로서 최선을 다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항상 슬기롭게 고난의 역사를 극복해 온 자랑스러운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번의 뼈아픈 경험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하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단기간에 이루어낸 대한민국 국민답게, 우리는 폭력과 투쟁이 아닌 평화로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또 하나의 사례를 이루어 냅시다.

◂주민들의 아픔과 희생의 원인은 남한을 전쟁기지로 만드는 미국과 정부로부터 왔다. 그것을 분명히 하고 국민 모두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라. 순박한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불리할 때에는 국민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선전하고 자기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불의한 권력으로 폭력을 휘두르면서 어떠한 전화위복을 바라는 것이냐?

국민은 정부와 미국이 만든 고난의 역사를 극복할 것이다. 평택의 농민들과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몸을 바쳐서라도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낼 것이다. 오늘날의 민주화는 공권력의 탄압과 폭력에도 불구하고 피 흘리며 이루어 낸 것이다.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제 당신은 이전에 민주화를 가로 막던 세력, 당신을 억압하던 그 모리배들과 한 편에 서 있다. 그들은 항상 말했다. 대화와 타협을 하자고, 당신도 많이 속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당신이 국민을 속이는 자리에 있다. 지금 대추리 농민들을 어떠한 말로도 치유될 수 없는 상처와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 상처는 분노와 공포가 되었다.

농투성이 어르신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위로하는 길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평생을 일구어온 생명의 땅을 돌려주고, 그곳에서 농사지으며 살게 하는 것뿐이다. 더 이상 슬기롭고 자랑스러운 국민 운운하면서 약 올리지 말라.

▸우리 대한민국이 이런 정도의 어려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과 대화의 절차를 통해 해결해내는 성숙한 사회라는 것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 보여줍시다. 지금은 우리 국민 한분 한분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지혜와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선택합시다. 오늘의 난국을 새 역사 창조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는 이 일에 국민 모두가 나서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평화적인 방법과 대화의 절차를 통해서 해결하자고? 대화와 타협은 지난 번에도 하자더니 침탈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당신이 호소문을 발표한 후인 13일 00시를 지나면서 대추리와 내리로 들어가는 길에 굴착기로 도로를 파괴하는 현장이 목격되었다. 군인들은 성급히 도망갔고, 경찰은 그것을 확인하는 국민들을 막으며 검문하고 있다. 이것이 대화와 타협을 호소하는 정부와 당신네들의 만행이다.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성숙한 국민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정부가 미숙하게 대처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이번 사건을 현명하게 대처함으로써 남한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니라 자주독립국가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서 진정한 노력을 기울이는 총리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은 미국의 마름이 아니라 국민들의 혈세로 고용된 국민의 마름이 되어야 한다. 이 사실을 더 이상 기억하지 않고 국민들을 무시하고 속이려 한다면 현 정권의 난국이 될 것이다. 이 땅의 평화를 바라는 국민 모두가 나서서 현 정권을 심판할 것이다.

이병일(강남향린교회 목사)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