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떠오르는 자신 스스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마음먹고 지난 삶의 궤적들을 돌아본다 하더라도, 그 기억들조차도 회상하는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에 따라 다르게 보일 때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회상하는 것도 이렇게 저렇게 바뀔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는 자신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행동을 친척이나 어릴 때의 친구들이 기억하여서 말해줄 때는 자신이 낯설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자신에 대한 인상들을 조합하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모자이크 작업과도 같다. 실상 자신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대부분의 진실을 이해하려고 할 때 이런 모자이크 작업은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이런 추억의 회상을 모자이크 방식을 따라, 남북전쟁 이후 미국 남부의 황폐한 현실 문제를 추적해가고 있는 소설이 윌리엄 포크너(William Cuthbert Faulkner, 1897~1962)의 『압살롬, 압살론!』(1936, 이태동 옮김 [서울: 민음사, 2012])이다. 성서 속의 압살롬은 자기 누이를 강간한 뒤 버려 버린 배다른 형제 암논을 쳐 죽이고, 아버지 다윗에 대해서 반역을 꾀한다. 하지만 그도 결국 비참한 죽음에 이른다.

작가 포크너는 이런 성서의 스토리를 미국 남부의 서트펜(Sutpen)이라는 한 인물의 가족관계에 대응시키면서 남부의 현실을 묘사한다. 너무나 가난하게 자란 서트펜은 아주 부유한 집으로 아버지의 심부름을 갖다가 문간에서 흑인 하인에게 내쫓김을 당한다. 이런 수치의 경험을 안고 자라면서 서트펜은 큰돈을 벌고 자신도 대지주가 되리라는 결심을 한다. 

그래서 하이티로 건너가 열심히 일 하던 중, 그곳 농장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흑인의 피가 섞여 있는 혼혈인 것을 알게 되자 생활비를 보내기로 하고 그곳을 떠나 버린다. 그리고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한 마을 읍내 근교에 엄청나게 넓은 대지를 구입해 성과 같이 규모의 저택을 짓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가문을 이루고자 한다. 치밀하면서도 냉정하게 계획하여 그 마을의 인정받는 시민의 딸(Ellen)을 아내로 삼게 되어 두 자녀(헨리와 쥬디쓰)를 낳는다. 

그런데, 아들 헨리(Henry)가 자라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서 만나게 되는 친구가, 하필이면 서트펜이 이전에 결혼하여 낳았던 아이 본(Bon)이었다. 본의 매력에 반한 헨리는 본을 자기 누이 쥬디쓰(Judith)에게 소개시켜 결혼했으면 한다. 배다른 형제인줄을 모른 채로 말이다. 결국 이 비밀을 알게 된 헨리는 본을 죽이고 만다. 압살롬이 암논을 죽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는 아버지를 떠나버린다. 아버지의 이루고자 하는 꿈을 배신하고 말이다. 서트펜은 일순 낙심하지만, 자기 딸보다 나이가 어린, 그러면서도 자기 아내의 동생인 로사(Rosa)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아이를 먼저 낳아서 아들이면 결혼하자는 서트펜의 제의에 분노한 로사는 그를 떠난다. 그래도 서트펜은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자기를 위해서 지금까지 일해 준 하인의 손녀딸을 통해서 아들 낳으려고 한다. 아들을 통해서 자기 가문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었던 하인에 의해서 그는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 저택은, 그가 보다 젊었을 때 또 다른 흑인노예를 통해서 낳았던 딸 클리이티(Clytie)가 불을 질러 태워버린다. 그 불속에서 클라이티 자신과 병들어 돌아와 요양하고 있던 헨리도 함께 죽어버린다. 

결국 을씨년스러운 폐허 속에 남아있는 서트펜의 유일한 후손은 흑인 하인의 손녀딸이 낳은, 백치 같은 짐(Jim)뿐. 

▲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압살롬, 압살론!』

소설은, 서트펜의 둘째부인이었던 로사가 죽음을 앞두고 자기 이야기를 젊은 대학생 퀸틴(Quentin)에게 들려주는 회상으로부터 시작해서 여러 사람들의 서트펜 가문에 대한 회상들이 뒤섞여서 전개되기 때문에, 그 회상의 모자이크를 꿰맞추는 작업이 여간 어렵지가 않다. 결국 서로의 회상과 추억들이 서로 간 잘못된 것을 수정하기도 하고 보충하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진실을 최종적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전혀 사건과는 무관한 사람인 퀸틴의 친구 슈레브(Shreve)조차도 마지막에는 그 진상의 모자이크를 꿰맞추는 역할에 참여하게 된다. 서트펜 집안의 이야기를 끝내면서 친구 슈레브가 ‘자넨 남부를 증오하지?’라고 질문하자, “아니야, 아니야, 난 증오하지 않아! 난 증오하지 않는다구!” 하는 중심 화자 퀸틴의, 절규와 같은 답변은, 자신이 속한 향토와 역사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정을 느끼게 한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이 속한 향토와 그 역사이며 현실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숨결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에 대한 절규요 항의인 것이다: “아니야, 아니야, 난 증오하지 않아! 난 증오하지 않는다구!” 

이정훈 기자  typolog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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