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기행에 12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특히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8명이 참석했다. 기행을 마치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자리에서 모두 학살지를 돌아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과 아픔을 느낀 듯 했다. 그 중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한신대 신학대학원 정대위 군. ⓒ에큐메니안

4.3평화기행에 참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 채플시간 광고란을 통하여 ‘4.3평화기행’에 관한 글을 보게 됐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을 하게 됐다. 그 마음 한편에는 4.3이라는 단어가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평화기행의 일정이 4.3과 겹치기도 하였기에, 더욱 희생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4.3에 대하여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마음에 참석하게 됐다.

평소에 4.3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이번 4.3평화기행 전 제주도에 몇 번 올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마다 4.3평화기념관에 들른 적이 있어 4.3이라는 것이 과거에 있었고, 많은 제주도민들이 죽임을 당한 정도의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다. 제주4.3의 아픔을 공감하기보다 머리로만 아는 얕은 지식정도였다.

4.3평화기행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
‘너븐숭이4.3기념관’에 가게 됐다. 기념관에는 4.3 당시 가장 많은 인원이 학살당한(마을주민1/3의 약 400여명 학살) 북촌마을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기념관을 둘러보며 한 대목의 글귀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고, 큰 고민에 빠지게 했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군인들이 많으니, 이 사람들을 나누어서 그들에게 총을 쏘게 하라” 사람이 사람을 동물만도 못하게 여기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격 연습용으로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다 이러한 상황까지 되었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데올로기의 무서움에 대해 느꼈던 경험이었다.
또한 기행 중 잃어버린 마을을 돌아다니며 ‘잠들지 않는 남도’라는 노래를 들었다. 노래 가사 중, ‘피에 젖은 유채꽃’이라는 대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는 유채꽃을 바라 볼 때면, 마냥 ‘예쁘다.’는 생각은 할 수 없게 됐다. 그보다 4.3당시 무참히 학살당했던 분들을 떠오른다.

▲ 너븐숭이의 애기무덤, 북촌리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에큐메니안

4.3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즐겨보는 만화에 이러한 대사가 있다. ‘너는 언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총에 맞았을 때? 칼에 찔렸을 때? 아니! 사람들의 기억에서 없어졌을 때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기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4.3의 역사가 60여년밖에 되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살아 있어 기억하는 이가 많지만 그냥 이대로 세월이 흘러간다면 어느 샌가 조용히 묻힐 것 같다. 아니, 묻으려고 할 것 같다.
제주가 겪은 아픔의 역사를 기억해야 할 때 그분들의 죽음이 헛되지도,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4.3에 대해 여러 방법을 통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3은 정확한 이름이 없다. 어떤 이름이 적당하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4.3비극 사건’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만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이용당한 가해자의 입장도 포함된 비극 사건이라 말하고 싶다. 이데올로기라는 큰 명제 아래, 보이지 않는 미 제국주의에 의하여 우리는 두 편으로 갈려 한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가해자, 다른 쪽은 피해자가 된 비극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 ‘4.3비극사건’을 억울하게 죽임 당한 피해자의 눈을 통해 아픔의 비극을 느껴야하며, 거시적으로 미 제국주의에 의해 같은 민족을 죽여야 하는, 그리고 그 죽임을 통해 우리민족의 갈라짐을 비극으로 느껴야 한다고 본다.

4.3평화기행을 마치면서 소감이나 앞으로의 각오는 어떤 것인가?
몇 년 전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오키나와에서 돌아오며 ‘아픔을 잊지 않고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서울로 돌아와 개인적 삶에 집중하며 살았지 평화나 인권, 역사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제주도를 떠나 삶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 4.3에 대하여 얼마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지 의문이 든다. 부끄럽지만 다시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4.3을 알리고, 오늘 우리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4.3’, 쌍용자동차, 강정마을 문제 등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할 것 같다.

고수봉  gogo9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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